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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서체 이야기

사이먼 가필드(Simon Garfield) | 2017-06-22

 

 

서점에서 만나는 수많은 서체 관련 도서들은 대부분이 디자이너나, 디자인 평론가가 쓴 것이다. 그런데 책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사이먼 가필드가 썼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들려주는 디자인 이야기.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 그러게요, 모던하면서도 화려한,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의미를 잘 전달하는 서체는 어디에 있는 거죠?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 - 그러게요, 모던하면서도 화려한,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의미를 잘 전달하는 서체는 어디에 있는 거죠?


솔직히 고백하자면, 디자이너도 서체 관련 책이 재미없다. 실기와 이론의 차이라고 해두자. 서체를 고르고 그리는 건 할 수 있겠는데,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펴고 서체의 역사, 의미, 예시 등을 읽는 건… 힘들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에 서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아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좀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을까?

책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는 이런 디자이너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책이다. 우선, 저자가 디자이너가 아닌 세계적인 논픽션 작가 사이먼 가필드(Simon Garfield)다.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사물에 담긴 역사, 사건 등을 유려하게 풀어낸 책을 출간한 작가답게, 이번에는 서체라는 주제로 역사와 인문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저도 압니다, 개러몬드. 다시 읽으니 새롭군요.

저도 압니다, 개러몬드. 다시 읽으니 새롭군요.

책에 등장한 서체들을 정리한 부록 페이지. 처음 보는 서체도 많다. 그래서 몇 개냐고요? 미안해요. 세다가 도중에 포기했어요.

책에 등장한 서체들을 정리한 부록 페이지. 처음 보는 서체도 많다. 그래서 몇 개냐고요? 미안해요. 세다가 도중에 포기했어요.


책에는 헬베티카, 푸투라, 프루티거 등 디자인사에서 내로라하는 서체부터 코믹산스(Comic Sans), 노일란트 인라인(Neuland Inline), 파피루스(Papyrus) 등 잘 사용하지 않는 서체까지 등장한다. 비록 알파벳 권의 이야기인지라, 공감이 안 되거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가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 세계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반인이 읽어도 서체를 흥미롭게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아마도, 독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서체에 이런 거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나?’ 싶을 것이다. 심지어 디자이너조차도 몰랐던 뒷이야기도 있어 그동안 익숙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서체들이 새롭게 보인다.

사이먼 가필드는 서체의 요소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워낙 광범위하여 서체의

사이먼 가필드는 서체의 요소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워낙 광범위하여 서체의 '알쓸신잡' 같은 느낌이다.

책 사이에는 서체 하나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길산스의 놀라운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책 사이에는 서체 하나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길산스의 놀라운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이너의 시선이 안 느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서체 관련 도서들은 과연 어떤 서체가 좋은지, 혹은 왜 이 서체를 사용하면 안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그런 규칙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깨달음 뒤에는 혼란만이 올 뿐이다. 대체 어떤 서체를, 무슨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 거지?

100%의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책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는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디자이너에게 약간의 힌트를 준다. 사이먼 가필드는 서체의 장단점을 모두 이야기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서체를 바라본다. 물론 ‘최악의 폰트들’이라는 섹션에서는 최악의 폰트를 소개하지만, 그 판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섹션마다 내용에 맞는 서체를 적용하여 서체의 다양한 아름다움 직접 보여준다.

섹션마다 내용에 맞는 서체를 적용하여 서체의 다양한 아름다움 직접 보여준다.


이렇게 역사와 사례를 중심으로 한 서체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서체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약간은 흐려진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서체가 있고, 모두 태어난 이유가 있으며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었을 때처럼, 앞으로 서체를 마주할 때도 넓은 마음과 열린 생각으로 바라보자. 의외로 생각지도 못한 서체로 최고의 디자인이 탄생할 수도 있으니.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안그라픽스( ag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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