2007-05-22
처음 들러도 마치 단골집인냥 편안한 곳이 있다. 전시와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갤러리 카페 ‘무대륙’을 소개한다.
취재| 서은주 기자 (ejseo@jungle.co.kr)
사진| 곽효민(프리랜서)
빤질빤질하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물건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주인장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낡고 닿은 의자와 테이블. 가구 제작에서부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주인장의 손끝에서 이루어졌다. 김영인, 김건아, 강희정 세 명의 주인장들은 처음 이곳을 그들의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카페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알음알음 알게 된 무명의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젊은 예술가은 이곳에 자신들의 작품을 내걸었다.
상수역에서 빠져나와 합정역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손바닥만한 크기의 간판이 보인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지런히 걸었다. 저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연두색 간판. 이곳에 카페가 있음을 휘황찬란하게 광고하지 않고, 조용히 2층에 자리하고 있어 무심코 지나가다가는 쉽사리 놓칠 법하다. 갤러리 카페인만큼 그날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벽을 따라 한 바퀴 돌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노라니 이 작품들이 원래부터 이곳에 쭉 걸려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주인장의 대답은 작품이 걸린 지 일주일도 채 안됐다는 것. 이번 전시를 위해 밤을 새워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액자를 새로 골랐겠지만 그 이름 모를 작가의 작품 또한 ‘무대륙’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 안에 잘 녹아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무대륙’에선 트렌디하거나 세련된 맛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한번 들르면 마치 내 집처럼 편안히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차와 알코올은 물론 카레, 태국식 볶음국수 등 맛있는 음식 또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온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쪽 벽면엔 읽을 만한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고, 전시는 물론 공연, 벼룩시장, 낭독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시시때때로 열리니 시간을 잘 맞추어 간다면 뜻밖의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이번달엔 14명 작가의 전시 및 공연과 제 6회 무대륙 낭독회, 그리고 홍대에서 디자인학부의 워크숍을 이끌고 있는 강사 브래드의 사진전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5월 19일부터 열릴 브레드의 사진전은 그가 지난 몇 년간 아시아 지역을 돌며 찍은 사진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작품 판매 수익금은 ‘성매매없는 세상, 이룸’에 기부될 예정이다.
그림, 영상, 음악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예술을 함께 즐기고픈 이라면 누구든지 부담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곳. 장르의 구분이 없듯 격식 또한 차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무대륙’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각계각층의 예술가와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고 싶다면 이곳 ‘무대륙’만큼 제격인 곳이 없다.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고 싶은 날, 그대 곁에 ‘무대륙’이 있음을 잊지 말자. 문의 02-324-9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