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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015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을 통해 본 미래 인류와 사회_미래는 스마트 시대

2015-09-25


올 초가을 독일 베를린에서 IFA(2015년 9월4일부터 9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IT 시장 트렌드 페어를 거행하며 차세대 소비자용 오락용 전자용품, 스마트폰, 스마트홈의 미래를 제시하는 동안, 그 보다 남쪽에 자리한 린츠에서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이 개최됐다. 9월 3일 부터 7일까지 5일 동안 ‘포스트 시대(PostCity)’라는 타이틀을 달고 미래 도시 속 교통기술과 통신, 식생활, 보건, 웰빙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게 될지에 대해 상상하고 예측해 보자는 숙제를 던지고 전세계에서 몰려든 과학자, 테크니션, 공학자, 여러분야 예술가들이 저마다 상상하고 컨셉화한 비전을 일반대중 앞에서 그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숙고하는 한 판의 아이디어 축제가 열린 것이다.

글 ㅣ 박진아 미술사학자, 디자인평론가 (jina@jinapark.org)

독일의 IFA과 CeBIT이 첨단 IT와 하이테크 소비재 제품 트렌드가 한자리에 모여 각축하는 상업지향적 표본시장이라 한다면,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디자인 비전과 첨단 테크놀로지를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상상해보고 실험해 보는 한결 사색적이고 비상업적 문화축제 행사다. 1980년대엔 첨단 아방가르드 행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1990년대를 걸치며 최근까지만 해도 인기가 시들해져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있던 이 행사는 올 들어 다시금 대중관객의 새삼스러운 주목을 받으면서 5일간 행사 동안 관객 9만 2000명이 다녀간 블록버스터급 페스티벌로 부활해 성황을 이뤘다.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이라는 핵심 주제를 내걸고 일찍이 1979년에 오스트리아의 산업도시 린츠(Linz)에서 처음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매년 열리고 있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뉴 미디어 아트(new media art)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권위있는 예술 페스티벌이다. 유동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정열을 원동력으로 하는 예술과 이성과 추상적 사고의 열매, 과학기술의 만남이라. 언뜻 물과 불 혹은 얼음과 불덩이를 뒤섞는 격으로 매우 두 다른 영역이 만나고 충돌하고 결합하면 어떤 세상이 탄생할까?

언제부턴가 우리주변에서 일상화되어 제법 친숙하게 들리는 용어 ‘스마트’. 스마트폰 휴대전화가 이미 오늘날 생활필수품이 되어 현대인의 생활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만사처리도 전에 없이 편리해졌다. 전세계 모든 개인이 최소한 한 대씩은 소유하며 모든 일상 구석구석과 일거수일투족에 활용될 스마트폰. 이 똑똑한 개인 단말기는 아주 가까운 미래, 우리 인류 환경 속에 널리 일반화될 ‘생활의 스마트화(smart life)’를 본격적으로 점화시키는데 결정적인 기능을 할 기초 인프라이자 사회와 개개인을 직접 이어줄 게이트웨이(gateway)다. 그리고 우리 주변 생활은 지금 보다 더 스마트화 할 추세다.

미래의 스마트 도시, 미래 인류는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타고 다닐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다양한 부대행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역시 하일라이트 구경거리는 전시와 프로젝트 부문이다. ‘포스트 도시 21세기 생활환경(Post City - Habitats for the 21st Century)’이라는 대주제는 라틴어로 ‘후기(後期)’와 ‘우편’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타이틀이 시사하듯, 미래의 도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도시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국면과 상황이 벌어질 현장이자 우편 시스템을 닮아 모든 것이 편리하고 매끄럽게 송수신·유통될 스마트 사회가 될 곳임을 넌지시 시사한다.

올 행사의 스타중 스타는 단연 메르체데스-벤츠 자동차가 선보인 F015 럭셔리 인 모션(F015 Luxury in Motion) 컨셉카로 세련된 센서 기술을 응용한 자율주행 무인자동차다. 자동차 모델명이 시사하듯, 승차객은 스마트폰과 손끝 하나 만으로 목적지에 갈 수 있고 실내 좌석배치는 승객들이 서로 마주보게끔 설계되어서 마치 비엔나풍 마차를 타고 가는듯 세련된 인테리어와 승차감까지 선사한다.

어디 그뿐인가. F015는 승객이 차를 타면 목적지와 개인정보까지 죽 파악한 후 주변 동네의 특별 행사, 레스토랑, 볼거리와 오락거리 같은 정보를 차문에 달린 인터랙티브 스크린 위로 속속 제공해준다. 한편, 테슬라의 X 모델전기 SUV는 소비자들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인터페이스를 한 단계 높여서 빈차가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승객을 승하차시키고 승차요금 수수도 자동화한 신개념 무인 카셰어링(carsharing) 시스템을 도입해 곧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미래, 자전거 천국 유럽에서는 자전거 애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대도시에는 이미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유럽 자전거 제조업체들은 일찍이 전기 모터로 달리는 전기자전거를 개발했다. 올 8월말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CeBIT 2015에서도 선보인 것처럼 독일 텔레콤이 자체개발한 나비 앱 시스템이 고성능 센서를 내장한 스마트 산악자전거와 연결시켜서 깊은 산 속에서도 길찾기와 조난요청을 할 수 있음은 물론 같은 앱을 사용하는 인근 산악자전거족과들도 서로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

최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동난민 유입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자연재해, 전쟁,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도시형성과 변화 같은 문제는 더 이상 제3세계나 오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행사는 미래의 주거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면서 유독 ‘재난에 대비할 주택과 도시개발’해결책에 집중해 전시회를 기획했다. 지구상 인구는 계속 증가세에 있고 곳곳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파란, 전쟁, 자연재해를피해 대이동할 난민인구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국경 없는 엔지니어가 기록한 사진자료 <참사 그 후(After the Disaster)>는 올 봄 네팔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후 복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재난 후에도 경제적·환경친화적 마을 재건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런가하면 중국 CityIF가 출품한 <도시화 재앙(Urbanization as Disaster)>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너무 급하고 무분별한 도시개발 추진은 그 자체로 기존의 유기적 거주환경을 파괴하는 인재(人災)라고 경고한다. <생존을 넘어서(Beyond Survival)>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요르단과 시리아 난민 어린이들의 난민수용소 생활을 객관적으로 기록해 보여주며 난민촌과 수용소라는 희망없고 갑갑한 공간에 대해 사색해 보라고 호소한다.

퓨쳐랩(Futurelab) - 미래 인류의 건강과 웰빙도 스마트로 해결한다
그런가하면 미래 스마트 시대 유럽의 지방정부와 도시정부들이 내다보는 도시주거환경 청사진은 21세기형 신공동체 문화를 지향한다. 국민과 시민들이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시민이나 주민들이 속해있는 주거공동체 또는 이해단체에 직접 기여하는 ‘참여’형 시민이 바람직한 시민상이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자연히 친환경 식품과 유기농 식재료를 가려 구입하는 소비활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앞으론 야채와 과일을 집에서 직접 키워먹는 도심농사(urban gardening)가 유럽 도시거주자들 사이에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자연을 가까이 하며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싶은 도시 시민들은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아파트 발코니나 창문틀에 갖가지 토마토, 오이, 허브 같은 채소, 과일을 재배해 먹고 이웃들과 나누기도 한다. 도심농부들이 라이프스타일은 저마다 달라도 저마다의 경험과 지혜를 모으고 공유할 수 있도록 오스트리아의 연방생활부는 올해부터 도심농사 시민 프로젝트를 이 부처 홈페이지에 도입해 운영할 예정이라 한다.

예술과 하이테크 - 열쇄는 익숙한 것을 낯선 첨단기술과 접목하는 것
사실인즉,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비전과 솔루션이 담긴 디자인 컨셉이나 아이디어에 맞닥뜨린 일반대중은 왠지모를 섬뜩함 혹은 테크놀로지가 자아내는 차가움 때문에 거리감과 경계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 어렵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던 데스트탑 컴퓨터와 랩탑 컴퓨터는 스마트폰이라는 손바닥 크기의 수퍼 미니 컴퓨터로 재탄생해 누구나 손가락 끝 하나로 컴퓨팅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현대인들은 테크를 한결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수용하게 되었고 테크놀로지에 대해 품었던 경계심이나 두려움의 벽도 많이 낮췄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용품 필수품 중 많은 것들은 이미 컴퓨터를 내장한 소형 컴퓨터이거나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내세워서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와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았고, 이제는 가정용 텔레비전, 냉장고, 에어컨 같은 가전도 컴퓨터화되고 네트워크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방법은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John Naisbitt)은 말했다. 수퍼마켓·백화점의 전자계산등록기는 물론 조만간 시계, 어린이 장난감, 화장실 배변기처럼 지극히 사적인 사물까지도 컴퓨터화될 것이다. 이른바 네트워크 사회(Network society)는 더 가속화될 것이란 뜻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봤을 법했던 인포네트워크 세상, 모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까지도 서로 컴퓨터를 매개로 연결된 이른바 ‘네트워크의 시대’는 미래 더 깊숙이 우리 곁에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 이 컬럼에 사용된 모든 사진 이미지는 Creative Common by-nc-nd license에 의거함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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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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