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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벽돌을 쌓다=역사를 쌓다

2010-04-27


건축의 거장 미스 반데 로에가 “벽돌 두 장을 올려놓기 시작했을 때 건축이 시작된다”고 말했듯, 벽돌은 건축의 기본적 단위이자, 전체와도 그 중요성을 겨룰만한 재료다. 이러한 기능때문에 우리 삶터와도 떼어놓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조선 시대 남한산성과 수원화성, 구한말 일제 강점기 서양양식으로 지은 갖가지 빛깔의 건축물에 사용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이 역사를 쌓는 벽돌의 가치에 주목한 기획전을 개최한다. 근대 벽돌건물들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예술 영역 전반에 걸친 벽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조명하는 ‘BRICK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전이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www.clayarch.org)


이번 전시는 인류가 만들어 낸 최초의 건축도자재인 벽돌의 재료적 속성을 바탕으로 한국 근대기에 세워진 벽돌건축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되짚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원초적인 재료인 ‘흙’을 말리거나 구워 만든 벽돌, 기계의 사용 없이 한 손으로 집을 수 있는 그래서 인간적인 건축재로 불리는 벽돌, 언제 어디서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건축 재료의 최소 단위로서의 벽돌, 지구의 전 지역에서 사용되는 벽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조망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벽돌과 그 생산과정을 소개하여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건축재인 벽돌의 재료적 특성을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색상과 형태의 벽돌을 전시한다.


벽돌건축은 개항 이후 서양문물이 도입되는 시기에 전통적 목조 건물 사이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근대적 양식의 건축물들은 벽돌을 주재료로 지어졌으며 주로 교육, 산업, 공관, 종교 시설이 중심을 이루었다. 붉은 벽돌 건축물은 서구 근대정신의 유입과 사회 변혁의 흐름 속에서 한국 근대를 상징하기도 한다. Part2에서는 1880년대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시기에 지어진 벽돌 건축물의 실물벽돌, 모형, 사진, 영상을 전시한다. 한국 근대의 중심에 서 있는 벽돌 건축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조선 후기 실학 정신을 반영한 수원 화성의 대방전과 반방전, 축성 도면인 의궤는 이를 통해 당대의 건축술을 가늠하게 한다. 최초의 근대식 무기 공장인 번사창, 근대 교육의 효시 배재학당, 신여성 교육 기관인 부산진 일신여학교 또한 모두 벽돌조 건물로 근대 사회의 특징적 요소를 봉건제도의 붕괴와 자본주의의 확대, 계몽사조 및 공교육 체제의 정립으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한국 근대 벽돌건축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명동성당과 전동성당, 최초의 신학교인 용산신학교와 부속성당인 원효로 성당 등의 종교건축물도 만나볼 수 있다.

근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최근, 그 보존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문화재의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도 다양한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1900년대 초에 지어진 다수의 근대건축 문화재들이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논리에 의해 이미 많은 수가 사라졌고, 남아있는 건물들도 보수와 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성공적인 리노베이션의 결과물로 소개되는 동아대학교박물관과 인천아트플랫폼은 기존 건물의 근대성을 보존함과 아울러 현대적 쓰임에 맞게 적절하게 개보수함으로써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실례를 제시하고 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건물이 지닌 역사성을 바탕으로 현대적 활용성을 모색한 예로 소개된다. 현재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구 벨기에 영사관 건물로 원 위치는 회현동에 건립된 건물이다. 벽돌건축물의 재사용과 지속가능성을 반증한다. 최근 보수가 완료된 덕수궁 중명전은 한국 근대 건축물 보존의 시급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이다.


화가에게, 도예가에게, 설치작업가에게 또 건축가들에게 벽돌은 무엇일까? 벽돌의 그 무엇이 그들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는지, 또 어떠한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할까? 각기 다른 분야에서 벽돌을 주제로 또는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벽돌 모티프의 단순 차용에서부터 회화적 재현과 재구성, 실재가 아닌 개념으로서의 벽돌이 만드는 가상공간에 이르기까지 벽돌을 바라보는 동시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이 드러난다. ‘벽돌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김강용, 세밀한 구성으로 정교한 도자 공예 작품을 선보이는 김유주, 건축가와 유리공예가의 협업으로 새로운 벽돌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타진하는 김태우와 고성희, 투명 PVC 재질로 만든 벽돌 벽을 쌓아 올리는 노미리, 개념의 선으로 대체된 벽돌을 공간에 구축하는 서혜영, 실재 벽돌을 이용한 조형물과 영상 작업을 결합한 우대성, 재활용 옷감을 재단하여 벽돌을 감싸는 작업의 유정현, 벽돌 건축 사진을 선보이는 전재홍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벽돌을 그리고, 빚고, 만들고 또 찍는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벽돌이 나타낼 수 있는 상징과 은유는 이들 작가들이 속한 분야의 다양성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벽돌의 형태적인 단조로움은 미니멀한 형식이 얼마나 자유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전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벽돌의 탄생부터 그 현대적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친환경 건축재로서의 벽돌의 활용성과 지속가능성을 타진해가기를 기대한다.


전 시 명 Brick 벽돌, 한국 근대를 열다
전시기간 2010년 4월 24일(토) ~ 8월 15일(일) (총 98일)
전시장소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관 제2갤러리(875.43m²) 및 중앙홀(417.41m²)
전시규모 총 207점(사진 68점, 도면 54점, 모형 5점, 실물벽돌 72점, 영상물 8점)
참여작가 김강용, 김유주, 김태우, 고성희, 노미리, 서혜영, 오퍼스건축, 유정현, 전재홍
주 최 김해시
주 관 (재)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 (사)도코모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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