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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디자이너가 역사를 보존하는 방법

2017-08-30

 

 

좋은 디자인은 ‘갑툭튀’한 것이 아니다. 과거 수많은 디자이너의 업적을 뿌리 삼아 탄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 속 디자인을 다시 살펴볼 수 있도록 보존하는 건 우리 젊은 디자이너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과거를 기억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어디 그뿐일까, 세상은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의 업적을 지우고 잊어버린다.

이는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 여긴 국내 두 명의 디자이너(Fax: 이성은, 이재훈)가 한 발을 내디뎠다. 2015년에 출간한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 그래픽 표준편람을 인상 깊게 본 Fax는 88서울올림픽 그래픽디자인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올림픽은 역사적으로도, 디자인적 가치로도 큰 사건이었다. 국내 디자인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엠블럼, 마스코트, 성화, 픽토그램 등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 제작한 디자인 결과물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만 남겨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Fax는 이 모든 걸 디지털로 복원했다.

88올림픽의 종류별 디자인 표준편람 및 매뉴얼, 연도별 내용 변경사항 참고 자료들

88올림픽의 종류별 디자인 표준편람 및 매뉴얼, 연도별 내용 변경사항 참고 자료들

87년 판 그래픽표준편람 내지, 서울올림픽 공식 휘장으로 故양승춘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87년 판 그래픽표준편람 내지, 서울올림픽 공식 휘장으로 故양승춘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Fax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올림픽기념관에 보관된 88서울올림픽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후, 원본 콘텐츠를 디지털 벡터 파일로 다시 그렸다. 복원의 완성도를 위해 당시의 알고리즘을 토대로 벡터 작업을 했다고 한다.

또한, 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기록하고자 연도별 변경사항,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디자인 전문위원회가 결정한 내부적 개선 사항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복원 작업과 메뉴얼 북 제작에 반영했다.

휘장 및 마스코트편람과 그래픽표준편람 고해상 스캔을 바탕으로 제작한 벡터이미지

휘장 및 마스코트편람과 그래픽표준편람 고해상 스캔을 바탕으로 제작한 벡터이미지

올림픽 휘장 및 마스코트 편람 작도법 및 벡터 작업 과정

올림픽 휘장 및 마스코트 편람 작도법 및 벡터 작업 과정

스포츠 픽토그램 그래픽 복원 작업

스포츠 픽토그램 그래픽 복원 작업


오랜 시간을 들인 노력의 결과는 〈88서울올림픽 그래픽디자인 디지털아카이브 - 그래픽 디자인 스탠다드 메뉴얼〉이라는 메뉴얼 북으로 탄생했다. 책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던 메뉴얼, 가이드북, 문건을 한 권으로 정리한 것으로, 서울올림픽 그래픽 디자인을 기록하고 보존한다.

안내 픽토그램 모음 페이지

안내 픽토그램 모음 페이지

스포츠 마스코트 모음 페이지

스포츠 마스코트 모음 페이지


일반적으로 디지털 복원은 고해상도로 스캔한 원본 이미지를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벡터로 복원한 이미지가 실렸다. 원본마다 보존 상태가 다르고, 인쇄 환경·제작 공정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남아있는 자료들을 비교, 분석한 후 합리적인 방법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현재 책은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기간은 충분히 남았는데, 벌써 목표를 달성했다. 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성은, 이재훈 디자이너는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훌륭한 디자인 유산의 재조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프로젝트 의의를 밝혔다.

그래픽 컬러 팔레트와 크기&반복 가이드 페이지

그래픽 컬러 팔레트와 크기&반복 가이드 페이지

오륜 작도법 페이지

오륜 작도법 페이지


얼마전, 서울올림픽 엠블럼을 디자인한 양승춘 디자이너가 별세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크게 다룬 일간지나 방송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 사회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현주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88서울올림픽 디지털 복원 프로젝트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가 아카이빙에 대한 인식이 얕은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디자인 유산 보존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Fax( f-a-x.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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