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 2016-09-06
서울의 대표 관광지 남산. 넓고 쾌적한 길가 곳곳에 마련된 이국적인 키친, 저마다의 한때를 즐기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등 모든 것이 여유롭다. 본격적인 골목 탐방을 위해 밟는 비탈진 길, 그 언저리에 눈부시게 빛을 반사하는 흰 벽돌집이 보인다. 독특한 소품이 입구부터 배치되어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삶에 ‘기분 좋은 변화’를 선사하겠다는 라이프스타일 셀렉트 숍 맨케이브(Mancave)다.
남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공간
남자의 본능적 호기심이라고 불리는 것 중엔 특별히 쓸모가 없어 보여도 독특한 도구를 보면 소장하고픈 욕구가 있다. 이해를 돕자면 망치를 예로 들 수 있겠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도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이프, 드라이버 등 여러 가지 툴이 결합된 쇠망치를 발견하면 멋있다는 생각과 함께 구매욕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방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독특한 소품을 잔뜩 배치한 남자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맨케이브는 남자만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곳이다. 숍의 이름 또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 법한 은밀한 공간 ‘동굴(Cave)’을 사용해‘남자만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크지 않아도 나의 생활을 즐겁고 멋지게 바꿔줄 수 있는 소소한 것들, 주방이나 사무실, 야외 등 어디든지 적용 가능한 재미있는 아이템을 주로 취급해오고 있다. 숍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것의 발견을 기대하는 탐험가의 마음이 생기게끔 하는 흥미진진한 곳. 바로 이것이 맨케이브만의 매력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안테나 숍
맨케이브는 2005년 5월에 오픈한 벡스토어(Beckstore)에 기반을 둔 셀렉트 숍이다. 2012년에 숍의 이름을 변경하며 규모를 확대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자’는 것으로 슬로건을 재정비했다. 여러 변화 속에서도 김현성 맨케이브 디렉터가 가장 집중한 것은 카테고리의 확대였다. ‘패션’이라는 키워드에 구애 받지 않고 재미있는 아이템이라면 무엇이든 다룰 수 있도록 콘셉트의 다양화를 지향한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세제를 판매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숍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특색을 갖추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편집 구성이었다. 잡화의 비율을 의류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크게 설정하며 다른 숍과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아이템 또한 디테일 아이엔씨(Detail Inc), 쓰리 포테이토 포(3 Potato 4), 키커랜드(Kikkerland) 등의 브랜드처럼 디자인, 실용성, 필요성의 3요소를 꼼꼼히 따져가며 다양한 성향의 고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선별했다. 그 결과 맨케이브는 먼 곳에서도 발품을 팔면서 찾아올 정도로 입소문 난 남산의 명소가 될 수 있었다.
빅웨이브 등 퍼스널 브랜드로 특색 강화
브랜드 바잉만으로 채울 수 없는 맨케이브의 액티브 감성은 퍼스널 브랜드로 강화했다. 우선 전략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빅웨이브 컬렉티브(Bigwave Collective) 는 여름을 좋아하는 김현성 디렉터의 성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브랜드다. 매년 여름에만 신상품을 출시하며 지난해에 론칭해서 지금까지 총 2회의 딜리버리를 진행했다. 특히 에이프런과 볼 캡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아이템을 연구해 매해 제품 발매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하니 내년을 더욱 기대해볼 만하다.
맨케이브 프로젝트(Mancave Project) 는 벽걸이 형태와 나무 박스로 된 보틀 오프너가 대표 아이템이다. 맥주나 음료를 더 멋지게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동시에 디자인 소품으로도 활용도가 커서 인기가 많다. 마지막으로 엠에프지(M.F.G)는 제조업의 용어가 아니라 ‘My Favorite Goods’를 줄인 약자다. 이 역시 디렉터와 맨케이브 스태프의 취향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고전 모델인 카시오(Casio) 데이터뱅크에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고급 가죽 줄을 부착하는 등 그들만의 버킷 리스트를 제안하고 있다.
동네 철물절처럼 친숙하게 일상에 스미길
맨케이브 안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마련되어 있다. 이로 인해 무신사나 맨케이브를 알지 못하는 회사원, 외국인, 고령의 동네주민 방문이 잦은 편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서 맨케이브는 근사한 비유가 들어간 셀렉트 숍이 아니라 잡다한 것을 판매하는 동네 커피숍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오히려 디렉터가 바라던 바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카페테리아를 마련했다고 한다.
맨케이브의 최종 목적은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철물점처럼 친숙한 숍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담아내며 시간을 보내는, 온종일 제품을 만지작거리면서 어디에 쓸지 고민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숍을 원하는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세차장이나 세탁소로 변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유연하고 친숙한 장소. 단순히 패션 아이템이나 라이프스타일 잡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 맨케이브는 그렇게 남고 싶다고 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회현동2가 19-1 1층
영업시간 평일 11:00~20:00 / 주말 13:00~06:00
전화번호 070-4101-4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