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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88만원 세대, 세상에 명함을 내밀다!

2008-03-11


'20대데뷔네트워킹센터 희망청’은 장기화되는 청년실업 문제에 관해 20대 당사자가 스스로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머리를 모은 단체다. 앞으로 이 단체는 “20대의 건강한 사회적 데뷔 플랫폼을 제안하는 운동”을 전개할 예정인데, 그 첫 단추가 될 사업 중 하나가 바로 20대 친구들이 모여 만든 A10스튜디오의 ‘유니크카드’다. 기존 명함과 비교해 사이즈나 제작 방식이 다소 다른, 이름 그대로 유니크한 명함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88만원 세대라는 불명예에 가려져있던, 20대라는 건강한 이름을 되찾아준 우리의 명함이기도 하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20대 젊은이의 목표가 ‘삼성직원’과 ‘5급 공무원’인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이 치열한 취업 전쟁에서 죽어나간 이들이 ‘88만원 세대’라는 불우한 타이틀을 달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사는 게 우리 세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희망청은 20대의 이러한 획일적인 사회 진출을 탈피하고, ‘건강한 사회적 데뷔’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데 단체의 방점이 찍힌다. 희망청 6명의 간사들은 각각 “20대의 목소리를 모으고(media), 그것을 기성세대에 전달하며(terminal), 사회적 데뷔 공간을 만드는(platform)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 언론사와의 기획 기사 연재 등을 통해 세대 문제의 사회적 환기와 공론화 등이 바로 지금 이들이 한창 진행중인 작업들이다(이들은 상징적으로 '88만원'을 월급으로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간사 팽도가 맡고 있는 인큐베이팅 사업은 앞서 언급한 '플랫폼 모델'을 20대가 직접 경영자로서 현장에서 실험해보는 것으로서, 그가 설립한 A10스튜디오가 그 실험장이 됐다. 20대 소셜 벤쳐, 20대 사업가 육성, 20대 사업 성공 모델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년 7월, 미투데이(me2day.net)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 A10스튜디오는 쉽게 말하면 명함 제작 회사다. 이곳에서 만드는 유니크카드가 이름 그대로 유니크한 까닭은 명함 낱장이 모두 다른 모양새를 갖는 점. 게다가 me2day와 연계해 낱장 마다 다른 문구를 삽입할 수 있어 본격 ‘맞춤형 명함’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크카드는 홈페이지(www.uniccard.com)를 통해 구매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고르고, 명함 뒷면에 적힐 글귀까지 정하여 신청하면 인쇄를 거쳐 배송되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남과 다른 나만의 명함을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차근차근 입지를 쌓는 중이다. 같은 해 12월 희망청 위탁운영 사업자로 선정, 희망청의 사무실 대여와 R&D 관련 비용(도서 구입 등)을 지원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꾸릴 수 있게 됐다.


홍대 전철역 근처 ‘함께 일하는 사회’ 2층에 희망청을 위해 작은 공간이 마련됐다. A10스튜디오에게 사무실로 할당된 곳은 네모난 책상이 전부. 하지만 펭도, 안지, 예주, 새삼. 가진 것 없는 20대의 네 친구(새삼은 10대 후반이다)가 둘러 앉아 머리를 모을 수 있는 곳을 갖게 됐으니 날개라도 단 느낌이었을 것이다.

화요일에서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꼬박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짜낸다. 작가 ‘레몬’, ‘지연’과의 계약을 통해 그들의 사진을 셀렉션으로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 최근 기획한 발렌타인 박스 패키지와 me2today와의 공동 프로모션 등 제법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바로 이 작은 책상에서 비롯됐다. 이들로서는 사업 공부를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인데, 비록 돈은 궁해도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또한 구매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함께 만들어가는 유대감도 빼놓을 수 즐거움. 최근 어느 구매자의 경우 개인 명함 용도로 올린 사진이 좋아서, 셀렉션으로 판매할 계획까지 있다고 하니 말이다.


A10스튜디오의 막내이자 현재 하자 센터에서 적을 두고 있는 '새삼'은 "하자의 모토 중에 '하루에 두끼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하자'라는 말이 있어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현실이 두렵기까지 했는데,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돈을 버는 일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이 네명의 친구들은 이렇게 제 이름을 똑바로 명함에 적어내리고 있다.


http://www.uniccar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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