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3
“지금의 타이포그래피는 문자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10월 6일 삼원페이퍼갤러리에서 ‘도쿄 TDC 07 서울전’ 개막을 기념하여 일본인 디자이너 아사바 카츠미의 초청세미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과거에 만들어진 문자로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재 | 이동숙 기자
자료제공 | 삼원페이퍼갤러리
인간은 입으로 뱉은 말을 기록하기 위해 이를 이미지화했고, 이미지화된 이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되기 위해 간단한 기호로 변형되어 오늘날의 문자에 이르게 된다. 그 기호는 근대에 이르러 또다시 이미지로 돌아가 문자는 물론 그들의 배열과 주변과의 어울림 등을 아름답게 시각화하기에 이른다. 타이포그래피는 근대에 와서야 디자인으로 확립되었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된 아니 우리의 근원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아사바 카츠미는 그간 이러한 문자를 미래적으로 재창조하고 아시아의 문자들을 자신만의 디자인 해석으로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여왔다. 그는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소수민족 나시족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상형문자 동파문자(東巴文字)에 대한 애정과 조예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파문자는 오늘날 유일하게 사용되는 상형문자로 문자 자체가 그래픽디자인이다. 그는 1990년 첫 개인전에서 동파문자를 사용한 신작을 발표하였고 그 다음해 뉴욕의 쿠퍼유니온에서 아시아 문자 전람회를 개최했다. 이후 그는 아라비아 문자, 인도의 데이 배너 가리 몬지, 타이 문자 등을 소개해 왔다.
이번 아사바 카츠미의 세미나는 그가 설립한 도쿄 TDC에서 개최하는 국제공모전의 수상작과 우수작 60여 점이 전시되는 ‘도쿄 TDC 07 서울전’에 맞춰 진행되었다. 도쿄, 오사카, 홍콩, 호주에 이은 순회전으로, 타이포와 디자인에 관한 참신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계속된다.
당신의 눈에 비친 한국의 타이포그래피는 어떤 모습인가?
한글이라는 독특하고 창조적인 문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디자이너 안상수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거리에서 보니깐 한글이 매우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거리에 한글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니 의외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영문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영문이 많다고 느끼진 않았다. 거리에 한글이 많아 (외국인으로서) 불편함을 조금 느낄 정도였다. 일본은 한국보다 영문 사용이 많은 편이다.
일본의 타이포그래피는 현재 어떤 경향을 띠는가?
한자, 히라가나, 가타가나, 영어 총 4가지 문자를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현재 추세다. 예전에는 영문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네 가지 문자를 함께 사용한다. 가장 쉽고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문자 메시지에서 이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문자를 알고 쓰고 있는데, 그중 가장 미학적인 문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굳이 꼽으라면 한자의 해서체를 들겠다.
문자 자체가 미학적이라면 타이포그래피란 것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는 과거에 만들어진 문자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의 모습으로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바로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앞서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비전을 가져야 한다. 자신과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비전이 확실한 상태에서 디자인을 시작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하루에 적어도 10가지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재능과 끼 그리고 사물에 대한 정보 습득이 빨라야 하며 사교적이어야 한다. 정보를 습득할 때는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냉정한 판단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건강해야 한다. 디자인도 체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난 탁구 9단이다.
모자를 항상 쓰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군인이 전쟁터에 나갈 때 모자를 쓰지 않는다면 위험해지는 것과 같다. 치열한 디자인세상을 위한 나만의 필수품이라고 해두자. 이제는 모자를 안 쓰면 사람들이 날 못 찾는다.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지구의 모든 사물로부터 얻는다. 특히 오지를 찾아가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여행을 좋아한다. 중국의 소수민족이 사용하던 동파문자, 인도의 수많은 언어를 모두 직접 가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디자인에 접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