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3
올림픽 역사상 로고가 이렇게 중요하게 부각된 적이 있었을까. 나치즘부터 성행위 묘사까지 2007년 공개 직후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디자인 논란에 이란이 가세했다. 2012년을 형상화한 이 로고의 디자인을 바꾸지 않으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이로서 2012년 런던올림픽을 1년 앞두고 이 말 많은 로고는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지난 28일 이란이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의 디자인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자국 선수들을 올림픽에 참여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2012라는 숫자를 뾰족한 모양으로 묘사한 이 로고가 이스라엘을 지칭하는 단어 ‘zion’을 형상화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란 정부의 공식발언을 전달하는 이란학생뉴스기관에 따르면 이란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서한을 보내 “인터넷 문서들이 입증했듯이 ‘Zion’ 이란 단어를 올림픽 로고에 사용하는 것은 창피한 행동이며 올림픽의 가치 있는 모토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로고 디자인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런던의 유명 브랜드 컨설팅 회사 울프 올린스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2007년 공개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핫핑크’와 ‘일렉트릭블루’ 등의 화려한 색상을 입힌 로고가 공개되자 마자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이 디자인에 반대했으며, TV와 신문은 매일 주요 기사로 이 로고에 대한 각계 각층 인사들의 비평을 쏟아냈다. 당시 BBC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9%가 이 디자인을 반대했다고 하니 그 사정을 알 만도 하다. 심지어 런던올림픽 홍보 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감광성 간질을 앓았던 적도 있다. 다이빙 선수가 물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물결 색깔이 너무 현란했던 나머지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낀데다 경련이나 의식상실을 일으키기도 했던 것.
기존의 평이했던 올림픽 로고에 비해 획기적으로 디자인된 2012년 런던올림픽 로고의 꺾어진 사각형 모양은 나치를 상징한다거나 성행위를 표현하고 있다는 등의 루머들을 인터넷 상에서 끊임없이 떠돌게 했다. 이번의 이란의 주장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영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zion’이란 단어가 어떻게 2012로 바뀌어 보여질 수 있는지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로고디자인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소리도 있었지만 젊은 감각이 느껴지는 파격적인 로고를 통해 올림픽에 시큰둥했던 영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측면도 있고, 다소 형식적이었던 올림픽의 이미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작용을 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만 40만 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로고가 홍보와 마케팅에는 성공했을지언정 ‘세계의 평화’라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