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1
<때를 기다려>, 박지후, 짱아찌 지음, 단한권의책, 151쪽, 12,800원 (사진제공: 단한권의책)
국내 최초로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와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을 결합해 ‘문자그림(typographiration)’ 작품 세계를 개척한 박지후 작가의 <때를 기다려>가 출간됐다.
박지후 작가가 문자그림을 작업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 어느 작가의 전시회를 관람하고부터다. 대다수의 관람객이 오래 작품을 감상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을 보고 ‘그 작품의 작가가 저런 광경을 보면 얼마나 속상할까?’ 하고 생각했다. 이후 ‘어떻게 하면 전시회 관람객의 눈길을 강렬하게 잡아끌고 오래 머물게 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다른 작가들과 비슷한 방식과 스타일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타이포그래피를 이미지화하여 일러스트와 결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일상 속의 단상을 포착하여 하나하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가 때론 충돌하고, 때론 한 덩어리로 융합하면서 매우 강력하고 매력적인 메시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때를 기다려>다.
<때를 기다려>의 작품 하나하나는 너대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 오래 볼수록 더 많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타이포그래피와 일러스트레이션이 절묘하게 만나 유머와 메시지,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을 창조해내는 그 지점에 독자의 시선이 머무를 때 책 속 그림들은 ‘큰 바위 얼굴’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
<때를 기다려>는 박지후가 그야말로 끈기 있게 ‘때를 기다리며’ 일상이라는 백사장에서 하나하나 정성껏 수집한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조가비들을 모아 만든 목걸이다. 그는 “이 목걸이가, 그리고 조가비들이 독자의 삶에 조금이나마 기쁨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