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전시가 시작되기 전에 부치는 글

2010-07-26

전시를 열기 전, 갤러리들은 수신인 공란에 ‘언론사 문화 예술저널 담당’을 적어 정보가 나열된 보도자료를 보낸다. 해서 ‘galley175’도 7월 28일 열리는 전시 <방음의 잘 되지 않는 집> 의 보도자료를 7월 23일 메일로 보내왔다. 적힌 글은 작가의 작업을 곁에서 봐온 사람의 시선만으로 좁혀 있었다. 전시를 한 문장으로 축약시킨 정보나 약력은 한 줄도 볼 수 없었다. 이 신선한 글을 보면서 도리어 전시가 궁금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연구소 산하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서는 5명의 작가 K, 강성은, 박준범, 이윤호, 정진열의 작품(회화, 드로잉, 텍스트, 사진, 영상 등)을 15점 정도 접할 수 있다. 전시 기획자 임은경이 쓴 보도자료 형식의 에세이를 읽으며 전시장의 풍경을 짐작해보길 바란다.

글 ㅣ 임은경 (전시 기획 담당)
에디터 | 이안나( anlee@jungle.co.kr)
자료제공 | galley175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수많은 이미지와 기묘한 동거를 한다. 각자 부연된 안테나로 특정 신호에 반응하고, 그것이 반복되면 수신자인 우리는 자기확신을 지지 받은 것 마냥 단단해진다. 방음이 완벽하지 않아 수신된 신호 간에 평행 상태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익숙하고 평화로운 세계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간다.

이처럼 신호들의 교란으로 우리의 감정은 어긋나고 복잡해진다. 때때로 그 감정들은 상처받은 자기중심주의자의 자괴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삶의 성공과 실패 모두 개인적으로 여겨지는 지금, 신호의 교란이 빚은 감정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또한 냉소의 기운은 몇몇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아예 침식당한다. 선재하는 현실과 대상에 대한 강박을 풀지 못하는 이들에게 변혁과 단절을 촉구하는 말들은 그저 음습하고 폐쇄적인 냄새일 뿐이다. 누군가의 형편과 선택이 대안으로 변신하거나, 결정불가능성으로 ‘붕~’ 띄어질 때도 있다. 대상은 언제나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아는 것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로 시작하는, 인물과 풍경을 보는 ‘나의 필터’가 너무 촘촘하고, 바깥에서 ‘나의 목소리’와 겹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될 때 찾아오는 반가움과 만족감이 너무 크다. 대신 나의 시점이 아닌 대상 그것 자체의 관점과 마주하는 일은 어렵다. 그럼에도 내가 욕망하는 관찰 대상이 자신에게 들러붙은 말들의 중력으로부터 풀려나는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전몽각 사진집 『윤미의 집』에서 딸 윤미를 향한 자신의 흥분함을 달래기 위해 사진 찍는다는 그의 말에 기댈 때 상상은 물리적인 것이 된다.

어쩌면 일치의 순간을 기대하거나 냉소하기보다, 대상을 향한 객관적 이해와 대상을 향한 흥분감 같은 것들 사이의 뒤섞임에 주목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뒤섞임에는 바라보는 이의 판단과 선택이 관여한다. 무게 중심은 바라보는 이, 신호들의 교란 속 수신자에게로 다시 옮겨진다. 그러나 소명 의식 같은 것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은 영화 <밀양> 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이 오늘날의 천사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실실거리면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기를 반복하는 종찬의 모습이, 이 말에 알 수 없는 어떤 설득력을 부여해준다. 우리의 무게 중심은 또 한 번 관찰과 관찰 대상 사이의 (상냥한) 팀워크에 대한 주목으로 이동한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