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7-15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인천시 연수구 아암도 앞 시민 휴식공간 부지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08(이하 ‘펜타포트)이 D-Day를 열흘 앞두고 본격적인 카운트 다운에 돌입했다. 트래비스, 언더월드, 가십, 피더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막강 라인업으로 여느 때보다 페스티벌 고어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른 지금, 공모전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발된 펜타포트 공식 티셔츠가 공개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제공 | 옐로우나인
펜타포트 스피릿 담은 티셔츠를 찾아라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넥스트 플로어, 서머 브리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최근 들어 국내에는 야외 음악 공연이 열풍이다. 그 가운데 가히 ‘원조’ 격인 펜타포트가 메가톤급 뮤지션 공연에 굶주렸던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세 돌을 맞았다. 무엇보다 참여 관객들의 열띤 참여와 호응으로 여느 페스티벌과 비교해 펜타포트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중인데, 특히 올해는 ‘You make penta’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펜타포트 공식 티셔츠 공모전을 개최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6월 12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작품 수가 무려 400여 점. 그 가운데 주최 측이 총 6개의 최종 후보작을 선정, 7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네티즌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공모 당선작이 결정됐다. 후보작들은 록, 자유, 열정 등 펜타포트의 페스티벌 정신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유려하게 표현해 예상보다 뜨거운 경합을 벌였고, 그 중 날씨를 나타내는 아이콘과 ‘Weather is nothing’ 문구가 프린팅된 이범석 씨의 티셔츠 디자인이 영예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Weather is nothing
화려하고 개성 강한 후보작 틈바구니에서 펜타포트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끌어낸 이유에 대해 이범석 씨는 “펜타포트에 직접 참여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디자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펜타포트는 날씨와 질긴 인연이 있는 페스티벌이 아니겠는가! 전신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 엄청난 악천우로 진행상 큰 좌초를 경험했던 1999년 이래, 2006년 부활했던 펜타포트는 1회와 2회 역시 궂은 날씨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때마다 참여 관객들은 억수 비를 맞아가며, 되려 개성 넘치는 우비와 장화 패션을 자랑하고, 진흙탕을 뒹굴며 음악과 페스티벌을 만끽했다. 이범석 씨의 티셔츠 문구 그대로 그들에겐 날씨 따위 상관 없었다(Weather is nothing).
“올해로 제 나이가 서른 다섯 살 입니다. 체력이 딸려서(웃음) 방방 뛰어가며 페스티벌을 즐기진 못하지만, 3일간 체류하며 펜타포트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낯선 외국에 온 듯 해방감을 느끼지요.” 펜타포트의 1, 2회를 거듭 참가하며 그 매력을 간파한 이범석 씨는 이를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풀어냈던 것. 게다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홍보 관련 일을 하는 회사원으로 사는 그로서는, ‘당선’보다는 펜타포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이제 25일이 되면 제가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펜타포트를 즐기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려요.”
하지만 실제 판매되는 티셔츠는 디자인이 조금 달라진다. 뒷면의 날씨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앞으로 오고, 등판에는 스케줄이 프린트 될 예정이다. 그는 이 티셔츠를 입고 올해도 신나게 3일 동안 펜타포트에 참가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트래비스가 가장 기대되요. 그리고 이듬해에는 해체 후 재 결성된 관록의 밴드 RATM이 다시 국내에 찾아와 멋진 무대를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Jungle : 올 펜타포트의 전반적인 아트 디렉팅의 콘셉트는 무엇입니까? 지난 해와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김원선 : 일상을 벗어나 2박3일 동안 신나게 즐기는, 놀이문화의 브랜드로 만들자는 것이 이번 펜타포트의 모토였다. 이를 바탕으로 바다와 하늘, 땅이 있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즐기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밝은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했다. 유쾌하며 발랄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놀이의 장으로서 펜타포트를 표현했다. 지난해의 디자인이 강한 임펙트를 보여주기 위하여 강조된 그래픽이라면, 올해는 손맛 나는 일러스트를 메인 툴로 작업했다.
Jungle : 그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포스터, 홈페이지 등의 디자인을 어떻게 구상, 제작하셨습니까?
김원선 : 캐릭터들은 각종 디자인 제작물에 개별적으로 쓰이지만 동일한 ‘Tone & Manner’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베리에이션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하나의 유쾌하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펜타포트를 즐기는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의미도 내포하며 그러한 개개인이 모였을 때 펜타포트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재미를 스케일 있게 보여주어야 했기에 동시에 디테일에도 무척 신경써야 했다. 각각의 여러 제작물에서는 일러스트로 유쾌한 위트를 표현하여 제작물에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 홈페이지는 기존 레이아웃에 친숙해진 유저들에게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지 않게 아트웍을 바꾸는 개념으로 제작 되었다. 더불어 펜타포트의 맑고 청량한 느낌을 상징하는 블루 칼라의 컨셉은 유지하면서 진행하였다.
Jungle : 펜타포트에 갖는 개인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펜타포트를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다면요?
김원선 : 어릴 적,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아트디렉터의 꿈을 키워왔다. 그런 나에게 음악이란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영감이 되어주는 것은 물론 내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내가 참여하여 아트디렉팅을 한다는 의미 외에도, 펜타포트는 2박3일이란 시간 동안 컴퓨터와 에어콘에서 잠시 벗어나 기분 좋은 땀과 에너지로 내 안의 젊음을 찾는 장이기도 하다.
펜타포트를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에 있어 정답은 없다고 본다. 개성에 따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옆 사람 눈치 볼 거 없이 춤을 춰도 되고, 그늘에 누워있어도 되고, 술과 땀에 범벅이 되어도 좋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각자의 자유와 일탈을 꿈꿀 수 있는 페스티벌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모기약, 데오드란트, 수건, 장화 같은 기본적인 준비물 이외에 작년과 재작년 펜타포트를 즐기면서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준비물은, 페스티발의 분위기를 ‘업’ 시킬 수 있는 무언가이다. 어떤 메시지나 위트가 담긴 대형 깃발이 될 수도 있고, 작년 펜타포트 사진을 보면 꼭 등장하는 긴 해골 인형이나 토끼 인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개인적으로 준비한 아이템들은 페스티벌의 분위기 고조 외에도 수많은 인파 속에서 일행이나 친구들이 모일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는 기능도 있다.
Jungle : 이번 펜타포트에서 가장 기대되는 뮤지션은, 그리고 앞으로 꼭 찾아와줬으면 하는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김원선 : 올해 펜타포트의 헤드라이너인 TRAVIS와 UNDERWORLD는 둘 다 기대가 된다. 워낙 두 팀의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최고 한 팀을 뽑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들이 무대에서 라이브로 보여주길 기대하는 곡은 TRAVIS의 'SING'과 'U16girls' 그리고 Underworld의 'Born Slippy'와 'REZ'다. 정말 기대 된다. 그리고 앞으로 펜타포트에 꼭 찾아와 줬으면 하는 뮤지션은 절대적으로, Radiohead!
글 | 화이트퀸(윤태호, 자유기고가)
라인업에 대하여
1. 예년에 비해 못하다?
Muse와 Chemical Brothers, Ocean Colour Scene등이 출연했던 2007년이나 Franz Ferdinand, Placebo, Snow Patrol, Strokes까지 출연했던 2006년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국내에서의 인지도만을 놓고 보자면 틀린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훨씬 참신한 라인업이라 평할 수 있겠다. 특히 마지막 날에는 Underworld와 Kasabian, Hard-Fi, Feeder를 모두 만날 수 있어 미리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질 듯 하다. 현실적으로 단독 공연이 어려워 보이는 실력파 밴드들이 대거 참여하여 신선함을 더한다.
2. 영국 Rock Festival의 재연?
올해도 유달리 영국 밴드가 많다. The Music, The Go! Team, Travis, Kasabian, Underworld, Hard-Fi, Feeder, Tricky등 외국의 밴드 중 과반 이상이 영국이다. 미국 밴드는 The Gossip뿐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영국 밴드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The Beatles, Queen, Duran Duran, Radiohead와 같은 밴드를 상기해보면 될 것 같다. 따라서 영국 밴드가 많다는 것은 Bad News가 아닐 듯 하다.
Ellegarden (일본)
25일의 라인 업을 살펴보면, 그 어느 날 보다 뜨겁고 폭발적인 무대가 될 것임을 기약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뜨거운 무대의 중추적인 밴드는 아마도 Ellegarden이 될 것이다. 왕성한 혈기와 수려한 멜로디로 Dash하고, 태양보다 더 뜨겁게 작렬하는 그들의 Sound를 짜릿한 라이브로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이미 많은 팬들이 단독 공연을 통해 경험했다. Punk에 기반하여 에너지와 멜로디를 쏟아내는 밴드. 설령 그들의 음악을 모른다 하여도 자연스레 환호하고 몸을 들썩이게 될 것이다. ‘Make A Wish’와 ‘Marry Me’는 CF에도 삽입되어 너무나 유명하니 대규모 합창도 기대해 볼만하다!
The Music (영국)
뻔뻔한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The Music이라니... 하지만 그들은 겁 없는 풋내기가 아니다. 이미 세 장의 앨범을 공개하여 기대 이상의 지지를 끌어냈으며, 큰 무대 경험도 지니고 있는 The Music이다. Hard Rock이 맹위를 떨친 1970년대부터 1980년대의 New Wave, Hybrid Music이 범람하는 현대의 음악까지 섭렵한 사운드는 라이브를 통해 더욱 큰 힘을 과시하게 된다. 신비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여름에 더욱 어울리는 The Music의 Music! 이제 ‘Take The Long Road And Walk It’을 라이브로 들으며 온몸을 흔들 일만 남았다.
Travis (스코틀랜드)
영국인들은 아직도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와 Glastonbury의 ‘작은 마법’을 잊지 못한다. 과거를 뛰어넘는, 진솔하고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묵은 맛을 더한 가장 최근의 작품 ‘The Boy With No Name’이 예전만 못한 반응을 얻었지만, 그것으로 Travis의 몰락을 언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Oasis와 더불어 ‘영국의 국민밴드’ 란 호칭을 이끌어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밴드. 과거의 익숙한 히트곡은 물론, 가장 최근의 곡인 Selfish Jean과 Closer 등을 미리 익히고 그들을 만난다면, 무더운 여름 밤을 수놓을 멜로디에 젖는 맛이 더할 것이다.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가 연주될 때, 다시금 촉촉한 빗방울이 우리를 축복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고.
The Vines (호주)
처음 그들이 등장했을 때, 평단에서는 ‘The Beatles와 ‘Nirvana’의 결합이라는 평가와 함께 그들을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The Vines에게 큰 이득을 주진 못했다. 원초적인 면과 수려한 멜로디, 다소 몽환적인 발라드를 섞은 세 장의 정규 앨범은 기대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The Vines의 음악은 지금도 꾸준히 Play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Ride’란 곡이 자주 방송을 타며 유명해졌고, Winning Days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음악적으로 양면성을 보이는 The Vines지만, 무대에서는 더욱 Wild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 작년에 발매된 베스트 앨범이라도 한 번 듣고 공연을 관람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Hard-Fi (영국)
국내에서는 두 번째 앨범이 지각 발매되는 것으로 보아 인지도가 높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밴드를 하나만 선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Hard-Fi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300파운드의 혁명’과도 같았던 데뷔작 ‘Stars Of CCTV’는 실로 대단했다. Punk와 Disco, House외 다양한 장르를 녹여 섞어낸 참신하고 개성 있는 사운드는 기대 이상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의 음악이 ‘국내취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Cash Machine’, ‘Living For The Weekend’, ‘Surburban Knights’는 ‘관람 전 필청 곡’이다. 그럼에도 취향을 운운하시겠다면, 매우 감성적인 발라드 ‘Move On Now’를 추천한다. Hard-Fi의 라이브를 접할 당신은 대단한 행운을 거머쥐는 것이다.
Feeder (영국)
웨일즈 출신의 Feeder는 벌써 1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관록의 밴드다. 영국 전역을 강타했던 블러(Blur)와 오아시스(Oasis)의 전쟁과 Brit Pop 파동(?) 이후 등장한 Feeder는, 헤비한 리프와 상반되는 수려한 멜로디를 입힌, 경쾌하면서도 감성적인 사운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다소 엉뚱하게도 CF에 삽입된 꿈결 같은 사운드의 ‘Feeling A Moment’가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으며, ‘High’, ‘Burn The Bridges’, ‘Buck Rogers’ 등이 Feeder를 대표하는 곡이다. 이미 자국에서의 큰 페스티벌을 경험한 그들이기에, Feeder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와 달콤한 멜로디는 무대에서도 멋지게 재연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