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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융합의 시대와 디자인 정책

2010-12-13


최근 정부의 디자인 정책에는 작지만 강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0 공공디자인엑스포, 공예트렌드페어, 한국스타일박람회를 통해 볼 수 있는 ‘융합’의 바람이다. 디자인정글은 ‘함께, 또 같이’를 통해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그 중심에 있는 한 사람,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의 조성제 사무관을 만나 2010 공공디자인엑스포와 디자인 정책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Jungle : 예전의 공공디자인엑스포와는 다른 이번 엑스포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일단 형식적으로 다른 점은 저희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주최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겠죠. 그 동안은 이 행사를 코엑스가 주관했지만 이번엔 공공성을 더 부과하기 위해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게 되었고요. 공공디자인엑스포와 공예트렌드페어, 한국스타일박람회 3개 행사가 동시에 개최가 되어 시민들의 즐길거리가 더 풍성해졌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본다면 평상 프로젝트와 같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그린 발전소라는 디자이너 참여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공디자인이 외형뿐만 아니라 내형까지도 디자인 할 수 있는 개념이란 걸 보여드리도록 노력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Jungle : 아직은 다소 생소한 개념인 안전디자인으로 특별 전시관을 꾸미게 된 이유는?
저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무한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삶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디자인과 연관되어 있어요. 안전디자인도 그렇고요. 얼마 전에 광화문역을 지나다가 여성가족부 주최의 양성평등 디자인 전시회라는 것을 봤어요. 디자인을 통해서 양성평등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디자인의 확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디자인이란 것이 전 부처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행정안전부에서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범죄예방 디자인이 큰 이슈이기도 하고, 저희도 공공디자인의 영역이 이만큼 넓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행안부에 제안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고, 국민들께 부처간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Jungle : 공공디자인 공모전도 올 해 진행하셨었는데요. 올 해 출품된 작품들에 대해 전반적인 평을 해주신다면?
올해는 약 300편 정도의 응모작들이 있었어요. 주제 자체가 좀 무거워서 그런지 작품수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예비디자이너들이나 지자체, 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작년에 비해 출품작도 많이 늘었고, 수준도 높아졌어요. 안전디자인대상을 만들어 별도로 시상하기도 했고요. 특히 이번엔 국민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심사투표를 통해 별도로 특별상을 시상할 계획입니다. 결과물만이 아니라 모집하는 과정, 심사하는 과정도 의미있는 이벤트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저희 의도니까요. 앞으로 하는 다른 행사도 이런 방법을 적용할 예정이에요.


Jungle :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여러 부처가 개입되면 역시 어려운 점이 많죠. 큰 취지에는 공감해도 세부적으로는 의견이 많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한국스타일박람회 같은 경우에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하는데 어느 정도 참여할지, 어떤 부분에 참여할지에 대한 협의가 늦어져서 애로사항이 있었고요. 행정안전부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그 동안 진행해왔던 스토리텔링 방식보다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둬서 의견 조율이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죠. 그런 것외에는 세 행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공예문화진흥원 덕분에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었던 것 같아요.

공공디자인대상 같은 부분에서도 새로 생긴 안전디자인부문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들도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라서요. 하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일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올해는 처음이라 시행착오들이 많았지만 내년부터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Jungle : 세 가지 행사를 동시에 개최하면서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는 무엇이었습니까?
저희는 이번에 공예와 디자인의 융합이라는 큰 이슈를 한 번 던져보고 싶었어요. 대학가에서 공예를 배우는 학생들과 산업디자인, 실내디자인, 시각디자인 하는 학생들은 거의 교류하지 않잖아요. 외국에서는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를 구분하기도 어렵고 같은 맥락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 말이죠. 21세기 국가경쟁력은 창의성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그 동안 닫혀있던 칸막이를 걷어내고 과감해진다면 새로운 발상이 태어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새싹을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국스타일박람회에서 전시되는 한식, 한옥 이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공예잖아요. 공예트렌드페어도 공예 작업만 해오셨던 분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문광부가 기존의 디자인문화재단과 공예진흥원을 합치게 된 계기도 그런 융합과 시너지를 기대한 것이었거든요. 이 행사도 같은 측면에서 통합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내부적으로도 그 동안 디자인정책 일원화와 관련해서 여러 부처들의 힘겨루기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의미 없는 시간싸움보다는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큰 틀에서 고민을 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저는 지금이 경쟁의 패러다임보다는 협력의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서로 행사를 함께 하면서 중복된 부분을 제거하고, 각 부처의 전문성을 살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는 물론 어렵겠지만 앞으로 중앙정부의 디자인 담당자들끼리 만나서 정보교류를 하면서 이런 부분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할 예정입니다


Jungle : 공공디자인이라는 분야는 그 특성상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요. 엑스포 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하고 있는 공공디자인을 위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주로 공공물을 통한 디자인 사업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경우에는 서울역사 프로젝트가 있어요. 예전 서울역으로 쓰였던 곳을 전시, 공연, 패션쇼까지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바꾸려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공공디자인 시범사업도 있는데요. 전통문화자원이 몰려있는 안동, 한강 수변 지역인 양평, 금강 변의 익산 등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설계가 끝났고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예술창작벨트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창고, 건물 같은 우리 주변의 근대산업유산들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교육도 하고 전시도 하고 쉼터도 되는 거죠. 한 마디로 기존의 버려지던 것들을 리모델링해서 삶의 질을 높여보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온고지신이라고 할까요? 옛날 건물이라고 무조건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재활용하고 새로운 것을 덧붙여서 가치를 창조하는 것. 그런 사업들을 점진적으로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Jungle : 영국의 테이트모던 같은 건가요?
네.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 컨셉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가 있는데요. 마포에 있는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테이트모던 못지 않은 문화공간으로 만들자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서 추진해보자고 했는데 행정문제가 있어서 늦춰지고 있어요.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무조건 빨리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잖아요. 정부사업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천천히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Jungle :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은?
공공디자인사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공공디자인사업이 건축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보도블럭을 고치고, 간판을 정비하고, 가로등을 근사하게 하고 끝나는 게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오히려 옛 것을 그대로 두더라도,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게 하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버려 두는 게 나은데 섣불리 건드려서 문제를 야기하는 과잉디자인 문제, 일부 지자체에서 공공디자인사업을 오해하고 있는 이런 부분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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