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7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녔다. 중요한 것은 좋은 디자인의 탄생을 기대하고 지원하는 일.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우수디자인(아이디어) 제품화 사업은 제품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신진 디자이너 및 디자인 전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탄생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명 디자이너가 디자인 기업가 내지는 스타 디자이너로 발돋움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다. 지난 회에 이어 2010년 우수디자인 제품화 사업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 본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이클립션은 미니멀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시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두 개의 긴 막대 모양의 시침과 분침이 아닌, 간결하고 심플한 느낌의 세 개의 원이 타공을 통해 회전한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여러 행성들처럼 회전하는 세 개의 원은 각각 시침과 분침의 기능을 담당한다. 또한 각각의 원들이 겹쳐지고 흩어지는 변화를 통해서 개기일식의 효과를 표현하고 있다. 재미와 더불어 독특한 아이디어를 맛 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건물을 타고 오르는 킹콩의 이미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여러 번 리메이크 되며 그 인기를 증명해 온 킹콩. 송지원의 스티킹콩은 킹콩이 멋진 아이디어와 만났을 때 얼마나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지를 여실히 증명한다. 양면테이프로 벽에 부착해 열쇠를 비롯한 여타의 소품을 걸 수 있도록 디자인된 스티킹콩은 작명센스와 더불어 재미있는 디자인 센스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달력 형태를 표방하는 그래픽 조명기구인 페이지 바이 페이지 램프는 소비자 스스로가 스탠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색다른 제품이다. 낮에는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포스터로 인테리어 효과를 주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 역할을 하는 2-in-1 아이템으로 포스터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색다른 느낌의 그래픽을 연출할 수 있다. 하나의 기능을 넘어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디자인을 표방하는 이 제품은 보다 새롭고 실용적이면서 친환경 제품을 원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요구와도 부합되는 아이디어 제품이다.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이템인 화이트 보드와 보드마카. 하지만 그 부피감과 몰 개성적인 디자인, 처치곤란한 보드마카는 사무실의 전경을 망치는 또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매직 다트는 이러한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다트 핀 모양의 보드마카 앞쪽이 자석으로 되어 있어 화이트 보드에 부착하여 보관할 수 있으며 이런 다트 모양의 재미있는 디자인은 메모만 하는 일반 화이트보드가 아닌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 가능하다. 편리한 사용성은 덤이다.
도로에서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은 아마 자전거일 것이다. 자동차처럼 깜빡이를 켤 수 없어 좌나 우의 행방을 알기 힘들다. 더군다나 언제 어떻게 서고 달릴 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Seil-sack은 이런 점에 착안한 디자인 제품이다. 자전거 운전자의 운행방향과 상태를 후방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제품인 Seil-sack는 무선 콘트롤러를 통한 간단한 조작으로 방향지시, 긴급 상황 알림, 운전자 감정 표출 등이 가능하다. Seil(Safe, Enjoy, Interract, Light)란 명칭은 LED 디스플레이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X-band형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누구에게나 교과서나 책에 메모지를 붙이고 그 밑에 가려진 내용을 보기 위해 뗐다 붙였다를 반복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이성호가 디자인한 유령메모지는 투명한 재질을 이용, 이런 불편함을 없앴다. 거기에 더해 유령 모양의 디자인은 재질의 독특함과 어우러져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라이팅 핀 역시 이러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빛을 주변의 익숙한 사물에 쉽게 ‘붙임’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빛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품이 제공하는 단순한 재미에 더해 자신의 주변 사물과 공간에 손쉽게 빛을 붙여 자신만의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원형의 하얀 접착식 메모지 위에 작은 바늘(시침)이 그려진 심플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타임 잇 역시 디자인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드러나는 제품이다. 사용자에겐 메모를 붙이는 방향에 따라 메모의 내용과 관련된 시간 정보를 자연스레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알베로미오(Alberomio)는 이태리어로 ‘나의 나무’ 라는 뜻을 지녔다. 벽에 나뭇가지를 거치시킨 후 시계판의 시간을 맞추어 가지에 있는 고리에 걸어주는 간단한 설치가 돋보이는 이 제품은 기존의 양면시계가 갖는 무게를 60% 이상 경감하여 운반이 쉽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여러 개의 시계를 나무 기둥에 부착하여 하나의 완벽한 나무(Tree)를 구성할 수 있으며 여러 도시의 시간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테리어용 시계나무 오브제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한국의 보자기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보따리는 그 편리한 사용성이 인상적인 제품이다. 네 귀를 이용해 매듭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 네 개의 매듭은 사용자가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가방 손잡이, 여밈, 어깨끈으로 거듭 태어난다. 큰 가방과 작은 가방은 서로 바닥을 공유하여 붙어 있으며 큰 가방을 쓰고 싶을 때에는 작은 가방의 바닥에서 큰 가방을 꺼내어 쓸 수 있다. 큰 가방을 사용할 때 작은 가방은 큰 가방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또한 디자인적으로도 다양한 변용이 가능한 디자인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사진 꽃병은 감성적인 기획의도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사진을 액자 속에 넣어두고 그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습관에서 착안한 이 제품은 폴라로이드 모양의 화분 속에 식물을 넣어둠으로 감성과 기능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식물 위에 위치한 테이블 조명은 사진 속의 추억을 조금 더 밝고 아름답게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은유하는 장치이다. 폴라로이드 프레임 안에 담겨 있는 식물 역시 조명과 더불어 전체적인 디자인의 방향성과 어우러진다.
클리핑 스푼은 야외에서 갖는 피크닉이나 파티 등이 보편화 된 요즘, 불안정한 야외에서의 식사환경을 보완해 주도록 기획한 식기세트이다. 이 제품은 손잡이 부분에 위치한 클립부분을 접시나 컵의 가장자리에 꽂고 필요한 식기만 들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여유로운 야외에서의 식사를 돕는다. 또 수저, 포크, 나이프가 포개져 최소한의 부피를 차지하도록 구성하여 소지가 용이하며 다른 플라스틱 식기들에서 보이는 립 구조를 없애 심플함과 강도를 고루 갖추도록 디자인 하였다.
이 연필은 심플한 디자인에 정말 많은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는 제품이다. 환경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연필(Please save them!)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연필 상단에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형상을 조각함으로써 몇 마디 웅변보다 강한 디자인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제품이다. 인류가 환경을 파괴하여 그들의 살 곳을 빼앗고 있듯 이를 연필을 깎는 행위에 대입 시켜 연필을 깎으면 점점 동물들이 살 곳들이 없어진다라는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아이스크림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사운드크림은 야외활동 시 사용하기 편리한 충전식 소형 모노 스피커이다. 스피커천 부분이 실리콘으로 되어 있고 전원이 꺼져 있을 때엔 평평한 모습이었다가 볼륨을 올릴수록 실리콘이 솟아오르게 구성하여 디자인적인 재미를 더했다. 또한 볼륨과 전원을 동시에 조작하기 위해서 스피커 상단 부분을 회전시키도록 구성, 사용법에 있어서도 편리성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