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1
경희궁에 기묘한 건축물이 세워진다. 보는 곳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는 이 건물은 건축, 현대 예술, 패션의 역사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문화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프라다 재단의 진두지휘 아래 150여일 간 펼쳐질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 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을 아우르며 문화 폭격을 가할 심산이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는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이 진행하는 단독 문화 행사로 그 본거지가 서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세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프라다의 문화 프로젝트가 서울의 경희궁에서 열리게 된 것은 서울이 전통과 첨단의 공존, 역동성, 그리고 문화 예술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었다는 재단 측의 판단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 충격을 선사함으로써 역사 속 문화재인 경희궁이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한편,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질 ‘트랜스포머’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와 건축사무소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가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육각형, 십자형, 직사각형, 원형이 결합한 사면체 철제 구조물로 구성된 이 건축물은 크레인을 통해 역동적으로 회전한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막으로 완전히 덮여 있으며, 회전할 때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트랜스포머의 네 면은 각기 다른 문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됨으로써 하나의 공간에 4가지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있다. 한 면이 바닥 역할을 할 때 다른 세 면은 벽이 됨으로써 공간의 성격을 재정의하고, 이전의 행사와 이후의 행사를 구조적으로 연관 짓는다.
프라다 트랜스포머에서는 4월 25일부터 6개월 동안 패션, 영화, 미술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행사들은 패션, 예술, 영화, 디자인, 퍼포먼스 등의 여러 분야가 점차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각 장르 간의 담론을 주도하는 한편 조화를 이루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울 시민은 물론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예술 관람이 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공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트랜스포머를 통해 알리기 위함이다.
첫 번째 문화 행사는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의 “웨이스트 다운(Waist Down) – 미우치아 프라다의 스커트” 전시회다. ‘인 모션(in Motion)’이라는 주제로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약 한달 동안 선보일 예정이다. ‘웨이스트 다운(Waist Down)’은 무한한 판타지와 이야기의 매개물인 스커트 특별 전시회로 1988년부터 현재까지의 미우치아 프라다 개인 소장 컬렉션 중 엄선된 스커트와 함께 스커트 속에 담을 수 있는 현란한 아이디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8개 패션디자인학교 출신의 학생들이 디자인한 스커트와 마네킹을 함께 선보인다. 패션계의 상호교류를 통해 패션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공식 웹사이트(www.pradatransformer.co.kr)를 통해 예약 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스커트 전시회의 바통을 이어받는 문화 행사는 영화 바벨(Babel)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감독의 시네마 프로그램 “Flesh, Mind and Soul”이다. 6월 26일부터 시작되는 이 독창적인 영화제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영화 평론가 엘비스 미첼(Elvis Mitchell)과 공동으로 기획하였으며, “Flesh, Mind and soul”이라는 컨셉트 아래 풍부한 영화적 감성을 창조해온 육체적, 지성적, 영적인 관점의 영화들로 꾸며져, 다양한 장르와 국가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7월 30일부터 펼쳐질 세 번째 문화 행사로는 프라다 재단에서 마련한 설치미술 전시회 ‘턴 인투 미(Turn into Me, 2008-2009)’가 준비되어 있다. ‘턴 인투 미’는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의 감독 하에 스웨덴 출신 아티스트 나탈리 뒤버그(Nathalie Djurberg)가 제작한 설치미술작품이다. 이 설치물은 여러 개의 3차원 건축물로 구성되며 그 안에서 엽기적이고 풍자적인 애니메이션 영화가 비디오 스크린 위에서 상영된다. “턴 인투 미”는 2008년 4월 밀라노 프라다 재단에서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추가 작품 하나가 밀라노에서 선보였던 작품과 함께 선보이게 된다. 한편 대미를 장식할 패션 분야의 스페셜 이벤트에 대한 내용은 미정이며 추후 프라다 트랜스포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오는 25일부터 진행될 첫 번째 전시회를 위해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라다 트랜스포머. 과연 어떤 문화와 감성을 전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