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덴마크 서쪽에 위치한 블란드(Blåvand) 지역에 역사와 자연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개장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땅속에 있다.
덴마크 서해안 지역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지은 벙커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블란드(Blåvand) 지역 해변에는 거대하지만 무거운 콘트리트 벙커가 우뚝 서 있다.
덴마크의 바르데 박물관(Varde Museum), 건축 스튜디오 BIG(Bjarke Ingels Group), 디자인 스튜디오 Tinker imagineers는 합심하여 가슴 아픈 역사를 떠오르게 하는 이 벙커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7년 6월 30일, 5년간의 공사를 끝마치고 티르피츠 박물관(TIRPITZ Museum)이 공개되었다.
역사 속 벙커의 바로 뒤에 위치한 박물관은 마치 땅에서 솟아오른 낮은 언덕을 4등분 한 것처럼 보인다. ‘벙커’라는 콘셉트에 맞게 숨어있으면서도, 자연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앞에 세워진 인위적인 콘크리트 벙커와는 대조적이다.
방문객들은 벙커 옆에 있는 길을 따라 건물의 중앙으로 들어갈 수 있다. 4개의 건물을 마주하고 있는 중앙 통로는 좁지만,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고 통풍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6m에 다다르는 높은 유리 패널은 각 건물에 자연 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땅 안에 있어도 건물 내부는 매우 밝다.
비록 벙커에서 시작했지만, 티르피츠 박물관의 전시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에 국한되지 않는다.
4개의 건물에서는 덴마크 서쪽 해안의 10만 년이라는 긴 시간의 역사를 전달하는 상설·기획 전시가 열린다. 각 전시장은 높고 낮음, 더위와 추위, 밤과 낮, 시간의 흐름이라는 스토리와 콘셉트를 가진다.
‘아미 오브 콘크리트(Army of Concrete)’ 섹션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의 요새 프로젝트- ‘대서양방벽(The Atlantic Wall)’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요새와 벙커에 담긴 전쟁의 흔적,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골드 오보 더 웨스트코스트(Gold of the West Coast)’는 서유럽에서 열리는 가장 큰 호박 전시회다. 여기에서는 호박의 역사에 따라 색상과 소리, 온도가 달라지면서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이용한다.
‘웨스트코스트 스토리(West Coast Stories)’ 섹션은 덴마크 서해안 지방의 역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방문객은 준비된 구명보트에 앉아 영상을 보며 긴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또한, 시간마다 1번씩 밤을 경험할 수 있는 4D 극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마지막 전시는 박물관 앞에 위치한 진짜 벙커 건물 안에서 펼쳐진다. 방문객은 실제 벙커 안을 경험하면서 역사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그림자놀이를 통해 벙커가 당시 어떠한 기능을 했었는지를 볼 수 있다.
언덕 속에 숨은 박물관 티르피츠는 덴마크 서쪽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결합한 공간이다. 티르피츠 박물관을 방문한다는 것은 유틀란드 반도의 공간과 시간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Tinker imagineers의 에릭 바흐(Erik Bär)의 말처럼, 티르피츠 박물관은 자연과 역사를 건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자료제공_ Bjarke Ingels Group(
www.big.dk), Tinker imagineers(
www.tinker.n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