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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티브 잡스를 추억하며

2011-10-28


스티브 잡스가 우리 곁을 떠나간 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가 세상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기업가, 정치가, 엔지니어 등 직군에 관계 없이 세계 유명 인사들이 연달아 애도를 표한 것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감회는 역시 남다르다. 지금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가 된 이들의 첫 시작부터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추억도, 객관적인 평가도, 그가 떠난 후의 이야기는 전보다도 훨씬 아련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디자인 | 임보경




스티브 잡스는 내 인생을 바꿨다. 그는 또한 모든 디자이너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1990년대 초, 내가 실리콘 밸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디자이너의 역할은 장식가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졌다. 기술자가 제품의 기능과 구성을 결정한 후, 우리는 형태와 컬러를 제안했다. 디자인은 생산 과정의 끝, 추가적인 것이었다.

당시 CEO와 관리자들이 가장 많이 하던 질문은 “디자인이 어떤 가치를 창조하는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디자인이 투자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의심했다. 그들은 PC 시장에서의 애플의 점유율이 작다는 것을 끊임없이 지적하면서 “디자인에는 델(Dell)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을 흔들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2012년으로 일찍 가서, 스티브 잡스가 모든 CEO의 인생 또한 바꾸어 놓았다고 말하기는 쉬울것이다. 이제 CEO들은 디자인을 중심으로 재정적인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전투에서도 이길 수 있도록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CEO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그리고 이것을 기업의 전체 사용자 경험으로 통합시키지 못하는 한, 사업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디자인이 사업에 가치를 가져다 준다고 말하기가 쉬워졌다. 크고 작은 모든 소비자 중심의 회사들이 이러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클라이언트가 우리 디자인 회사에 와서 “이 분야 혹은 저 분야의 애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습니다. 그럼 당신은 스티브 잡스가 될 준비가 되어 있겠죠?”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의 업무를 바꾸는 것을 넘어 모든 CEO의 일을 바꿔놓았다. 그는 우리가 디지털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중략) 오늘날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크리에이터다. 우리는 이미지를 찍고/편집하고/보내고/올리며, 블로깅을 하고, 트윗을 하고, 가족의 슬라이드 쇼를 만들며, 창조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즉, 우리(디자이너들)는 대화에 기여하고, 우리의 디지털 문화를 창조한다. 우리가 매일을 창조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제품들이다. 기술을 접근 가능하게 만든, 그리고 가장 편리하게 만든 것은 사용의 용이함을 위한 스티브 잡스의 확고한 헌신이다.

이 때문에, 우리 모두는 스티브 잡스가 우리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브 베하(Yves Behar)는 스위스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로 디자인 에이전시 퓨즈프로젝트(fuseproject)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디자인 속에 ‘스토리 텔링’을 중시하는 그는 허먼 밀러, 스와로브스키, 도시바, 삼성 등과 함께 일했으며 네그로 폰테 교수의 100달러 노트북 프로젝트 OLPC 등 사회참여적 디자인도 하고 있다.





애플 기술의 좋은 점은 이것이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몇몇 디자이너들은 훌륭하게 완성된 제품에도 이해할 수 없는 아무 생각이나 집어 넣는다. 당신은 제품이 할 수 있는 모든 놀라운 것들에 대해서는 읽을 수 있겠지만, 이걸 사용하려고 하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1983년에 나는 3,000달러 상당의 애플의 lle를 샀다. 내가 이미 부채에 허덕이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그것은 상당히 무모한 투자였다. 나는 사실 그걸 사기 위해 차를 팔았다. 베이지색 껍데기가 덜 매혹적으로 보이게 했지만, 애플은 더 믿을만했고 고장의 빈도도 훨씬 적었다. 나는 심지어 작은 픽셀이었긴 해도 초기 컴퓨터 지원형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복잡한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절대 설명서를 개봉한 적이 없었다. 사용하면서 간단하게 사용법을 익혔다. (중략)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당시 가전 업계에 완전히 실망했다. 나는 진공 청소기(듀얼 사이클론)를 변형시킬 빛나는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접근했던 모든 기업들은 내가 제안했던 변화를 간파하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시도를 할 회사가 적어도 한 곳은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했다.

애플은 대부분 불가능했던(그리고 여전히 불가능한) 방법으로 긴 게임을 봤다. 1976년의 스크래치로 시작한 애플의 기술은 그 자체의 장점을 이겨냈다. 나는 결과적으로 내 애플 lle를 업그레이드 시켰지만 분명히 그 인상은 강하게 남았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잘된 디자인을 계속 선보였기 때문에 나는 애플의 기계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누군가는 애플 제품의 룩 앤드 필(look and feel)을 카피하고 있다. 그 세련된 곡선과 슬림하고 깨끗한 디자인은 확실히 눈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인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즐거움은 쉬운 사용성과 뛰어난 기능에 있다. 이는 당신에게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가전업체 Dyson사의 CEO다. 그는 일명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라 불리는 ‘듀얼 싸이클론’과 날개 없는 선풍기 ‘에어 멀티플라이어’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며, 일간에서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기도 한다.






나는 첫 번째 매킨토시를 샀던 때를 기억한다. MIT에서 첫 해를 보내던 그 당시, 상류계급의 친구들은 모두 IBM PC를 갖고 있었다. IBM이 마초 컴퓨터였다면 내 것은 계집애가 쓰는 컴퓨터였다. 그들은 단지 매킨토시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계집애 컴퓨터라고 했다. (중략)

우리가 일상을 함께 하고픈 것이 기술 그 자체는 아님을 스티브 잡스는 이해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MP3 플레이어를 생각해보자. 그 당시 많은 MP3 플레이어가 나와 있었지만, 스티브 잡스와 그의 팀이 아이팟을 단순한 뮤직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여기기 전까지 누구도 디지털 뮤직 플레이어를 원하지 않았다. 아이팟은 음악을 경험하고 함께 하며, 존중하고, 소유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아이팟이 감성적인 경험이 되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나는 애플이기를 바라는 굉장히 많은 회사들을 컨설팅했다. 그들은 모두 애플을 모방하려 했다. 하지만 거기엔 항상 부족한 것이 있었다. 리더쉽이다.

스티브 잡스의 가장 위대한 디자인 한 가지는 애플 조직이다. 사실상 기술보다 디자인에 더 신경쓰는 그 조직 말이다. (중략) 나는 그가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기술자, CEO 등 모든 종류의 사람들로 하여금 대담하게, 상상력을 가지고, 무언가를 시도해보도록 자극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존 마에다(John Maeda)는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컴퓨터 공학자로 MIT 미디어 랩을 거쳐 현재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의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서 일본인 2세로 태어난 그는 디지털 시대의 ‘단순함’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저서로 ‘단순함의 법칙(럭스미디어)’를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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