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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그리고 감싸고 열었네

2011-10-31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세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그리고, 한 사람은 감싸며, 나머지 한 사람은 연다. 이렇게 다른 세 사람을 묶는 것은 한글, 디자인, 그리고 친구라는 단어다. 한들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던 10월 초, ‘한글아띠’ 전시를 위해 두성페이퍼갤러리에 모인 한글 캘리그라퍼 이상현과 랩핑 디자이너 방수정, 팝업북 작가 이재경을 만났다. 니 것이 내 것인 듯, 내 것이 니 것인 듯 서로의 뜻과 기술이 합쳐진 작품들 앞에서 한글의 새로운 재미와 가능성을 발견했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Jungle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이상현_ 올해 12년차가 된 캘리그라퍼 이상현이다. 캘리그라피의 시작이 서예를 대중화시키기 위해 디자인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었던 만큼, 나 역시도 한글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들을 해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전시도 랩핑 디자인과 팝업 아트, 한국 캘리그라피의 소통이라는 도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방수정_ 디자인심화라는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랩핑 디자이너이며 이상현 작가의 아내인 방수정이다.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새로운 분야를 해보고 싶어 랩핑 디자인을 공부했고, 캘리그라피와 디자인을 다른 방향으로 접목해보고 싶어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재경_ 디자인 에이전시 미루냥이에서 광고 디자인 및 팝업북 작업을 하는 이재경이다. 팝업북을 접하고 공부하기 시작한지는 5~6년 정도 되었지만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를 통해 팝업북이 아이들의 전용물이 아닌,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스스로에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Jungle : 작품 수가 많고 섬세하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이상현_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것은 올 1월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한글이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두 장르가 눈에 띄었다. 그게 랩핑 디자인과 팝업북이었다. 함께 모여 한글에 대해 공부하고, 서로의 장르를 이해하기 위해 작업실에 방문도 하고, 이렇게 소통하는 과정이 길었다.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제작에 들어간 것은 1달 반 정도다. 다들 본업이 있다 보니 전시 준비하는 동안 잠과 친하게 지내진 못했을 거다.



Jungle :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상현_ 한글 아띠에서 ‘아띠’란 우리말로 ‘친한 친구’라는 뜻이다. 장르 면에서 보면 다르겠지만 사실 우리 셋이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같다. ‘이 장르를 통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 목적이 같다면 우리는 서로 친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와 랩핑 디자인과 팝업을 합쳐보자고 했더니 더 친해졌다.


Jungle :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더라.

이상현_ 주제가 한글 아띠인 만큼 우리가 잊고 살았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풀어 보려 했다. 그래서 주로 친구과 연관되는 이야기들로 메시지를 구성했다. 물론 한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한글의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세종대왕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에 오방색이 존재한다고 기록했다. 성리학을 바탕으로 한 음양오행이 한글에 존재하고, 그 속에 오방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모른다. 음양오행과 한글의 색깔만 알아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곳을 찾은 사람들만은 한글의 아름다움과 친근함을 알 수 있도록 이런 내용을 담은 작품 또한 만들었다.



Jungle : 아티스트로써 한글의 매력을 무엇이라 평가하는가?

방수정_ 표현력이 정말 다양하다. 디자인을 하려면 이미지, 서체, 재질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한글은 글씨 하나만으로도 그만큼을 다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심화는 디자인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초창기에는 캘리그라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오해도 많이 받았다. 작업을 의뢰했는데 붓글씨 몇 자 써오고 작업했다고 한다고. 다행히 지금은 캘리그라피가 대중화되었고, 대중의 눈높이도 높아져 캘리그라피를 표현하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이번 전시는 랩핑을 하면서 최대한 캘리그라피를 살릴 수 있는 재료들을 사용했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점이었는데, 캘리의 특성이 너무 커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이미지가 부딪히고, 캘리를 살려주려다 보면 다른 부분이 밋밋해지는 것이었다. 참 좋은 도구지만 캘리도 잘 써야만 어울리는 것 같다.


Jungle : 팝업북을 살펴보니 그 독특한 모양들도 모양이지만, 메시지와 참 잘 어울리더라. 팝업북에 메시지를 담는 과정은 어땠나?

이재경_ 물론 어려웠다. 팝업하는 것이 그림이라면 제약이 없지만 글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잡한 구조 같은 것은 없지만 한글이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고민이었다. 예를 들어, ‘방구 뿡’이라는 단어들을 어떻게 그 어감에 맞게 움직이면서 열리게 할 것인가, 이것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팝업북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파생되는 터널북, 커팅북, 슬라이스 아트 등 여러 방법들을 사용해 의미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Jungle : 결과물에 어느 정도 만족하나?

이재경_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한다. 한글과 팝업북의 조화가 처음이다 보니, 100% 만족은 못 하지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생겼다.

이상현_ 작업도 즐겁게 이루어졌다. 작품끼리의 소통뿐만 아니라 우리들끼리의 소통도 할 수 있었으니까.

방수정_ 또 장르가 종이에 관련된 것이다 보니 배우는 것이 많았다. 친하다 보니 서로 기술을 안보여주려고 꽁꽁 감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오픈하고, 가르쳐주고, 또 배웠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같은 멤버로 쭉 도전할 생각인지?

이상현_ 작업이 너무 즐거웠었기 때문에 또 해보고 싶다. 캘리그래피는 어울리는 디자인을 만나야 딱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방수정_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을 이야기하게 되더라. “다음엔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하면서. 아마 다들 속으로는 또 다른 표현방법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재경_ 세계에서 가장 작은 팝업북에 도전한다던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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