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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스페인 음식: 먹고, 마시고, 함께 하라

2014-03-07


음식은 한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매개체다. 그 나라의 기후와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음식재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음식과 즐기는 사람들의 태도를 모두 담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식기와 밥을 먹는 식탁의 분위기 역시 나라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 이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스페인은 타파스를 비롯해, 츄러스, 파에야, 하몬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들의 음식에서는 삶과 환경, 독창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오는 4월 29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열리는 ‘TAPAS: 스페인 음식 디자인’ 展은 이러한 스페인의 음식 문화를 부엌(Kitchen), 식탁(Table), 음식(Food) 으로 나눠 제품, 건축, 미디어 등의 총 150여 작품을 소개한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

‘부엌’ 섹션에 있는 제품들은 얼핏 보기에는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뽐낸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 사이에서 굳이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실용성과 편리함 못지않게 뛰어난 상상력과 따뜻한 유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해외 여러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쿠로 클라넷의 도마를 보자. 빵을 자르고 남은 부스러기를 호스로 연결해 새들의 모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제품은 현재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음식을 먹고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또 다른 제품은 제품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시각 장애인들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제품 패키지를 살펴 보면 이들이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이 제품은 흡사 발명품을 떠올리게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배려가 숨어 있다.

음식을 먹고, 마시는 장소로서 식탁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인식돼 왔다. 이 섹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을 비롯해, 가구 인테리어와 식기 등의 디자인을 통해 스페인 고유의 음식 문화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전시장 가운데 놓인 테이블들은 음식과 놀이가 함께 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볼 수 있게 한다. 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축구 게임 대를 테이블로 만들어 놓은 것에서는 음식을 먹는 즐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접시 하나 놓기에도 벅차 보이는 작은 테이블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테이블의 틈새 부분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컵과 사이드 접시 등이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테이블’이란 이 테이블은 작은 공간 안에 사는 연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음식’ 섹션에서 스페인의 전통 음식부터 식료품 광고, 음식 디자인의 변천사, 요리사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 등이 펼쳐진다. 음식은 다양한 재료와 요리사의 아이디어가 만나 예술의 한 영역으로도 불린다. 특히 스페인 음식은 싱싱한 올리브, 생선 같은 재료부터 초콜렛과 츄러스 등을 통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이국적인 맛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이 같은 재료와 음식의 다양한 종류 외에도 전시에서는 채소를 이용해 만든 음식 도구 만들기 워크숍, 음식물을 통해 만든 가구와 같은 오감을 자극하는 프로젝트를 망라했다.

전시의 타이틀이자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타파스는 여러 가지 요리를 조금씩 담아내 술이나 간단한 음료와 곁들어 먹는 것이다. 이것을 먹는 풍경을 생각해보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다양한 음식을 먹는 풍경이 그려진다. 기획자 쥴리 카페야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타파스처럼 다양한 맛과 즐거움을 가진 스페인 문화였다. “제품의 실용성 보다, 음식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스페인 문화를 만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 보듯 이번 전시는 낯설고 이국적인 스페인을 디자인을 통해 좀 더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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