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28
KODFA닝보디자인센터(이하 KNDC)의 두 번째 이야기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발로 뛰며, KNDC 설립과 운영에 앞장서온 두 사람에게 직접 들어본다. 바로 KNDC사업위원회 위원장인 이문호 솜씨환경디자인 대표와 김성수 KNDC 센터장이다. 그들의 말을 통해 KNDC를 보다 자세히 살펴본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KNDC의 설립 과정을 말해달라
이문호(KNDC 사업위원회 위원장)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디자인진흥원에서는 디자인해외진출지원 사업으로 국내 디자인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위한 거점을 찾고 있었다. 이에 한국디자인기업협회(이하 KODFA) 회원사 몇 곳은 디자인진흥원과 함께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회나 상담회 등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닝보시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상해, 항주, 광저우, 대련, 순덕, 첸진, 닝보 등을 다니며 관련 협회나 시정부와 관계를 맺어왔다. 그 중에서 닝보시는 우리에게 먼저 적극적인 접촉을 해오기도 했고, 디자인지원정책 등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정비가 잘되어있었다. 2007년 9월 즈음에 KODFA 5개 회원사가 ‘닝보세계창신공업디자인박람회’에 참가했고, 이 때 닝보디자인연합회(NDU), 위요시가전협회와 MOU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1월에 KODFA 디자인진흥원, KOTRA와 함께 ‘해외시장개척단’을 닝보에 파견하여 가능성을 탐색, 이듬해 2008년 5월에 KNDC를 정식 개관했다. 이후 2009년 4월의 독립 건물로의 이전을 거쳐, 2011년 10월 지금의 화풍창의광장 입주로 이어졌다.
닝보시가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문호 닝보시는 디자인산업의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도시다. 얼마 전 개관한 대규모 디자인산업단지인 화풍창의광장도 시정부의 의지로 시작된 사업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산업디자인의 메카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국의 디자인 기업들만 모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우리 디자인 기업의 유치도 필요했던 것이다.
개관 전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이문호 한마디로 맨 땅에 헤딩했다고 보면 된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운영이나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도 지원 없이 시작했다. 경기가 어려운 탓에 KODFA회원사들도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금전적인 어려움은KNDC 센터장이 활동할 때 필요한 차량지원조차 힘들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지금 센터장의 차량도 닝보시정부에서 지원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사업이 시작하자마자 성과가 나오는가? 전시회나 상담회를 개최할 때 디자인진흥원에서 비용지원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초기 KOTRA가 참여해서 사업비가 책정되어 상담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KOTRA는 디자인에 대한 운영 깊이가 부족했다. 상담회를 통해 제조기업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국의 디자인 기업들이 우리를 보러 왔다. 디자인 회사들끼리 만나서 어떤 비즈니스가 창출되겠는가? 성과는 기대만큼 없었다. 물질적 지원은 지금도 필요하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KDNC가 닝보시에서 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김성수(KNDC 센터장) 국내 디자인 기업들, 우선적으로는 KODFA 회원사들과 이곳의 제조기업들을 연결해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 역할이다. 이를 위해 이곳의 현지 기업들, 관련 협회, 시정부와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의 특성상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프로젝트가 성사되기 쉽다. 이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중국 비즈니스를 위한 크고 작은 지원들을 제공한다. 일년에 2~3회 정도 디자인 전시에 참여해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비즈니스 상담회를 열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과정에서도 번역이나 표준양식 제공 등의 도움을 준다. 물론 이런 지원들에 ‘닝보시에서 활동할 경우에만’이라는 제한은 없다. 중국 어느 곳이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다.
이문호 중국 진출이 늘어나다 보니 우리 디자인기업들끼리의 가격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일을 따기 위한 출혈 경쟁이 여기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가격에 대한 상한선과 하한선의 가이드 라인을 설정한 가격기준도 KNDC가 계약서 표준양식으로 공유하고 있다. 계약서 표준양식은 KODFA와 닝보시공업설계투자발전유한공사(NIDC) 공증 방식을 거친다. NIDC가 어떤 곳이냐면, 화풍창의광장 조성을 추진한 주체로 닝보시정부가 출자하여 설립한 기관으로 닝보시 디자인산업 발전정책 등이 이곳에서 수립된다고 보면 된다. 또한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곳에서 13년간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김성수 센터장의 역할이 크다. 우리가 개관에 앞서 센터장을 영입한 것도 누구보다 이곳의 기업문화를 깊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비즈니스 가이드를 자처하며 앞장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디자인기업이 활동하기에 닝보시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문호 화풍창의광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무엇보다 시정부가 디자인산업 발전과 투자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또한 닝보시는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로 디자인기업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산업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아직은 중소규모가 대부분이지만 제조업체가 많은 만큼 디자인 수요도 결국 그만큼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수 화풍창의광장 같은 대규모 디자인센터가 시정부 차원에서 지어지는 경우는 중국 내에서도 드물다. 순수하게 산업디자인 활성화로 지역 제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다. 이는 중국 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중국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닝보시에서의 국내 디자인기업 활동은 어떠한가?
김성수 제품디자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고, 안정되어 가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다른 분야다. 시각디자인 쪽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 정립이 안되었기에 실패의 과정이 진행 중이라 본다. 2012년 이후에는 시각디자인 분야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문호 현재 제품디자인에 치우친 게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제품디자인에서 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게 되면, 다른 분야로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 제조업 중심의 도시라 스타트는 제품일 수 밖에 없지만 결국 브랜드, 광고, 환경 등 다각적 디자인의 필요성이 따라오게 되지 않겠는가. 닝보시 진출에 관심이 있는 디자인기업이라면 협회 회원사가 아니어도 좋으니 KODFA로 연락해달라.
현지 중국디자인기업과의 경쟁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문호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내 상위 기업들은 국내 디자인 기업과 가격이 어느 정도 수준이 맞는다. 문제는 그 아래 기업들이다. 여전히 디자인의 가치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닝보시에 소재한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규모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맞춰줄 여유도 없다. 가격경쟁은 불가피하다. 이 문제 때문에 중국진출거점센터, 지금의 KNDC를 닝보에 설립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가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다행히 닝보시정부가 디자인비용의 50%를 지원하는 정책이 적절하게 나옴으로써 어느 정도 비용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절반 가격이라 해도 여전히 비싼 것은 사실이다. 이는 디자인 질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제 닝보시의 중소 제조기업들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KNDC 센터장으로서 한 마디 한다면
김성수 KNDC는 어떻게 보면 한국디자인을 홍보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사람들은 센터를 통해 한국디자인을 본다. KNDC의 활동이 효과적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아직까지는 이곳에서 한국디자인의 대한 평은 좋다. ‘한국디자인의 얼굴’, 그리고 국내 디자인기업들의 ‘중국진출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KNDC의 임무이기도 하다. 또한 KODFA에서는 KNDC와 같은 지원센터를 다른 도시에도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그러려면 우선 KNDC가 성공사례가 되어야 한다.
위원장으로서 한 마디 한다면
이문호 디자인기업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 비해, 국내 디자인시장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해외 진출이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곁에 있으면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기도 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고, 많은 한국 디자인기업들이 이곳에서 디자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을 위한 국내 지원은 아주 미흡한 수준이다. 예산 증액 같은 물질적 지원과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들이 시급하다. 당장 닝보시만 보더라도 엄청난 수의 중소제조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대기업으로 크거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이 된 것은 닝보시뿐만이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지금의 시기를 놓친다면, 국내 디자인 업계의 부흥은 머나먼 일이 될지도 모른다. 디자인산업은 이제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링크
한국디자인기업협회 http://www.kodfa.org
한국디자인진흥원 http://www.kidp.or.kr
화풍창의광장 http://www.nidccn.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