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01
삼성에서 출시한 ‘아르마니폰’이 탐이 났지만 구매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는다는 것. 해외용으로만 출시한다고 하니 갖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삼성의 마케팅 전략에 넘어간 것일까. ‘아르마니폰’ 뿐 아니라 삼성이 출시하는 핸드폰을 살펴보면 국내와 국외용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삼성은 국내용으로 구분 지어 핸드폰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여러 국가 카테고리 안의 한 나라로 구분 지어 마케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브랜드이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보다 어찌 보면 해외에서 더 인지도가 높을 지도 모를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전자는 무척이나 명석하게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어떤 나라에, 어떤 제품이, 어떤 기능으로 왜 양산되고 있는지, 제품별로 정리해보았다.
글 | 이경(객원 기자), 이미지제공 | 삼성전자
호모 디지쿠스에게 휴대폰이란
최근 디지털 시대 신인류를 일컫는 신조어로 ‘호모 디지쿠스’라는 말이 등장했다. 디지털 시대의 필수품인 휴대폰은 이들 신인류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도구다. 이때 휴대폰의 디테일한 기능까지 활용하고 누리는 능력이야말로 호모 디지쿠스의 필요조건일 것이다.
휴대폰은 통화를 하기 위한 도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지 오래다. 최근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에서 10~30대 국내 휴대폰 사용자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폰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이용 시 통화기능 사용 비중은 응답자의 20.3%에 그친 반면, 메시지• 게임 • DMB • 카메라 • 인터넷 등 ‘보는 기능’에 대한 사용 비중은 60%를 넘었다. 풀터치스크린폰이 대세인 이유, 화질이 갈수록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이제 휴대폰은 ‘듣는 도구’가 아니라 ‘보는 도구, 즐기는 도구’인 것이다.
휴대폰 화질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커짐에 따라 애니콜은 1세대 흑백 LCD, 2세대 컬러 TFT-LCD를 거쳐 최신 모델에는 꿈의 디스플레이라고 불리는 3세대 AMOLED(유기발광 다이오드)를 적용하였다. 삼성은 올해 출시되는 글로벌 풀터치폰 전략제품의 AMOLED 탑재 비율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TV에서 HD 방송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고화질 HD TV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고화질 영상 콘텐츠의 공급은 고화질 풀터치폰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넘버 원’
유럽은 삼성이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는 단연 삼성이 선두를 달리는 국가.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도 프랑스에서 휴대전화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 2005년 이후 5년째 선두 입지를 굳히고 있다. 경쟁업체인 노키아와의 점유율 차이는 10% 이상이다. 프랑스에서의 성공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문화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퐁피두센터에 모니터를, 로댕 박물관에 보르도 TV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 활동으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 또한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 가수 크리스토퍼 마에 등 유명인사들이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쓰도록 하기도 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시장에서는 고화질 성능에 대중적인 가격대를 갖춘 보급형 모델이 특히 인기가 높다.
한편 휴대폰 업계에서도 북미 시장은 전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며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기도 한데, 삼성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보여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북미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26.3%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의 북미 시장 진출 이후 사상 최대의 점유율이다. 이로써 삼성은 북미에서 3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또한 미국 모바일 광고 업체인 밀레니얼미디어(Millennial Media)의 조사 결과 삼성이 미국 휴대폰 시장 브랜드 노출도 점유율(Share of impressions)에서 업체별, 제품별 순위 모두 1위로 나타났다. 터치스크린폰 사용자층에 대한 공략 성공으로 노출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체별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를 이어 애플이 2위를 차지했으며, 모토토라, LG전자, 림 등이 뒤를 이었고 노키아는 9위에 머물렀다. 제품별로는 삼성의 미주향 풀터치폰 ‘인스팅트’가 1위를 차지했으며, 애플의 `아이폰`, 림의 ‘블랙베리 커브`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은 미국 4대 통신사업자에게 인스팅트와 비홀드, 이터니티, 옴니아 등 신규 풀터치스크린폰을 전략폰으로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풀터치폰’
휴대폰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나라의 고객보다 눈높이가 높고 신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국내 사용자들. 그에 걸맞게 국내 시장의 트렌드는 고성능의 ‘프리미엄 폰’이 주도하고 있다.삼성은 국내 시장에서 20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는 인기 풀터치폰 '햅틱'과 꿈의 화질을 구현하는 'AMOLED'를 합친 ‘햅틱 아몰레드’를 6월말 출시했다. 이 제품과 함께 ‘보는 휴대폰'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AMOLED는 LCD보다 휠씬 선명하고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180도의 넓은 시야각을 갖추고 있고 사용자의 터치에 빠른 속도로 반응하고 자연 색감을 거의 100% 표현한다. 소비 전력도 LCD와 비교해 최대 66% 가량 줄일 수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폰인 햅틱 아몰레드가 출시 한 달도 안 되어 일 개통 수가 2000대를 넘어선 것은 국내 시장의 키워드가 단연 ‘프리미엄’임을 말해 준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의 햅틱 아몰레드, LG의 아레나, 팬택계열의 큐브릭이 동시에 출시되면서 2009년 하반기 국내 휴대폰 시장의 ‘풀터치폰 대격돌’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TFT-LCD로 이룬 성과를 AMOLED로 이어나가기 위해 햅틱 아몰레드에 이어 3.7인치 WVGA AM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 '옴니아 2'를 내놓았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만 선보였던 명품 폰 ‘아르마니 폰’의 새로운 모델을 8월경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이 모델은 LG가 최근 내놓은 ‘프라다 폰 2’에 맞설 전망이다.
휴대폰의 미래 선도하는 한국
휴대폰은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모두 집약한 모바일 기기로 진화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휴대폰 때문에 이미 PMP, MP3, MID(휴대 인터넷기기) 등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휴대용 컴퓨터의 개념에 가까운 ‘스마트폰’이 차차 시장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6월 출시된 애니콜의 하반기 글로벌 전략폰은 ‘삼성 제트(SAMSUNG JET, S800)’다. ‘햅틱아몰레드’의 글로벌 버전인 이 모델은 지난 2년간 축적된 풀터치스크린폰의 노하우를 집약해 화질(Screen), 성능(Specification), 속도(Speed)에 초점을 맞추었다. 초고화질의 3.1인치 WVGA(800×480) AMOLED를 탑재했고, 일반 터치스크린폰이지만 스마트폰보다 더 강력한 기능을 갖췄다. 휴대폰에서는 최고 속도인 800MHz를 자랑하며, 하단에 위치한 3D UI의 큐브를 손쉽게 돌리면서 사진, 음악, 동영상, 라디오, 게임,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메뉴에 접근할 수 있어 말 그대로의 생생한 3D 효과를 구현했다. 또한 삼성은 전략 스마트폰 ‘옴니아’의 후속작인 ‘옴니아 2’와 ‘옴니아 HD’를 7월 말 차례로 출시했다. 삼성의 스마트폰으로서는 최고 사양과 첨단 UI를 채택해 애플 아이폰의 대응작으로도 손꼽히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로라 등 기존의 강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금 코리아 열풍이 거세다. 삼성은 2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섰고 LG도 1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폰에서 저가폰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전략이 적중했다"며 "이를 통해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은 물론 중국,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까지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곳은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두 자릿수 성장을 거두고 있는 이 시장을 애플의 아이폰, 림(RIM)의 블랙베리 등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는가가 한국 휴대폰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