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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진짜가 아닌 진짜를 꿈꾸는 이들의 천국

남달라 독일통신원 | 2016-10-14

 


 

독일 함부르크를 간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소소한 진짜 이야기들을 진짜가 아닌 초소형 제국으로 옮겨 놓은 이곳, 바로 함부르크 미니어처 원더랜드다.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세계 최대 미니어처 박물관인 이곳은 2001년 8월 첫 개장 이후 약 6백만 명 이상의 방문자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총 6,800평방미터의 공간, 총 12㎞의 레일을 달리고 있는 830개의 소형 기관차, 약 30만 개의 전등과 20만 개의 사람 모형.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작업한 약 50만 시간과 한화로 약 200억 원이라는 비용을 투자해 이 거대한 소형 제국을 세워냈다. 

 

함부르크를 가로지르는 엘베 강(River Elbe)에 자리 잡은 이곳은 주 중에도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진짜도 아닌 장난감 같은 미니어처에 모두가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조롱거리에 불과했던 황당한 프로젝트

독일의 쌍둥이 형제 게릿 브라운(Gerrit Braun)과 그의 동생 프레데릿 브라운(Frederik Braun)은 어릴 적부터 큰 성격 차이를 가지고 있어 그 둘의 뜻이 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사이를 유지했던 그들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꿈’ 이었다. 어릴 적 그 둘은 세계 최대 미키마우스 도서관과 스포츠 스타들로 둘러싸인 박물관을 세우는 꿈을 꾸었고, 청소년 시기에는 여느 10대 청년들처럼 음악에 심취해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진 음반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을 꿈꾸었다. 

 

어른이 된 브라운 형제는 ‘세계 최대 미니어처 박물관’을 만드는 꿈을 갖게 되었으며, 2001년 마침내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냈다. 주변 모든 이들로부터 철딱서니 없는 꿈을 꾼다는 비웃음을 산지 딱 10년 만이었다. 그리고 현재 약 360여 명의 직원들이 그들의 꿈을 함께 이루어 나가고 있다.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세계에서 가장 작은 쿤핀젠 공항 ‘Knuffingen Airport’

무려 7년에 걸쳐 제작된 이 쿤핀젠 공항의 미니어처는 우리 돈으로 약 60억 원 정도가 투자된 야심작이다. 비행기, 활주로, 관제탑 등은 물론이고 오고 가는 자동차들에 좌회전과 우회전을 가리키는 신호까지 실제 공항과도 다름없다. 

 

쿤핀젠 공항(Knuffingen Airport)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쿤핀젠 공항(Knuffingen Airport)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쿤핀젠 공항(Knuffingen Airport)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움직이는 500대의 자동차, 주차장에 세워진 4,000여 대의 자동차, 4,000여 그루의 나무 모형이 심어진 이 공항은 6대의 컴퓨터와 70여 개의 시그널로 작동된다. 항공 스케줄에 따라 시스템이 작동되고 LED 조명의 조절, 게이트 연결 시간 등이 내부 시스템에 의해 자연스럽게 작동되고 있다.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 비행기를 정비하는 직원들의 진지한 모습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모형은 약 만 5천여 개 피규어로 제작되었다.

 

가상의 공항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체계적인 이곳의 이륙하고 착륙하는 비행기의 모형은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설렘까지 전달한다. 

 

쿤핀젠 공항(Knuffingen Airport)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쿤핀젠 공항(Knuffingen Airport)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그대들의 마음속 ‘히트’시티, 함부르크(Hamburg) 

함부르크에 있는 미니어처 박물관에 왔으니 이 도시의 모형에 대한 기대들을 가득 안고 함부르크 테마관에 들어서보자. 9개의 테마도시 중 가장 인구밀도를 높게 제작한 이 테마에서는 약 5만 개의 미니어처 피규어로 수 천명의 관람객이 축구장에 모여 열기를 더하고 있으며 이 도시의 랜드마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건축계의 거장 헤르조그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디자인한 엘브 필 하모니아 홀(Elbphilharmonie)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입면과 평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실제 건축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건물이 반으로 갈라지며 공연장 안의 연주 모습이 화려한 불빛과 함께 펼쳐진다. 그 순간 모두는 완벽한 선율로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심취했다.

 

함부르크(Hamburg)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함부르크(Hamburg)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함부르크(Hamburg)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다른 한 쪽에선 스위치를 누르자 세무서에 불이 나는 장면이 연출되고 미니 소방차 30대가 출동하는 모습들이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단순히 정지된 상태의 미니어처가 아닌 자체 배터리와 자석이 장착된 이 소방차들은 도로 아래에 깔린 선을 따라 움직이고 모든 움직임들은 중앙 컴퓨터의 제어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장면은 모든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만 같은 초조함까지 느끼게 한다. 

 

함부르크(Hamburg)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휴식 같은 도시 ‘이탈리아’ 

지난 9월 28일 약 4년의 제작기간을 걸쳐 이탈리아관이 탄생했다. 약 18만 시간 소요, 50번의 모델 완성, 시뮬레이션 시행 등 심혈을 기울였고 약 4백만 유로가 투자되었다. 이탈리아의 소소한 일상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30,000개의 사랑스러운 신(Scene)을 연출하였고 500여 개의 주택, 교회 모형들과 함께 100여 대의 기차를 설치했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토스카니, 시실리 등 아름다운 도시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노력에 노력을 더 했지만 190㎡ 안에 모두 담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지만 더 발전된 섬세함과 기술력으로 모형 하나하나의 정밀함은 더 날카로워졌다는 데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거액을 투자한 만큼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이 작은 미니어처 안에 분명히 들어 있다고 브라운 형제는 자신했다.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끝나지 않을 도시계획 

이 외에도 화려하면서도 황량한 미국의 도시들, 눈부시게 흰 스위스 알프스의 풍경, 덴마크와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의 푸르른 바다의 모습들이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며 꾸며져 있다. 

 

박물관은 수 백 명의 미니어처 디자이너들의 사무실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자신의 책상에서 작은 모형들을 완성해가는 그들의 몰입도는 공개된 작업실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을 숨죽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디자이너들의 작업과정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디자이너들의 작업과정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디자이너들은 모형 제작은 물론이고 각각의 기술자들과 협력하여 오는 12월 이탈리아관의 베니스를 완성할 계획이며 내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모나코, 2021년 영국과 스코틀랜드, 2023년 프랑스, 2025년 아일란드, 2026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고 우리에겐 의미가 될 2028년에는 아시아의 모형을 제작할 계획을 밝혔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변화

150여 년간 미니어처 기차를 생산해 온 세계 최대의 독일 기업이 파산을 보도하고 오스트리아의 미니어처 기차 생산기업은 매각되었으나 브라운 형제의 함부르크 미니어처 박물관은 끊임없는 계획을 진취적으로 펼쳐가며 독일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애정으로 성장가도를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 Miniatur Wunderland Hamburg GmbH

 

‘키덜트(Kidult)’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몇 년 전부터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문화적 추세도 우연이지만 정확히 들어맞았다. ‘유치한 발상’이라는 우리의 편견을 깨고 미니어처에 열광하는 어른들에게 이곳은 또 하나의 획기적인 대형 장난감이 되었고 어린이들에게는 꿈의 놀이 공간이 되었다. 특별한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거대한 장난감 공장을 위해 초소형 제국을 완성해 가는 모든 디자이너들은 진짜가 아닌 진짜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상상력과 누군가의 꿈의 일부를 통합하는 권리를 실현해 가고 있다. 그 미래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무한대가 될 것이다. 

 

글_ 남달라 독일통신원(namdal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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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라 독일 통신원
미디어 디자인과 독일문화를 전공한 후 10년째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독일 쾰른에 위치한 현대미술 갤러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곳곳의 문화예술관련 소식을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한국과 유럽의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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