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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겨울,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시즌 컬러는?

윤예진 패션디자이너 | 2016-01-19

 

 

 

새해가 시작되었다. 한국은 설이 지나야 진짜 새해라는 개념도 있지만 어쨌든 헌 달력을 치우고 새 달력을 걸지 않았는가? 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한 두 달은 여전히 겨울과 함께 일 것이고, 진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은 봄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3월쯤이 될 것이다. 지구의 대륙 구조상 대다수의 나라들이 한 해의 끝을 겨울로 마무리한다. 그래서인지 겨울은 시작보단 끝, 설렘보다는 아쉬움의 감정이 남는 계절인 듯 하다. 이 겨울 어울리는 컬러를 떠올려보라면 어떤 색이 생각나는가, 눈같이 하얀색? 아니면 춥고 어두운 긴긴밤이 연상되는 검은색?

 

글 ㅣ 윤예진 패션디자이너  

 

 

크리스마스 쿠키와 리스에 백색과 함께 표현된 크리스마스 컬러, 빨간색과 녹색.

크리스마스 쿠키와 리스에 백색과 함께 표현된 크리스마스 컬러, 빨간색과 녹색 (출처: profreshcuresbadbreath.wordpress.comwww.thisdustyhouse.comkassadiiscloset.wordpress.com)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생일이지만 동서양 막론하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랑이 근본이 되는 큰 축제로 전세계에서(전부는 아니겠지만 거의) 즐기고 있다. 기독교에서의 빨간색은 예수의 사랑과 희생을 의미하는데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흘린 성스러운 피를 기리는 것이다. 또한 빨간색은 아담과 이브의 낙원의 사과 색이 기원이라고도 이야기되고 있으며, 가톨릭의 추기경의 복식에 사용된 빨간색은 희생과 속죄, 신의 사랑을 복합적으로 나타낸다.  

 

반면 녹색은 길고 어두운 겨울 동안 실내를 밝히기 위해 수 천년 동안 사용되어 온 색이다. 여기서 녹색은 단순히 색이 아닌 호랑가시나무, 아이비, 겨우살이 등 상록 식물의 색으로서 봄을 기다리는 염원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고대 로마인과 이집트인들은 겨울 내내 집에 종려나무 가지를 장식함으로 행운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중세 시대 동안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이렇게 집안에 녹색을 장식하는 일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 이브에 행해졌는데, 이는 에덴 동산의 천국 나무, 즉 소나무(크리스마스 트리)를 상징하기도 한다. 

 

호랑가시나무와 리스로 만들어진 아이비, 빨간 리본으로 장식된 겨우살이.

호랑가시나무와 리스로 만들어진 아이비, 빨간 리본으로 장식된 겨우살이 (출처: ntpriorpark.wordpress.comwhenlifehandsulemons.comvrikshanurseries.blogspot.com)  

 

또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크리스마스의 빨간색은 바로 산타클로스의 복장에서다. 현대의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주교를 모델로 삼아 만들어진 산타클로스는 주교와 같은 빨간 옷을 입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코카콜라 회사가 처음 홍보를 위해 그들의 코카콜라 상표와 어울리는 빨간색을 산타클로스에게 입히기 시작하면서 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의상은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빨간색뿐만 아니라 보라색, 녹색, 청색 등 종종 다른 색상의 의상을 입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곤 했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인 흰색 장식이 들어간 빨간색 수트를 입은 배가 나오고 살집이 많은 몸매에 흰 수염을 기른 남성의 모습은 20세기 초에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나머지 다른 색 복식의 산타클로스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빨간색 외에도 청색, 보라색, 갈색 등, 여러 색의 옷을 걸친 산타클로스들.

빨간색 외에도 청색, 보라색, 갈색 등, 여러 색의 옷을 걸친 산타클로스들 (출처: www.colourlovers.com)

 

 1921년 미국의 20세기 화가이자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이 '더 컨트리 젠틀맨' 잡지의 커버에 빨간색과 흰색 테마로 산타클로스를 그렸다. 그리고 1931년 헤돈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은 코카콜라사의 홍보를 위해 빨간 산타클로스를 그렸다(코카콜라의 산타클로스 홍보 효과는 단지 여름에 떠올리곤 하던 탄산 음료를 한겨울에도 흥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잡지와 광고지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록웰과 선드블롬이 그린 산타클로스의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 산타클로스의 표준 이미지가 됐다.  

 

노먼 록웰이

노먼 록웰이 '더 컨트리 젠틀맨' 잡지 커버와 헤돈 선드블롬의 코카콜라사의 홍보를 위한 산타클로스 (출처: pinterest.com, hellbom.wordpress.com) 

 

 그렇다면 패션계에서는 어떤가.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사(Pantone Inc.)는 매해 매 시즌 유행할 컬러를 발표하는데, 사실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이상 그 색상을 알아 뭐하나 싶겠지만 패션리더들의 팬톤 시즌 색에 대한 관심은 엄청나다. 몇 해 전부터 패션광고나 쇼핑프로그램 등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버건디(Burgundy)컬러'. 


버건디는 프랑스 와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와인색, 즉 자주색을 말한다. 사실 그전에도 자주색 등의 짙은 붉은 색은 겨울 시즌 컬러로 많이 애용되어 왔다. 그러나 올 해 겨울은 버건디 컬러가 유행이네요 라고 말할 때와 단순히 자주색으로 표현했을 때의 느낌은 좀 다르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보그체라고 비아냥을 사는 패션의 언어 조크가 되시겠다)

어쨌건, 2015년 가을/겨울에 팬톤사가 내놓은 컬러 중 붉은 계열은 마르살라(Marsala)인데 이 역시 이탈리아의 와인이름으로 버건디보다 톤 다운되어 좀 더 우아하다 라고 묘사를 할 수는 있으나, 쉽게 말해 역시 자주색이다.

 

버건디와 마르살라 색상, 팬톤사가 발표한 지난 2015년 가을/겨울 핫컬러 마르살라.

버건디와 마르살라 색상, 팬톤사가 발표한 지난 2015년 가을/겨울 핫컬러 마르살라 (출처: dailycosmetic.com, planhair.co.kr)

 

그러나 '버건디'이건 '마르살라'이건 겨울의 가장 사랑 받는 시즌 컬러는 바로 단순한 빨강, 바로 '레드'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듯이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상징이자 예수의 사랑과 희생을 기리기 위한 빨간색, 중세의 기적극(그리스도, 성도, 순교자의 역사적 기적을 다룬 연극)에 쓰이곤 하던 소나무에 빨간 호랑가시나무 열매, 교회 주교의 빨간 옷과 에덴 동산의 빨간 사과, 하늘을 나는 썰매의 선두 주자 루돌프의 빨간 코, 산타클로스의 빨간 수트, 성탄절 선물을 기다리는 빨간 양말, 구세군의 빨간 냄비, 한없이 따뜻해 보이는 연인들의 빨간 목도리와 장갑, 어린 시절의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내복과 빨간 장미가 가득했던 밍크 이불, 여기에 개인적인 빨간색을 하나 더 더하자면 추운 겨울 저녁 퇴근 후 보글보글 뜨거운 빨간 김치찌개. 

 

여러 유명브랜드에서 내놓은 마르샬라 색상의 의상들.

여러 유명브랜드에서 내놓은 마르샬라 색상의 의상들 (출처: www.tamarachloestyleclues.blogspot.comtheartist.co.kr,​ blogdegalleria.tistory.com,​ www.dorisleslieblau.com) 


2015 F/W에 이어 2016 F/W까지 파리, 런던 등 세계적 패션 컬렉션에서 선보여진

2015 F/W에 이어 2016 F/W까지 파리, 런던 등 세계적 패션 컬렉션에서 선보여진 '레드'의 향연 (출처: becomegorgeous.comfashionisers.comtokyofashionguide.comstyleworldlaurus.wordpress.comnewscentral.exsees.com)

 

역시나 패션 컬렉션에서도 2015-2016년 가을/겨울 버건디나 마르살라보다 더 다양하게 진행된 컬러는 빨간색이다. 어쩌면 늘 가까이 있는 색, 쉽게 볼 수 있는 색, 기본이 되는 색상으로 그리 특별하지 못하다 생각할 수도 있을 빨간색. 하지만 추운 겨울을 가장 뜨겁게, 가장 화려하게, 가장 겨울답게 만드는 겨울의 핫한 시즌 컬러 '레드'의 향연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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