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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광고와 시대를 읽는 8가지 키워드

2012-07-10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의 2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현대광고를 8가지 키워드로 탐색한다. 성공(Success), 미래(Future), 섹슈얼리티(Sexuality), 수퍼 파워(Super-power), 정체성(Identity), 신뢰(Trust), 내러티브(Narrative),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등의 8개 키워드는 2000년대 이후의 광고를 대상으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다양한 방식을 묶은 8개의 집합체를 대표한다. 여기서 커뮤니케이션이란 광고가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소비자가 광고에 설득 당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키워드로 대표되는 각각의 집합체는 여러 개의 코드들로 구성된다.

예를 들면 먼저 ‘성공’에는 부(富), 소유, 행복, 야망, 존경, 타인의 시선 등의 코드가 ‘ ‘미래’에는 건강, 자연, 환경, 자산, 상대적인 불안과 자극 등이 존재하는 식이다. 다른 키워드들의 코드들도 살펴보자면 ‘섹슈얼리티’는 섹스어필, 메트로 섹슈얼에서 젠더(gender)로 까지 확장된 개념을, ‘수퍼 파워’는 기능성, 하이테크, 스마트(smart)의 코드를 담고 있다. 이어 ‘정체정’에는 자유와 평등의 보장을 ‘신뢰’에는 산업, 노동의 가치, 캠페인, 참여 등의 의미를 들여놓았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 진솔한 리얼리즘, 감성, 공감의 또 다른 표현으로 ‘내러티브’를 내세웠고, 마지막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은 환상이나 환타지, 허구를 포함한 매체적 특성의 혼재를 대표한다. 8개의 키워드는 이 다양한 코드들을 지배하는 개념이 아닌 상징적 의미로 이해되는 단어들로 이는 곧 광고로 드러나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셈이다.

전시에서는 8개의 키워드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한다. 각각의 주제에 맞는 연구자료, 보도기사, 인쇄광고, 영상광고 등을 나열하는 동시에 그와 연결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광고와 현대사회, 그 밀접한 관계를 8가지 키워드를 따라 살펴보자.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일민미술관(www.ilmin.org)


성공 Success

현대사회에서 대중이 바라는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성공’일 것이다. 이 전시파트에서는 경제적 성장에 관한 조사결과, 성공한 사람들의 삶의 환경을 나타내는 영상, 소비와 소유를 상징하는 몇 가지 아이템들로 부, 소유, 권위, 행복, 존경, 타인의 시선 등으로 성공을 가늠하는 우리시대를 반영한다. 작가 김현준은 여기에 종이박스로 제작된 소파, 가방, 애완견을 선보이며 성공의 의미를 되묻는다. 생산에서 소비의 과정까지 빠질 수 없는 산업재료로 소비’의 상징과 ‘하찮은 재료’의 의미가 상충되는 종이박스가 그 질문의 매개체가 된다. 김수영은 아파트의 한 부분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건조한 풍경의 아파트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하나의 ‘부’와 ‘소유’를 상징하는 동시에 획일화된 삶의 한 단면을 나타낸다.

미래 Future

희망찬 미래, 혹은 불안한 미래. 미래는 이 상반된 두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부동산, 보험, 노후, 건강, 자산관리 등의 광고에서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통해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미래 파트는 관람객에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을 주는 설문조사 텍스트와 권경환, 조경란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거대한 미사일과 웅장한 연기가 검은 화면을 가로지르며 불안감을 자극하는 권경환의 드로잉 작업은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다소 낯설게 배치된 만화캐릭터가 미사일과 연기의 공포스러운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바꾸기도 하는 등 공포와 유희,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함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조경란은 일간지 혹은 전단지에 삽입된 이미지를 중첩, 연결하여 하나의 산수화를 그려낸 작품, ‘여치의 행로’를 선보인다. 작품에 삽입된 이미지들은 현대사회에서 탄생한 시대를 투영하는 풍경으로 주로 아파트, 조경, 개발지 등 대중이 추구하는 미래의 가치들로 구성된다.

믿음 Trust

최근 들어 기업들은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점차 자연친화, 환경보호, 웰빙, 나눔 등의 가치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광고에서도 이 같은 믿음과 신뢰를 다루는 홍보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이 곳에서 권우열은 1970~80년대 광고와 해당 광고제품이 생산되는 산업현장을 편집한 영상으로 노동의 가치와 신뢰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김신혜는 에비앙 물병의 알프스 산을 산수화로 확장한 ‘the Alps’를 통해 웰빙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광고방식에 주목하는 동시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한 생각도 넌지시 던져준다.

정체성 Identity

기업의 정체성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로고이다. 여기서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을 대상으로 경기 광고비 지출 순위와 기업 매출 순위를 X,Y지표에 나타낸다. 광고와 자본, 그리고 기업의 정체성의 순환고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섹슈얼리티 Sexuality

섹슈얼리티는 오래 전부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키워드다. 전시를 둘러싼 3면의 벽은 핑크색, 이성을 훑어보는 시선이 담긴 세로 배열, 스타킹의 망점 같은 구성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사랑에 대한 다양한 정의, 메트로 섹슈얼, 콘트라 섹슈얼, 광고에서 모델들이 섹슈얼하게 어필하는 행동이나 자세 묘사 등을 나열한 것이다. 섹슈얼리티 전시 파트 한 가운데에 자리한 신경진의 ‘비너스 흉내내기’는 신체를 향한 시선에 대한 작업이다. ‘비너스 흉내내기’는 작가가 제작한 로우-테크 포인팅 머신을 통해 신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측정, 그 수치에 의해 제작된 석고 조각품이다. 측정 장치를 통해 신체가 대상화 되어가는 과정은 영상을 통해 선보인다.

수퍼파워 Super Power

수퍼(Super)와 스마트(smart)는 현대광고와 현대문명의 핵심 코드다. 광고는 더 특별하고, 더 강하고, 더 똑똑하다는 것으로 소비자를 자극한다. 또한 광고시장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 수퍼파워의 영향력 아래 존재하기도 한다. 이완은 작품, ‘감기(cold)’를 통해 현대사회 속에 깔려있는 수퍼파워의 작동에 대해 고찰한다. 작품은 세 개의 돌아가는 원판으로 구성되는데, 오른쪽은 국가에서 지정한 52가지 생필품, 왼쪽은 공항 출입국 관리 세관신고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는 사치품들, 그리고 가운데는 국가, 종교, 전쟁 등 수퍼파워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놓여있다.

내러티브 Narrative

‘정체성’ 파트가 기업에 주목했다면 ‘내러티브’에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공감의 유발로 대중의 호응도가 크다. 때문에 최근 광고에서 자주 엿보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서찬석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백수가 되었습니다’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벽화작업이다. 벽화 사이에는 특정 기업들의 로고가 가려져 있고, TV 속 멋진 모델들이 보여주는 평균 이상의 화려함, 열정, 욕망, 행복과 현실의 차이를 은유하고 있다. 사진 작가 난다는 세트장에서 찍은 사진들과 기념일(Day Marketing)이라는 키워드로 작업한 작품들로 현대사회의 자화상을 표현한다. 세트장은 시대, 문화적 재현과 촬영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것으로 난다는 특정 브랜드의 커피 종이컵, 고가의 핸드폰, 선글라스, 핸드백 등 젊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모습을 계획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세트장 사진 옆에는 1931년 크리스마스 광고에 쓰일 이미지로 산타클로스를 제작한 코카콜라, 발렌타인 데이=키세스 초콜릿이라는 인상을 각인 시킨 허쉬 초콜릿, 할로윈이라는 서양식 파티, 영어문화 돌풍과 함께 퍼진 던킨도너츠를 기념사진화 하여 현대문화의 일면을 보여준다. 최두수의 ‘짧고 달콤한 마법 같은 시간’은 이발소를 상징하는 설치물로 제작되었다. 이발소 간판은 가장 오래된 광고 간판 중 하나로 하나일 때는 이발소, 두 개일 때는 퇴폐업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광고 간판 안에는 이발소 색 띠가 아닌 알록달록한 하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넣음으로써 현대인의 가볍고 짧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이퍼리얼리즘 Hyper Realism

앞으로 100년 후 이 시대를 대변하는 시각이미지는 무엇일까. ‘하이퍼리얼리즘’에서는 광고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드로잉 등 사실적 요소들이 담긴 다양한 시각물들이 혼재되어 있다. 여기에는 구글어스의 시카고 촬영이나, 설계도처럼 극사실적 요인을 평면화한 작업들도 포함된다. 서로 연관되지 않은 듯한 작업들이 한데 모이면서 고유의 질서와 에너지를 생성하는 이 전시파트에서는 미래에서 읽게 될 지금 시대의 시각이미지를 미리 들여다보는 듯 하다.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 ① 한국광고 120년 보러 가기
고백 : 광고와 미술 대중展은 8월 19일까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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