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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당신이 원하는 것을 말해요 - YOUR MIND

2009-10-06


헌책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낡은 책을 의미한다면 대신 수집책이라는 말을 붙이겠다는 두 사람이 있다. 온라인으로 유어마인드http://your-mind.com라는 통로를 만들어, 소규모 출판과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는 이로와 모모미가 그 주인공이다. 글을 쓰는 이로와 사진을 찍는 모모미가 사는 유어마인드 웹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면 볕이 잘 드는 서점이 보일 것이다.

에디터 | 이안나(anlee@jungle.co.kr)


먼저 도착한 쪽은 모모미였다. 그리고 30분 뒤에 이로가 왔다. 휴대전화가 없는 두 사람이기에 약속을 단단히 맺은 후에 만났고, 둘은 차례대로 자기 얘길 해줬다. 틀린 부분도 있고 같은 부분도 있다. 틀린 부분은 유어-마인드라는 이름에 대한 둘의 해석이고, 같은 점은 책을 곱게 여기는 말투에 담긴 우아한 성품이다. 두 사람을 만나본다.


늘 그렇듯, 유어마인드라는 이름이 가진 뜻이 궁금할 것이다. 모모미와 이로는 조금은 다르게 풀이했지만 담긴 뜻은 모두 같다. 책을 읽는 ‘당신’과 닮겠다는 것이다. 모모미는 ‘당신의 마음’과 닮은 책방을 꾸리기 위해 정성 들여 고른 책들을 고른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모일 거라는 모모미의 착한 마음에서다. 이로는 유어마인드라고 이름이 다소 이기적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을 걱정했지만 이내, 모모미와 자신이 고른 책들이 사람들의 위시리스트와 비슷하게 닮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이로와 모모미는 유어마인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책을 아끼던 사람들이다. 둘의 탐미적인 취향은 대화를 하면서 거론된, 작가주의가 짙은 서적들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로에게 유어마인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 무어냐고 묻자 어깨를 으쓱한다. 경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궁리중인 그들이기에 최대한 ‘유어마인드’적으로 책을 찾는다는 뜻. 벽을 허무는 책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수집동화일 것이다. 유어마인드가 다른 독립출판사와 색을 달리하는 지점이 바로 동화다. 수준 높은 책들 사이로 동화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예 따로 모아놓을 정도로 양이 많다. 모모미는 학원출판사의 ABE 시리즈들은 의외로 수준이 높아 어른이 읽어도 어렵다며, 유어마인드를 찾는 사람들의 나이대가 성인임을 감안하면 동화는 인기 있는 편이라고 말한다.


서울은 미술 • 예술 서적을 파는 창성동 영추문길의 서점 ‘가가린’이나 홍대의 복합 문화공간인 상상마당부터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아트북페스티벌> 까지 독립출판물을 찾아 볼 기회가 많다. 하지만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멀어지수록 시대의 감성이 묻어나는 책자를 접하기 힘들어진다.
3개월을 채 안넘긴 유어마인드를 사람들이 수시로 찾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갈증이 빚은 것이 아닐까 싶다. 유어마인드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은 인구밀도가 참으로 고르다. 유독 디자인에는 서울민국이라는 말이 쓰이던 것과 달리, 그들을 찾는 방문자의 지역이 이를 말해준다. 오히려 왜 이제서야 생겼냐며 더 나아지기를 채근하는 <정글> 과 같은 매체부터 유어마인드로 출판물 입점을 문의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유어마인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수집한 책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립 출판물을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삿속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외국 서적보다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에게 주목한다는 것이다. 이로는 무척 간결하게 설명한다. 책의 저자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상상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으며 설령 디자인, 제본 등이 떨어진다 하더라고 우리 언어로 되어 있고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 책들이 유어마인드가 추구하는 바와 같다는 것이다.

이로와 모모미는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서 유어마인드를 꾸려나가고 있다. 때때로 자기 만족의 이상의 것인지 고민을 하고 며칠을 밤새고 나면 억지로 하고 있는 거 아닌가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받아 드는 순간은 그 모든 것들이 잠시의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이 둘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디지털과는 먼 둘이기에 유어마인드를 시작할 당시에도 인터넷을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면서 24시간 열려 있고 새벽 5시에도 책을 살 수 있는 편리함과 사이트 이름을 잊으면 들어갈 수 없고, 횟수에 상관없이 단골이 될 수 있다는 자유로운 형태의 공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어마인드, 잊지 않고 그들의 주소를 기억하기만 한다면 모두 단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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