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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Nike와 art의 유쾌하고 정중한 만남

2008-05-13


취재 | 이상현 (sh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상업 브랜드와 아트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이제 단발성 기획을 넘어서 트렌드이자 실속 있는 마케팅 툴로 자리 잡고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비통의 협업을 위시한 여러 콜라보레이션이 무엇보다 높은 판매고와 연결되면서 상업 브랜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 형식과 방법은 답보 상태에 있는 듯하다. 아티스트의 작품을 제품에 그대로 옮겨 담는 게 가장 흔한(그래서 지루해진) 형식과 방법인데, 이를 두고 ‘디자인 혁신, 디자인 진보’라는 식의 반응은 사실 억지에 가깝다. 지금까지의 콜라보레이션이 제품을 ‘패셔너블’하게 포장하는 장식적 차원에 머물렀다거나, 예술의 아우라를 상품의 부가가치로 환원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일각에서는 되려 ‘촌스럽다’는 품평이다). 어찌됐든 ‘아티젠(artizen)’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대중의 수요도 점차 늘고 있으니 상업 브랜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앞으로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가운데, 나이키와 아티스트의 주목할 만한 이색 만남이 포착되었다. 바로 50여 가지 컬러로 새롭게 출시되는 나이키 덩크를 젊은 아티스트들이 재해석한 작품이 공개된 것.

Dunk ‘Be True’ Art Gallery 전은 플라잉시티, 권오상, 성낙희, 윤정미 등 주목 받는 현대 미술가와 그래피티 아티스트 JNJ 크루, 피규어 디자이너 쿨레인, 미디어아트그룹 포스트비주얼, 그리고 영국 출신 스니커 페인팅 아티스트 데이브 화이트가 참여해 예술과 상업, 순수미술과 하위 문화, 사진과 인터랙티브 아트 등 다양한 장르가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팝 아트의 현장이 되고 있다.

여느 브랜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과 비교해 나이키의 이번 프로젝트가 의미를 갖는 건, 바로 상업 브랜드가 아트와 정중한 만남을 시도했다는 점이겠다. 앞으로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나이키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티스트를 상품이 아닌 작품으로 먼저 악수를 청하고 있다는 인상이다(동시대의 시대 감성을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는 작가들을 선별해 전시해봄으로써 나이키와 아트가 어떻게 괜찮은 만남을 이뤄낼 것인지 신중히 검토해보는 건 아닐까 싶다).

동시에 참여 작가들은 미술관을 벗어나 젊은이들이 복작거리는 명동 한복판에서 일반 대중에게 작품을 공개해 면식을 트고, 관람객은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통해 어렵기만 했던 현대미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 역시 브랜드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대신 새로운 컨텍스트에 놓이면서, 새로운 소통과 해석을 경험하게 된다.



윤정미
덩크 콜렉터 프로젝트 #1 성호와 덩크, #2 영일과 영일의 덩크


최근 급부상하는 젊은 작가로 단연 손꼽히는 사진작가 윤정미.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에서 차례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그녀는 공간과 사물, 사람에 대한 탐색을 작품 주제로 시도한다. ‘동물원’(1998~2000), ‘자연사박물관’(2001), ‘Space-Man-Space’(2000~2004) 등 그간의 시리즈를 통해 한정된 공간 안에 살아있으되 화석화되고 있는 모든 것들의 단편을, 도큐먼트와 설치 사진이 결합된 스타일로 표현해왔다.

특히 2006년부터 시작해 작가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핑크&블루 프로젝트’는, ‘남아는 파랑, 여아는 분홍’이라는 우리 안에 코드화된 색을 통해 소비사회의 권력 구조와 부모들의 억압기제를 드러내며 일상생활에 제도화된 가치를 다시 한 번 질문하고 있다. 가끔 설정 사진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지만 사진 속 아이와 소지품은 말 그대로 ‘실제’여서, 이 작품은 도큐먼트 사진을 보는 기록적 가치와 재미를 선사한다. 앞으로 작가는 이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어떻게 다른 색깔의 소지품을 사용하는지 그 연대기를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한 작업은, 작가의 최근 핑크&블루 프로젝트와 Space-Man-Space 시리즈와 스타일과 주제의 괘를 같이한다. 실제 나이키 덩크 마니아의 집을 찾아가 그들의 금지옥엽 운동화를 늘어 놓고 정사각 프레임에 담은 사진은, 사물로부터 정립되는 인간의 가치와 욕망을 스펙터클하게 표현하고 있다.



권오상
The Sculpture 11


1998년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에 진입한 젊은 작가 권오상. 모델의 신체를 부위별로 수백 장씩 촬영한 뒤 입체적으로 붙여 완성한 작품 ‘데오드란트 타입(Deodorant Type)’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후 평면 사진을 가는 철사를 이용해 세워 촬영한 ‘더 플랫(The Flat)’ 시리즈로 다시 한 번 사진과 조각의 개념을 고민한 권오상은, 최근 로댕이 오늘날 살아있었다면 어떤 작업을 만들어냈을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전통적인 조각의 기법으로 가장 현대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업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를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나이키 덩크를 주제로 작업하는 아티스트의 책상을 지점토로 형상화한 조각 작품을 선보였다.



플라잉시티
덩크, 슁, 쾅, 통통, 키익

플라잉시티는 현대 도시문화와 도시지리적 현실에 대한 연구 및 비평을 목표로 하는 미술가 그룹으로, 현재 공공설계 스튜디오로서 연구와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별히 서울의 도시조직 형성 과정이 도시 공동체의 변화에 미친 영향, 과밀과 집적의 조건에서 성장하는 도시에 대한 대안적 사유방식을 고민한다. 그동안 특정 장소의 맥락을 드러내는 퍼포먼스, 공상적 도시계획의 단서를 제시하는 심리지도, 서울 도시풍경에 대한 비평을 시도하는 사진 및 일련의 워크숍 등을 통해 서울의 성장 과정을 묘사해왔고, 이는 ‘심리지리’, ‘표류’ 등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작업으로 연결되었다. 2005년 국내 에르메스 매장의 윈도우 디스플레이 작업으로 상업 브랜드와의 첫번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던 플라잉시티는 이번 전시에서는 보다 유쾌하고 명쾌한 설치 작업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쿨레인 _ Coolrainz

홍콩의 전설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 Michael Law, Pal Wong과 더불어 주목 받는 아티스트로 성장, 해외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온 쿨레인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한 덩크 피규어는 농구, 스케이트, BMX, 그래피티 등 스트리트 컬처 속 각양각색 캐릭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2인치 액션 피규어로 표현했다.


성낙희 _ Ready

마커, 스프레이, 컬러시트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그래피티를 연상시키는 추상회화 시리즈를 선보여온 성낙희(일명 나키온)는 한국의 ‘젊은’ 작가로 으레 호출되는 이름이다. 언제나 젊고 참신한 작품을 선보여온 그녀답게 이번 전시에서도 덩크의 메인 컬러를 사용한 회화 작품으로 막힘 없는 드로잉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그녀는 뚜렷하게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구체적인 목적 없이 형태의 결, 색의 흐름에 따라 다음의 선과 면과 색을 결정하며 이들을 연결하고 해체하면서 전체 공간을 구성해나간다. 즉흥적인 의식, 생각, 아이디어의 흐름에 따라 표현된 그녀의 작품은 인간 의식의 흐름과 구조, 표현의 과정을 보여준다.


JnJ Crew

이번 전시의 갤러리 외부와 내부 벽면에 그래피티를 선보인 JnJ 크루는 2001년 결성 후 그래피티 페인팅은 물론 그래픽 일러스트, 뮤지션 부클릿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그들만의 살아 숨쉬는 예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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