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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김형석의 카메라에 담긴 이야기

월간사진 | 2016-04-05

 

 

2010년 제주로 이주한 이후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느낀 감정들을 사진으로 담아내온 작가 김형석. 그런 그의 순간을 함께했던 카메라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을까. 

 

 

노출계가 없어 더욱 친밀해진_ 카메라 미놀타 SR-1S

 

자동 모드는 물론이고 TTL 노출계조차 없는 순도 100%의 수동카메라다. 노출계 도움 없이 촬영하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해야 했고, 그런 불편함 덕분에 더욱 친밀해질 수 있었다. 이젠 감각만으로 노출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망설임이 없을 정도가 됐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필름 카메라의 단점 때문에 작가가 대상을 볼 때 가져야만 하는 신중함을 키울 수 있었다. 즐겨 사용한 렌즈는 미놀타 55mm다. 뛰어난 해상력과 풍부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 표현이 그 어떤 렌즈보다 탁월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00년대 초반 호주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김형석 작가 앞에는 투명하지만 견고한 유리막이 있고, 그 너머에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파란 눈의 소녀와 사람들이 보인다. 작가는 유리에 반사되는 자화상을 통해 이방인으로서 호주에서 느꼈던 이질감을 표현했다. 2004년 일본 도쿄 사토루 갤러리에서 개최했던 첫 번째 전시에서 공개된 사진이기도 하다.

 


 

열 가지 불편함을 감내해도 좋을 만한 색 표현력_ 시그마 DP1 MERRILL

 

2010년부터 작가는 제주의 공기, 혹은 빛의 질감과 온도, 소리 등에서 느끼는 감정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런 감정들은 인류가 예전부터 유전자 안에 축적해온 세밀한 감각 영역의 것들이다. 사진을 보면서 이러한 감각들이 만져질 듯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재현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카메라를 사용해야만 했다. 

 

이를 충족시키는 카메라가 시그마 DP1 MERRILL였다. 머릴 센서는 RGB를 하나의 레이어에 저장하지 않고 세 개의 레이어로 나누어 저장하기 때문에 색의 손실이 적다. 그만큼 색의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풍부한 색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 카메라는 불편함 그 자체다. 감도를 100에 고정시켜 놓고 사용해야 할 만큼 충분한 조도에서만 본래의 성능을 발휘한다. 높은 감도에서는 노이즈를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저장하는 데 8초가 걸리며, 배터리를 완충하더라도 50장을 채 찍지 못한다. JPG 결과물이 별로이기 때문에 항상 RAW 파일로만 촬영해야 하며, 그 후에는 전용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현상을 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표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작가가 무척이나 애용하는 카메라다.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_ 아이폰6

 

빛을 담는 것은 곧 그림자를 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림자는 매 순간 모양과 농도를 바꿔가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태양은 캔버스와 피사체를 가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이러한 태양이 만든 풍경을 담아낸 것이다. 현재 제주도 스페이스 닷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감정의 공명〉(~3.31)에서 전시 중인 작품이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아이폰6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의 감정들을 기록하는 데 탁월하다. 극한의 노출 조건이 아니고, 대형 프린트를 할 생각이 아니라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해도 괜찮다. 사진 품질이 DSLR과 견줄만하기 때문이다. 많은 스마트폰 카메라들이 화려하고 뽀얀 사진에 집착할 때 아이폰은 대상 재현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대상을 담담하면서도 충실하게, 최대한 보이는 모습 그대로 재현해내기에 사진가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작가가 아이폰6로 촬영한 일상의 모습들은 그의 인스타그램(@jejuimage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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