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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존 케이지와 아방가르드

2008-09-02


국내 유일의 실험영화 축제인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EXiS)이 9월 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서울아트시네마 • 인디스페이스 • 스페이스셀에서 개최된다. 영화 창작과 관람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탐구하자는 취지를 담아 '유희 遊戱'를 슬로건으로 180여 편의 상영작이 공개된다. 뿐만 아니라 관련 세미나 및 워크숍 등 풍성한 부대행사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현대예술 및 실험영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존 케이지의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존 케이지 스페셜’과 참가자들이 직접 실험영화를 제작, 상영해볼 수 있는 ‘핸드메이드필름 워크샵(9월 6일 오후 3시, 장소 스페이스셀, 선착순 20명 무료입장)’이 눈길을 끈다.

에디터 | 이상현 (shlee@jungle.co.kr)
자료제공 |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2008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올해 EXiS 2008은 개막작인 헬렌 힐의 <윙어 부인 영화 만들다 : 21세기 생존법> 과 애비게일 차일드의 <자비> 를 필두로, 먼저 국내외 작가들의 공모작 가운데 우수 작품에 시상하는 국제경쟁부문 EX-Now, 변화하는 실험영화의 현재적 경향을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비경쟁 기획부문 EX-Choice가 세계 실험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를 발굴 선정하여, 그 작가들의 작품들을 집중 조명하고 이를 통한 작가연대 및 담론을 만들어가는 Indi-Visual, 미국 여성실험영화계의 거장 애비게일 차일드의 작품상영 및 강연회와 타계한 캐나다의 실험영화작가 헬렌 힐을 추모하며 그의 작품과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상영하는 EX-Retro가 실험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준다.

한편 해외 랩들의 작업과 실천과정으로부터 현재 한국의 랩이 안고있는 과제와 방향을 설정하는 힌트를 얻을 Lab Program, 무성으로 제작된 영상을 상영하면서 사운드트랙을 대신하는 실험음악 작가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EX-Live 등으로 한층 풍성해진 영화제를 만끽할 수 있다.


1954년, 어느 음악가가 자신의 연주회에서 ‘4분 33초’라는 타이틀의 곡을 발표했다. 무대 등장한 연주자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몇 분 후 뚜껑을 닫고 무대를 내려갔다. 그 시간 (4분 33초) 동안 들린 모든 소리가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그가 바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작곡가이며 전후 아방가르드의 대표 예술가였던 존 케이지(John Cage)이다.

음악가이자 철학자, 작가, 화가, 균류학자(버섯)였던 존 케이지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그의 영향을 받은 실험영화들을 한 자리에 확인할 수 있다. 9월 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이 존 케이지 특별전을 야심차게 준비한 것. 현대 예술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 케이지와 함께 현대 아방가르드 예술의 역사를 만나보자.


[존 케이지 스페셜 1 : 케이지의 실험들]

이 프로그램은 존 케이지가 실천했던 여러 실험들 중 중요한 몇 개를 선택하여 구성하였다. ‘이것은 음악인가?’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재촉했던 케이지의 선문답적인 정신을 ‘이것은 예술인가?’라는 질문과 연관시켜 보았다. 깜박이는 빛만 존재하는 <플리커> 는 영화의 본질을 가장 당혹스럽게 질문하는 작품일 것이다. 주위의 모든 사물은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믿은 케이지는 그것들을 예술 창작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그의 실험이 동시대에 활동했던 브래키지가 나방의 날개로 만든 영화와 공유되는 부분을 짚어 보았다. 존 케이지의 교훈을 실행에 옮긴 브루스 엘더의 작품은 우연성 작업chance operation의 컴퓨터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케이지가 제작에 참여한 백남준의 작품은 실시간의 공정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다. 예술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단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담을 뿐이라는 케이지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플리커 Flicker | Tony Conrad | 30min | 16mm | 1966
이 영화는 악명 높은 작품이다. 관객을 자신들이 앉아 있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과연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수많은 이들이 이 영화에 대한 논평을 시도했다. 매우 독특한 시각적 재료들이 1초에 24프레임의 속도로 분사된다. 이 영화는 잠재적으로 광원성 간질환자나 편두통을 지닌 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나방불 Mothlight | Stan Brakhage | 4min | 16mm | 1963
인시류(鱗翅類)의 본질이 투명한 마일라 테이프 사이에서 재창조되었다. 애니메이션의 영혼인 셈이다. 검정이 흰색이고 흰색이 검정이라면 나방이 탄생부터 죽음까지 보게 될만 한 것들이다. “브래키지는 카메라 없이 <나방불> 을 만들었다. 단지 나방 날개와 꽃을 필름 위에 붙이고 인화장치에 넣었을 뿐이다.” - 조나스 메카스
스탠 브래키지는 나방의 날개나 꽃잎 등을 필름 프린트 위여진 이미지를 프린트로 뽑아내었다. 는 나방의 생명없는 날개가 영원성을 지닌 빛의 매체를 통하여 깜박거리는 날개짓으로 부활하는 듯하다. 이는 마치 나방 (날개)의 죽음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생명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이다. 그것은 죽음과 부활의 메타포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존재의 본질이며 움직임이다. - 켄 켈만

Infunde Lumen Cordibus | Bruce Elder | 22min | 16mm | 2004
“Infunde Lumen Cordibus는 스테판 울프람Stephen Wolfram의 작품에서 가져온 법칙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이미지의 색와 쇼트의 길이 시각효과의 선택 등이 시스템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컴퓨터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된 사건들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존 케이지의 미학에서 받은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자연의 원칙을 예술은 모방해야한다고 하였고 나는 그 교훈을 실천하려고 하였다. 음악은 콜린 클락과 조쉬 토프에 의해 유사한 시스템을 이용하여 작곡되었다.” (브루스 엘더) 제목은 “내 마음을 불로 채워주세요.”로 해석될 수 있으며 성 암브로즈에게 바치는 주일 저녁기도회Sunday Vespers의 찬송가의 제목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Catch 44 | 백남준 | 39min | BetaSP | 1976
캐치44는 백남준과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으로 존 케이지의 작곡에 드는 과정에 사용되는 즉각성과 실시간 비디오의 개념이 사용되었다. 케이지가 직접 보스톤의 WGBX TV 방송국에서 제작한 "WGBX: 작곡가와 기술자들을 위한 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자의 기대를 뒤엎고 즉흥은 작곡의 중요한 요소라는 케이지의 믿음을 강조하면서 공연되어질 음악을 작곡한다. 케이지에게 있어서 그의 작품은 모순, 방송 스튜디오의 현장 소음, 사운드의 변환을 담고 있으며 침묵은 자연과 순간들마다 벌어지는 퍼포먼스의 방향을 결정해준다. 그가 사용하는 반복, 부조리, 샘플 사운드와 침묵 등을 통해 관람자 또는 청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음악적인 이론과 작곡에 대한 전통적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힘있게 제안한다.


[존 케이지 스페셜 2 : 우연성 기법]

존 케이지의 핵심적인 아이디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연성이다. 케이지가 우연성 기법을 사용하여 작곡을 할때 소리의 단위를 결정하는 음의 높이, 지속길이, 피치 등을 일일이 그 과정을 통해 결정하였다면 이 작품은 영화를 결정하는 빛과 카메라 움직임 등의 우연성 이미지를 보여준다. 긴 시간 동안 추상적인 이미지 위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진정한 우연성의 결과가 때로는 아름다움을 때로는 지루함을 때로는 깨달음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이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것은 케이지가 말하는 이해와 경험의 차이점 중 경험을 거쳐가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One 11 and 103 | John Cage and Henning Lohner | 94min | BetaSP | 1992
두 부분이 합쳐진 이 작품은 빛의 추상이 예술가이자 작곡가인 존 케이지에 의해 만들어진 사운드와 공간을 탐험한다. 개별적으로 분리된 두 작품이 결합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통일될 것을 의도하고 만들어졌다. One 11은 “카메라 맨의 솔로”라고 설명될 있는 작품이다. 케이지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One 11은 주제 없는 영화이다. 거기에는 빛이 있지만 반복과 변주에 대한 아무도, 아무런 사물도, 아무런 아이디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힘을 변형시키고 소개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소통으로서 우리의 관심을 벗어나는 빛과도 같이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소통을 이루는 의미없은 행위이다.” 이어 <103>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03>은 관현악 작품이다. 17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모든 현악기와 타악기들 위한 17개 부분들은 같은 길이이다. 목관악기들과 금관악기들은 다른 구성을 따른다...우연성 기법을 이용하여 관악기의 숫자가 17개의 각각 파트에서 변하게 된다.” 이 두 작품들이 같이 연주될 때 제목이 이 된다. 이 작품은 1992년에 콜론 필하모니에서 WDR 관현악단에 의해 초연되었다. 이 작품의 제작에 케이지가 직접 참여하였다.


[존 케이지 스페셜 3 : 케이지와 친구들]

존 케이지가 영향 받은 많은 (수정된 내용) 네 명의 예술가를 골라 보았다. 제임스 조이스는 텍스트를 써내려가는 작가의 행위를 문학적인 형식 안에 담아내려고 했던 현대 예술의 정점을 이룬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에게서 커다란 영향을 받은 케이지는 자신의 실험과 연결시키고 조이스의 시도를 확장하여 '의미 없는‘ 사운드로 그의 텍스트를 해체 한다. 마르셀 뒤샹은 20세기 현대 미술의 아버지이다. 변기를 갤러리에 전시하며 이것이 예술일 수 있다는 언어적 담론의 개념미술을 시작하였다. 익숙한 것의 고정된 고리를 끊는 전략은 케이지와 공유되었다. 실제로 둘은 자주 체스게임을 함께 즐기는 친구이기도 했다. 케이지의 공연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은 백남준은 그의 일생에서 그에 대한 존경심을 언제가 언급하였다. 백남준은 케이지가 크게 영향을 준 플럭서스의 대표적인 작가였으며 같은 영역에서 활동하던 동료였다.
또한 같은 케이지와 동시대에 미국에서 실험영화의 영역에서 활동하며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작품의 커다란 명제로 삼으며 창작해온 대단히 중요한 인물인 조나스 메카스의 작품도 포함되었다.

존 케이지, 제임스 조이스를 공연하다 John Cage Performs James Joyce | Takahiko Iimura | 15min | VHS | 1985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적인 텍스트를 케이지가 분절시키고 재배합시켜 글자가 아닌 음성적인 요소로 변환하였다. 이를 직접 낭독하는 케이지의 퍼포먼스를 동료 작가 타카히코 이이무라가 직접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Tribute to John Cage | 백남준| 29min | BetaSP | 1973
<존 케이지에 대한 헌정> 은 아방가르드 작곡가인 존 케이지에 대한 찬사이다. 현대 미술과 음악의 중요한 인물인 케이지는 백남준의 작품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친구와 협업자이기도 했다. 다층적인 구성으로 묘사하는 케이지의 초상은 백남준이 케이지의 퍼포먼스와 우화 그리고 인터뷰로 구성하고 있으며 케이지의 전략과 아이디어들과 평행을 이루는 부분들로 채워지고 있다. 케이지의 급진적인 음악적 미학-우연성, 무작위성, 사운드의 민주화-을 설명해주는 그의 철학과 방법론은 하바드 광장에서 4분33초 공연을 한다든지 주역을 이용하여 퍼포먼스의 장소를 결정하는 장면들이 소개되면서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백남준의 , TV브라를 포함한 샤롤렛 무어만과의 퍼포먼스들, 작곡가 앨빈 루시에의 우화 등이 콜라쥬 되어 있다.

마르셀 뒤샹과 존 케이지 Marcel Duchamp and John Cage | Shigeko Kubota | 28min | BetaSP | 1972
쿠보타는 20세기 미술과 음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인 두명, 마르셀 뒤샹과 존 케이지에게 찬사를 보낸다. 둘은 그녀에게 또한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이기도 하다. 쿠보타는 케이지의 음악이 위로 보이는 그들의 사진을 전기적인 신호로 변형시킨다. 이미지는 1968년 게임이자 콘서트인 체스를 두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체스판은 전기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음악적인 악기의 역할로 전환되어 사운드를 발생시킨다. 그녀가 기록에 남긴 이 역사적인 퍼포먼스는 사적인 접근으로 생명을 얻는다.

[존 케이지 스페셜 4 : 다큐멘터리]

죽음에서 일어선 미국 인디언의 복수 Die Rache der Toten Indianer | Henning Lohner | 125 min | color, sound |1993
헤닝 로너가 시도한 존 케이지의 초상은 그의 예술정신에 대한 찬사가 포함된 접근과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로너는 다음과 같이 작품에 관해 언급한다. “이 비디오에서 우리는 이 작품이 바쳐진 작곡가 존 케이지의 창의적인 반주곡을 영광스럽게 반길 수 있다. 우리는 ‘특별’하거나 지나치게 유명해져 대중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너무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오히려 쉽게 지나쳐버릴 수 있는 장소 즉 잊혀진 풍경에 집중하도록 해야한다.” 공적인 생활의 42가지 개성들이, (청소부나 마트의 판매원 처럼) 알려졌거나 무명이거나 간데, 텔레비전의 매체를 이용하여 서로 대화를 나눈다. 주된 주제들은 우연성, 길의 소음, 인간의 뇌, 현대 사회의 ‘라디오 머리’ 등이다. 이 영화는 존 케이지가 실험했던 작곡기법의 구조를 띄고 있으며 음악적인 공정을 영화라는 매체로 자유롭게 가져온다.



[존 케이지 스페셜 5 : 불확정성/설치]

무한대로 이어지는 끝이 없는 또는 여정으로 이어지는 제프 로빈슨의 설치작품은 존 케이지의 불확정성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확정성의 핵심은 그것을 창조한 작가도 그 결과에 대해서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며 우연성에 기반한 시스템만이 그것을 결정할 뿐이다. 이 작품은 플래시로 만들어진 영상작품이다. 색, 움직임 그리고 혼합의 법칙은 무작위로 프로그래밍되어 반복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도록 고안되었다. 따라서 작품의 길이 무한대이다. 단 한순간도 고정되거나 반복되지 않으며 언제나 변화하면서 진화하는 유기적인 구조를 지닌다.

통사론(統辭論) Syntax | Zev Robinson | unlimited | DV | 2008
<통사론(統辭論) syntax> 은 색, 움직임 등의 요소들이 무작위로 혼합되도록 프로그램된 플래시 작품이다. 반복하지 않기 때문에 관람자는 같은 것을 두 번 이상 보지 않게 되는 영상이 무한대로 지속된다. 따라서 작품을 상영하는 길이만큼 지속된다. 새롭게 재생할 때 마다 매번 다른 시작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에서 이상적으로 상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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