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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한국 디자인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디자이너 30인

2008-01-08

디자이너는 연예스포츠 산업의 스타처럼 어느 순간 떴다가 급격하게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 뜨기는 무척 힘들지만, 한번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 명성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물론 디자인계에서 떴다는 것이 스타처럼 갑자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다. 그저 자기 분야에서 클라이언트와 조직으로부터 인정받아 자신만의 확고한 디자인 신념을 갖고 꾸준하게 좋은 작업을 선보이는 정도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처럼 디자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곳에서 어디 쉬운 일인가. 새해를 맞이하여 그동안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어느덧 디자인 산업의 주역이 된 젊은 디자이너 30인을 소개한다. 그들의 활약은 대중에게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떤 대중 스타의 그것보다 실속 있고 의미 있는 것이다. 그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인정받은 뛰어난 프로젝트 실적으로, 또 상품의 판매 실적으로, 권위 있는 해위 디자인상 수상으로, 해외 유명 디자인 전시회 참여로,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어려워서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외롭게 개척하는 것 등으로 월간 <디자인> 편집부의 레이더망에 걸린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의 나이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으로 이미 각 분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확신하건데 한국 디자인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디자이너들이다.

*본 기사는 월간 디자인 1월호 기사에 실린 30인 중 4인 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기획•진행 | 편집부

한국 사회에서 디자이너로 살면서 사회적 발언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인가? 많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디자인 작업을 대행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태생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기 쉽지 않은 분야라며 변명할 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 선동의 최전선에는 언제나 디자인이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의 경우만 봐도, 독일에서 레니 리펜슈탈의 영화가 히틀러에 대한 지지에 불을 붙이는 동안 미국의 젊은이들이 ‘엉클 샘’ 포스터를 보고 입대를 결심한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 때문 아니겠는가. 따라서 디자인은 정치적인 행위이며, 디자이너는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AGI의 대표 김영철은 그러한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을 두 가지의 활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나는 ‘그래픽 상상의 행동주의’로 직접적인 현실 정치나 사회 모순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 행동의 인문주의’로 교과서나 문화 교양 서적을 출판하는 등 구체적인 일상의 문제를 다루는 작업이다.
지난 2007년 11월, 그는 AGI의 10년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상상, 행동> 1권을 내고 같은 제목의 전시 또한 열었다. 이 전시는 국내를 넘어 외국으로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느 단체가 ‘동아시아의 민주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국제적인 전시를 하려 한다는데, 그 중 한국의 민주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해 AGI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한다. 또한 아동층에게도 대안적인 교육을 제시하기 위해 그림책을 출판하기도 하고, 교과서 디자인 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한다.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디자인리서치스쿨’ 에서도 강사로 초빙 받았다고 하니, 사회 변화에 대한 그의 움직임의 소식은 2008년엔 더욱 여기 저기서 들려올 것 같다.

글/ 정영호 기자, 인물사진/ 최민석(눈픽쳐스)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tea-pot)은 문화•예술을 중심에 두고 각 계층의 전문성과 실행력으로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는 단체다. 디자인 회사 간텍스트와 티팟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조주연은 디자인의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디자이너의 생각과 기량으로만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모든 요소를 모아 재구성하고 디자이너와 사람들을 연결시켜 일상에 녹아 든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다. “핵심은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디자인의 새로운 현장이라고 말하는 환경은 단지 장소나 소재가 아니라, 관계 맺기의 주체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는 문화 네트워크 디자인의 기초 작업을 환경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2007년에 진행한 대대적인 환경 조성 프로젝트 백운면 간판 디자인 개선 사업, 문예진흥기금사업 다원예술지원 배내골 예술마을 조성 사업, 양산 배내골 폐교 활용방안 기획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올해는 철원시 공공 사업을 계획 중이다.
그는 문화 네트워크 디자이너로서 마을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과 전문가의 의견을 조율해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활동 외에 교육에도 힘을 쏟아 교사 연수 프로그램 ‘다름과 차이에서 공공성 찾기 2007’과 에듀컬쳐 시범 콘텐츠 ‘라비린스를 탐사하는 도구의 배 가제트 2007’을 개발해 디자인 교육의 기준을 마련했다.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희로애락이 담긴 디자인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열악한 시장 상황을 불평할 때, 그는 클라이언트가 아닌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서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고 있다.

글/ 정은진, 사진/ 김병준(눈 픽쳐스)

강병인이라는 이름 석자는 몰랐어도 우리는 이미 그의 작품을 많이 알고 있다. 진로 참이슬, 배상면주가 대포, 산사춘, 자청비 등 당신이 비워버린 술병,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온 목의 보감, 풀무원 유기농 콩나물, 다시다 산들애 패키지, 화제를 모은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의 타이틀이 모두 그의 글씨였으니까.

한글 디자인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큼 캘리그래피가 각광 받고 있는 요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에 글씨를 쓴 사람을 찾는다면 강병인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 2006년을 거쳐 2007년은 스스로도 정말 많이 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작을 한 해이기도 했다.
CI, BI, 패키지, 드라마, 영화, 광고, 포스터, 책과 음반 타이틀, 잡지의 본문 타이틀 등 줄잡아 300여 편에 이르며 책 타이틀만 100편이 넘는다. 지난 8월에는 그의 펜글씨를 바탕으로 한 ‘봄날’ 서체가 윤디자인연구소에서 출시되었으며, 오는 1월 5일부터 방영되는 대하드라마 <대왕 세종> 의 캘리그래피 역시 그의 솜씨다.
캘리그래피라는 용어가 뉴스에도 오르내릴 만큼 인기를 끌고 디자인의 한 영역이자 문화 코드로 자리잡기 시작한 데는 강병인을 비롯한 몇몇 캘리그래퍼의 공이 컸다. 이름도 생소했던 캘리그래피에 비용을 지불하길 꺼려했던 시절부터 한눈 팔지 않고 매진해온 결과다. “캘리그래피는 서예와 디자인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캘리그래피는 타이포그래피의 범주에 들어가면서도 손글씨와는 조금 다르지요. 좋은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가 아니라 그 속에 감성이 들어있어 글꼴만 봐도 그 제품의 특징과 성격이 느껴져야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병인을 향한 기업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의 글씨를 입고 나온 제품들은 히트 행진을 계속하는 중이다. 대한민국은 그의 글씨에 울고 웃는 것이다.

글/ 전은경 기자, 사진/ 이재희 기자

많은 경우 디자인 작업물의 유효 기간이란 의외로 길지 않다. 편집 디자인의 경우, 월간 정기 간행물이라면 한 달 정도가 될 것이고 애뉴얼 리포트라면 그 자료가 회사 설명과 프레젠테이션에 사용되는 더욱 짧은 기간에 국한될 것이다.
제품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굿 디자인’이라고 해도 대개는 하나의 제품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 제품의 교체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모처럼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져도 그 디자인을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긴 생명력을 가지고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디자인 생산물은 무엇일까. 아마 한 번 정해지고 나면 한 기업의 얼굴로, 글자 그대로 그 기업의 모든 생산품에 적용되는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아닐까. 하지만 클라이언트 또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이 이렇듯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신중하게 디자인 회사를 선택하기에, 아이덴티티 분야는 어느 디자인 분야보다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이다.

홍승우 대표가 이끄는 인테그랄은 그러한 시장에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놓은 회사다. 다른 아이덴티티 디자인 회사와 차별되는 인테그랄의 경쟁력은 ‘뮤추얼 브랜딩’이라 이름 붙인 상품 전략과 네이밍,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아우르는 능력이다.
그가 보기에 상품의 콘셉트와 연관 없는 네이밍, 또 네이밍으로부터 유추할 수 없는 시각 아이덴티티는 실패작일 뿐이다. 그가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은 크로스포인트였는데, 그 중 이안(iaan), 쿠첸, 트롬 등이 홍승우 대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세대 주자지만, 이경민의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VIDIVICI)’, 재능 JEI TV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인테그랄만의 포트폴리오 또한 제법 풍성해지게 되었다.
그가 네이밍과 아이덴티티 작업을 진행한 ‘비디비치’는 시장에 나온지 1년 만에 백화점의 1층 매장에서 바비 브라운이나 맥(MAC) 같은 외국의 명품 화장품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힘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의 전략 기획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려 하는 인테그랄의 당당함은, 그의 판단을 믿고 따라준 클라이언트에게 뒤따르는 성공에서 비롯된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글/ 정영호 기자, 인물사진/ 박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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