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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밀라노를 매료시킨 한국공예

2013-06-26


매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글로벌 디자인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4월의 밀라노. 그 곳에서 한국의 전통 공예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트리엔날레 디자인 전시관에서 열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Constancy & Change in Korean Traditional Craft 2013)전’이 그 주인공. 현지는 물론이고 유럽 지역의 언론들이 앞다투어 호평을 쏟아냈고, 저명한 산업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는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 매거진 도무스(Domus)에 전시 내용을 기고하기도 했다. 특히 영국 대영박물관과 V&A 뮤지엄이 전시되었던 작품들을 구매, 소장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을 문화역 284로 옮겨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오는 7월 14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로 칠, 도자, 금속, 목가구 등 한국 전통 공예 7개 분야에서 손꼽히는 16인의 공예 장인(작가)의 작품 43점이 소개된다. 밀라노를 매료시키고 온 한국공예. 매거진 정글에서는 이들을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적광율 0834 | 정해조
소재 삼베, 옻칠 크기 가로 70cm, 세로 70cm, 높이 60cm

‘적광율 0834’는 한국 전통 직물인 삼베를 천연 옻에서 채취한 생칠로 겹겹이 이어 붙인 작품이다. 작가의 의도에 따른 유연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보는 각도에 따라 빛과 옻칠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또한 장식을 배제한 담백한 기품과 고운 입자의 황토로 삼베의 눈을 꼼꼼히 메운 매끈한 물결이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작가 정해조는 작품에 담겨 있는 것은 재료와 형태, 그리고 색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먼저 작품 재료로 쓰이는 칠을 통해서만 빚어낼 수 있다는 점은 재료의 본질이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깊이 있고 영롱한 빛은 작품의 핵심이기도 하다. 형태의 본질은 평소 원시 미술을 좋아하는 작가가 음식을 먹는 행위와 그릇의 필연적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토기 형태에 주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색채의 본질은 가공되지 않은 빛의 삼원색과 한국 전통 오방색을 즐겨 사용하는데서 비롯된다.

선+선+선 | 김인자, 서영희
소재 주아사, 항라, 생고사, 은조사 크기 가로 260cm, 세로 210cm

한복의 아름다움 중에서도 선과 섬유 질감 표현에 중점을 둔 작품이다. 한복의 곧게 뻗어나가는 선과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들은 한옥의 단정한 추녀와 조선 백자의 우아함과도 같다. 이는 한국 전통 문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종류의 한복 어홉벌을 겹쳐 놓은 형태로 옷이 지닌 고유 선들의 조화로운 재구성은 한복 선의 아름다움을 현대 예술의 조형물로 승화시킨다. 염색을 하지 않은 주아사, 세항라, 생고사, 갑사 등 반투명의 고유 전통 옷감이 사용되어 섬유의 섬세한 질감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이불 | 강금성
소재 이불 - 명주, 모본단, 캐시미어 / 베개 - 명주, 모본단, 면, 메밀, 누에고치 크기 이불 - 가로 150cm, 세로 220cm / 목베개 - 가로 35cm, 세로 7cm, 높이 7cm

깔려있을 때는 물론이고 개어져 있는 형태에서도 감각적인 미(美)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아트 오브제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베개와 이불에 사용되는 바람개비 문양은 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색이 고운 오방색 명주 조각을 이어 만들어졌다. 누에고치를 베갯속으로 채운 목베개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 전통적 일품 수공예의 참된 면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작가의 꼼꼼한 재봉 솜씨를 느낄 수 있다.

모란당초문이층장 | 손대현
소재 삼베, 옻칠, 자개 크기 가로 71cm, 세로 38.5cm, 높이 114cm

전통 나전장을 모란당초문과 나비문양의 회화적 요소를 전면에 가미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나전함과 나전장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분할 된 이층장 구조와는 달리 한 폭의 그림 또는 오브제로써 실내 공간에 자리하도록 역할 변환을 시도했다. 전면의 문양들에는 17~18세기 나전함에 주로 사용되었던 줄음질 기법(사용된 자개를 무늬대로 오려내는 기법)과 타발법(휘어진 자개를 오려내고 망치로 쳐서 표면에 닿게 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작가는 모란당초문의 단순한 질서를 통해 비관계적 구도를 보여주고, 자개의 빛을 바탕으로 한 화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수선화문나전반 | 오왕택
소재 느티나무, 옻칠, 자개 크기 너비 39cm, 높이 25cm

한국의 소반은 전통 가옥 구조에 잘 순응하면서 기능과 멋을 살린 한국인의 지혜가 돋보이는 전통 가구다. 목재의 순수한 결이 살아 있는 작품은 단순하고도 소박한 조선 목가구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전통적으로 음식을 나르는 기능을 겸했던 소반의 성격에 맞춰 얇은 판재로 무게를 줄였다. 또한 크기는 줄이되, 견고한 짜 맞춤으로 충실한 기능성과 한국적 형태미를 함축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광 | 홍정실
소재 철, 순금, 청금, 은, 옻칠 크기 지름 16cm, 높이 30.5cm

‘여광'은 전통 공예조형인 향로에서 비롯된 작품이다. 향로는 조상에게 제를 올리는 의식에 사용되어온 특별 조형물로 시대적 특성과 공예성을 동시에 나타낸다. 작가는 둥근 몸통과 뚜껑, 높은 굽으로 이루어지는 향로의 기능적 형태를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정신적 사유를 작품에 더했다. 제작 기법에는 ‘입사 기법'이 사용되었다. ‘입사 기법'은 가는 선을 쇠붙이에 땜 없이 끼워 넣는 전통 금속 장식 수법으로 한민족의 사고와 감성이 발현된 선의 예술을 표현한다.

사오기나무 옻칠콘솔 | 장경춘, 김상수
소재 삼베, 옻칠, 사오기나무 크기 가로 92cm, 세로 45cm, 높이 55cm

옻칠콘솔은 거실의 서랍장 또는 여성의 화장대로도 쓰일 수있는 다목적 생활 가구다. 작품은 용도와 기능에 따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면이 분할된다. 하단에는 넓고 깊은 공간을 두고, 상단에는 낮고 좁은 여러 개의 서럽을 배치한 모습이다. 면분할과 비례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으로 한국 전통 목가구 중 사랑방 가구의 특성인 검소함과 간결함이 베어있다. 특히 작품의 면분할은 전통 가구 형식에서 비롯된 것이나 현대 디자인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멋을 가지고 있다.

한지등 | 김삼식, 김연진
소재 한지 크기 가로 92cm, 세로 60.6cm, 높이 34cm

작가 김삼식은 한지를 한 장 한 장 손으로 뜬다. ‘외발뜨기’라 불리우는 방법으로 우리 한지를 만드는 전통적 방식이다. 한지의 주된 재료인 닥나무 외에는 화학적 첨가물이나 인공 색소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자연의 색 ‘소색(素色)’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 한지는 김연진의 손에 의해 조명으로 다시 태어난다. 조명은 한지를 다양한 형태로 접거나 구부린 후, 전구에 부착한 형태로 섬유질을 통과하는 부드러운 빛의 효과가 보는 이로 하여금 종이 본질의 모습에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이때 한지와 전구는 분리된 채 오방색 옻칠 자석으로 연결되어 있어 한지의 형태는 언제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달항아리 | 권대섭
소재 백자 크기 지름 57cm, 높이 62cm

마치 달처럼 둥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달항아리. 조선 백자의 미(美)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달항아리는 한때는 무언가를 담기 위한 용도를 가졌지만, 지금은 주로 장식 오브제로 쓰인다. 많은 작가들이 달항아리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권대섭의 작품은 특히나 기품 있고 늠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작 과정은 이렇다. 성형된 모양을 건조시켜 900도의 초벌과 1,300도의 재벌을 한 후 가마에 넣는다. 세 개를 넣으면 하나를 건질 수 있을까 말까한 고된 작업으로 달항아리 하나를 만드는 데에는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각의 변주 | 김익영
소재 석기소지 크기 가로 34.5~50.5cm, 세로 45~50cm, 높이 43~48cm

기하학적 형태가 인상적인 백자 의자다. 각 면의 연결이 5각의 형태 안에서 변형을 이루고 있어, 한 공간에 여러 개의 작품을 모아 놓으면 각각의 형태미가 어우러진 리듬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도자 의자의 정식 명칭은 돈(蹾)이다. 둥근 원형으로 공간을 채워 앉을 수 있는 도자 기물인 ‘돈’은 예로부터 많이 사용되어 왔다. 작가 김익영은 소재의 특징과 작업 철학을 담아 전통적 ‘돈'을 각진 형태로 재구성했다.

성수 | 황수로
소재 명주, 밀랍 크기 너비 약 200cm, 높이 180cm

비단 조각으로 만드는 꽃, 채화를 만드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섬세하게 짜인 비단을 치자나 족, 홍화 등으로 천연 염색하고 재단한 다음 꽃잎 하나하나에 밀랍을 먹인다. 그리고 인두질로 다듬어 한 송이씩 빚어낸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황수로 작가의 채화는 생화보다 정교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는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고, 치밀하게 재현하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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