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3
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31일까지 안규철의 개인전 ‘당신만을 위한 말(Words Just for You)’를 개최한다.
<당신만을 위한 말> 드로잉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안규철은 일상의 사물과 언어를 주요 매체로 사용한다. 그의 작업은 평범한 사물들을 관찰하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사물의 원래 기능과 성격을 전복시키고 유희적인 상상으로 그것을 다른 맥락 속에서 옮겨 놓음으로써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일상의 이면을 환기시킨다.
다음은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물 넷.
떠나고 싶은 의자
의자의 다리가 배를 젓는 노가 됐다. 본래 의자는 한군데에 머물러야 하지만 다리가 노가 된 이 의자는 노를 저어 멀리 떠나기를 꿈꾼다.
<노/의자> (사진: 박준형,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맹수가 되고 싶은 양
순하디 순한 양은 맹수가 되고 싶어 표범 가죽을 뒤집어 썼다. 그런다고 진짜 표범이 될 리 만무하지만 순진하리만큼 무모한 양의 노력이 조금 웃프면서도 부럽다.
좌측에서 네 번째, <Leopard Sheep>
먼곳으로 나를 데려다줘
상자 속에 갇혀 있는 네 개의 바퀴는 비록 지금은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이 바퀴들은 언젠가는 나를 아주 멀리까지 데려다줄 것이다.
<상자 Ⅱ>
나의 말을 듣고 싶어
귀 모양의 진회색 펠트는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흡수한다. 침묵만 존재하는 그곳에서 아무도 알 필요 없는, 오직 나의 말에 귀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당신만을 위한 말> (사진: 박준형,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