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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project 2 - 도시갤러리프로젝트

2007-08-28



‘도시가 작품이다.’ 서울시가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는 ‘도시갤러리프로젝트’를 한창 진행 중이다. 창의적인 공공미술을 공공장소에 설치함으로써 삶이 곧 문화가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 목표. 서울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그리고 만드는 '도시갤러리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살짝 들여다봤다.

취재 | 서은주 기자(ejseo@jungle.co.kr)
자료 제공 | 서울도시갤러리추진센터

그간 미술관 안에 갇혀 있던 예술품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예술품들은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는 수준을 넘어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으로 만들 계획이다. 숭례문, 남산, 시청, 덕수궁 등 서울의 전통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장소뿐 아니라 지하철역, 고가, 교각, 굴다리 등 시민들이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곳이면 어디든 훌륭한 전시장소가 된다. 그간 서울이 회색빛의 무표정하고 무심한 도시였다면 이제 문화가 곧 삶이 되는 쾌적하고 편안한 미술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지난달 옥수역이 색의 향연을 펼치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 길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매일 피곤하고 지친 일상으로 출퇴근하는 관문인 지하철역이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 위한 플랫폼으로 바뀌어 시민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컬러’라는 주제로 미술가 양주혜, 고낙범, 건축가 지승은, 디자이너 이상진, 큐레이터 이승수가 모여 예술가별로 색점, 색면, 색흐름 등 색의 향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로써 옥수역은 “지루하고 무미건조했던 이동 통로가 아트 게이트로 모습을 바꾸어 그간의 삭막함을 치유했다”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옥수역을 시작으로 한 ‘도시갤러리프로젝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예술가들이 마포 일대를 돌며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미술적 요구를 해결해주는 ‘예술가가 달려갑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개천을 문화공간으로 확장하는 ‘개천에서 공공미술 나다’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또 어린이들의 놀이방이나 공부방을 예술가들이 찾아가 꾸며주는 ‘놀이방+공부방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2010년까지 서울광장, 동대문시장, 덕수궁 돌담길, 한강 주변 등을 벽화, 조각 등으로 꾸미고 서울 곳곳에 놓인 벤치, 버스쉼터, 가로등, 맨홀뚜껑 등 가로시설물에 디자인을 입힐 예정이다. 또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서울의 상징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포럼을 지속적으로 열어 ‘인상적인 서울 만들기를 위한 이미지 찾기’를 시도한다. 이와 함께 뉴타운, 균형발전촉진지구, 재개발지역, 구청사, 동사무소, SH공사아파트 등 서울시 개발사업 지역에 공공미술을 접목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과거 미술장식 제도가 도시환경과 상관없이 예술가의 작품을 단순히 설치하는 데 그쳤다면 도시갤러리프로젝트는 미술, 건축, 도시,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아무리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을 공공장소에 세웠을지라도 시민이 외면한다면 그 작품은 결국 철거해야 한다. 때문에 작품을 감상할 시민이 함께 참여해 공공공간을 꾸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용이나 제도적인 문제가 뒤따르기는 하지만 그전에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급선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공간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식부터 먼저 향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갤러리 추진센터는 시민들로부터 자유로운 제안을 받아 이를 가지고 토론회, 포럼, 전시 등을 열어 도시갤러리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서울도시갤러리 추진센터 류제홍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그는 또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란 일상에서 시민들이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서울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표현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공모를 열어 경쟁을 통한 작품 선정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서울이 워낙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도시이다보니 숭례문, 신문로 등을 위한 디자인 공모에서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제안은 많았지만 역사성이 부족해 결국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편 옥수역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제2의 옥수역을 함께 만들자는 구(區) 단위의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이외에도 애초에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안국동 로터리의 보행자통로, 망원동 자전거전용도로의 조형물, 서울숲과 한강둔치로 이어지는 보행교의 조형물, 노량대교의 벽화 등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10월 지자체 최초로 서울시공공미술위원회가 구성되어 아직 시범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초기단계인 만큼 크고 작은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올해에는 전 분야에 걸쳐 서울의 얼굴을 바꾸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내년에는 주요 장소에 예산을 보다 집중하고,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보 제공과 교육 등에 더 많은 힘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시민, 특히 디자이너의 관심과 참여가 더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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