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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일러스트 다이어리 3인 3색

2009-12-15

2010년 첫 번째 다이어리 트렌드에서 본 캐릭터 다이어리에 이어, 두 번째는 일러스트 다이어리 3점이다. 눈에 띄는 일러스트만 골라 한 자리에 늘어놓고 보니 때아닌 여자 일색이다. 차례로 다이어리를 펼치면서 꼬마소녀와 수줍은 숙녀 그리고 온화한 여인을 세월의 간격에 맞춰 만나본다.

에디터 | 이안나(anlee@jungle.co.kr)

일러스트 다이어리를 만드는 디자이너는 스토리텔러이기도 하다. 캐릭터마다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선애 디자이너의 ‘토닥토닥 다이어리’는 슈퍼맨 옷을 입고 호기롭게 자신을 믿으라 소리치는 꼬마 남자아이와 얼굴에 꽃잎을 달거나 보석을 바라보며 (나는) 화사하게 빛날꺼라고 말하는 여자아이가 있다. 이윤미 디자이너의 ‘뿔 달린 소녀 다이어리’는 머리에 뿔이 난 수줍음 많은 소녀가 고개를 잔뜩 숙이거나 아예 곰 인형 뒤로 몸을 숨겨버린 탓에 괜시리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혜영 디자이너의 ‘에이프릴 다이어리’는 다정다감한 성격의 동화작가 에이프릴이 프랑스의 작은 시골에서 동네사람들과 안락하게 사는 소소한 행복이 담겨있다. 그녀는 계절 따라 산과 들을 누비며 젊은 청년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아이들과 트리를 만들기도 한다.


Jungle : 다이어리 한 권에 담긴 의미 중 하나를 골라주세요
저에게 있어 다이어리는 시간. 과거의 시간, 현재의 시간, 미래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다이어리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은 모두 다이어리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요.

Jungle : 다이어리 종류는 캐릭터, 포토, 일러스트 등 다양해요. 일러스트 다이어리의 특징을 설명해 주세요
디자인적은 면에서는 시선을 끄는 소소한 그림과 재치 있는 글귀를 들 수 있어요. 다이어리로 보면 사이즈가 작아 휴대하기 간편하고, 내지 공간이 넓어 글을 쓰기 편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Jungle : 토닥토닥 다이어리를 만들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을 고르자면 어떤 부분이세요?
모든 제품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디자이너라면 가장 먼저 사람을 생각해요. 다이어리는 손에 쥐고 다니는 물건이기에 더더욱 그렇죠. 스스로에게 묻곤 해요. "이게 편할까? 불편할까?"
토닥토닥 다이어리를 기획할 때는 기존 다이어리들과 같은 사이즈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토닥토닥의 일러스트가 일반 사이즈의 다이어리에 얹혀지는 것보다는 한 손에 쥘 수 있는 한 뼘 작은 사이즈가 어울린다고 여겨져서 변경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작은 사이즈의 다이어리는 자연스럽게 내지의 칸이 작아져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간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토닥토닥 다이어리는 장마다 다른 일러스트가 그려져, 지겹지 않게 만들었고 꾸밈을 줄여 가장 다이어리 답게 만들려고 궁리를 많이 했답니다. 크기가 작은 다이어리지만 내지를 훑어보면 묵직한 디자인이 무게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다이어리랍니다(웃음).

Jungle : 선호하는 스타일의 다이어리 디자인이 있으세요?
다이어리는 오래 사용해도 질리지 않고 눈의 피로가 적은 디자인을 선호해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꾸밈이 많으면 쓰다가 질려버려서 피하고요.

Jungle : 꼭 만들어 보고 싶은 다이어리가 있다면 어떤 디자인일지 궁금해요
심플한 디자인의 실용적인 다이어리를 제작해보고 싶어요. 물론 일러스트 작업의 매력이 있지만 편집작업에도 또 다른 매력을 느껴요. 선과 면으로 짜여진 다이어리를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편집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제작하고 싶어요.

Jungle : 디자이너 분들은 유독 문구제품 모으기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다이어리 외에도 애착이 가는 펜이나 메모지 등이 있으세요?
특별히 가리는 제품은 없어요. 오히려 여러 종류의 제품을 써보는 것이 디자이너라는 직업상 유리할지도 몰라요.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은 라이브워크의 포켓북과 톰보우4B 정도요.

Jungle : 디자이너로서 2010년 이루고 싶은 꿈을 알려주세요
2010년은 좀 더 깊이 있는 작업으로 보내면서 2011년을 준비하는 해로 삼고 싶어요. 꿈은 지금도 이루어 가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 하루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들을 그림에 녹여가며 즐겁게 사는 것이 지금의 꿈이에요.


Jungle : 윰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 드려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는 윰마입니다. 딱히 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요즘은 어린이 학습교재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작업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그 전에는 티셔츠에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출판사에서 단행본 일러스트 작업도 했어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하는 일의 범주가 다양해요. 늘 즐겁지요.

Jungle : 다이어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운이 좋았어요. 다이어리와 디자인 문구제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주)씨엠투에서 연락을 받고 작업을 하게 됐어요.

Jungle : 뿔 달린 소녀 다이어리 말고도 다이어리를 만드신 경험이 있으시지요?
'은초딩 FUN FUN 다이어리'를 만들었어요. 이름을 보더라도 느껴지듯, 뿔 달린 소녀 다이어리와는 감성적으로 다른 작업이었어요. 일러스트 작업의 기법이 다른 일명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다이어리'라고 보시면 되요.

Jungle : 다이어리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아보자면 어떤 점이었나요?
다이어리를 만들 땐 정해진 포맷에 맞춰서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뿔 달린 소녀 다이어리는 전체적인 구성 디자인과 쪽수 별 디자인, 그리고 2010년의 숫자와 요일을 모두 손글씨로 작업했는데요. 200페이지가 넘는 다이어리가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어요. 어떤 그림이, 어떤 컨셉트로 만들어 질지 등등 고민했어요. 그리고 숫자와 요일을 페이지 마다 일일이 적는 것이 헷갈리고 어려웠어요.

Jungle : 고민과 고뇌를 거쳐 지금은 다이어리를 제작, 판매하고 있어요. 소감은 어떠신가요?
당연히 뿌듯하지요. 다이어리를 보시고 예쁘다며 블로그로 찾아와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 순간은 고생하며 작업했던 기억이 싹 사라져요. 다이어리들이 사랑 받으면 절로 피곤이 가시고 그저 웃음이 나요.

Jungle : 일러스트가 저마다의 색깔이 있어요. 의미가 궁금해요
다이어리 내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는 전부 의미가 담겨있어요. 유심히 보시면 나름의 해석이 나올텐데요, 그게 답이에요.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이 일러스트에 담긴 뜻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한 달, 한 해를 보낸다면 완벽한 감상일 것 같아요.

Jungle : 2010년 다이어리에 가장 먼저 적은 은 글을 알려주세요
매년 다이어리를 사용하기 전에 첫 문장은 같아요. 일종의 습관이에요. 그 해에 꼭 이루어 졌으면 하는 소원을 적는 건데요 늘 볼 수 있도록 큼직하게 적어요. 2010년의 소원은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고 적었어요.

Jungle : 그럼 2010년에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은 여행이겠네요
여행을 마음껏 다니고 싶어요. 오지로 떠나 보고 싶기도 하고요. 아프리카에 가서 열기구를 타는 것이 제 꿈이에요. 그리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작업실에서 작업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어서, 일본어와 영어 그리고 운전면허도 취득해야 할 것 같아요.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면서 살고 싶어요.

Jungle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계획을 말해주세요
지금처럼 재미있게, 늘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도 그림을 즐겁게 그리면 그 이상 소원이 없어요.


Jungle : 벌써 세번째 다이어리를 만드셨어요.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데 이번 컨셉트는 무엇인가요?
벌써 에이프릴의 이야기를 3번째 들려주네요. 지난 작업들은 에이프릴의 하루, 에이프릴의 동네이야기 등을 보여준 컨셉트였다면 2010년 에이프릴 다이어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서 그런지 자유스러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요. 모두가 꿈꾸는 계절의 단상, 낭만, 아이들의 웃음 소리...사람들의 기억 속 따뜻했던 순간들을 모아서 만들었고 가슴으로 전해지길 바라면서 만들었어요.

Jungle : 일러스트작업이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기는 작업이라 그런지 페이지마다 특색이 있어요. 다이어리의 특징인가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라요. 다이어리에 그려진 캐릭터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서로서로 친분관계를 만들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되었어요.

Jungle : 다이어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또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셨나요?
역시 사용자의 입장을 가장 먼저 생각해요. 1년 내내 에이프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닐 사람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다이어리를 기획하고 전체적인 분위기의 틀을 잡아요.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우선 그림의 세세한 부분이나 색감 등에서 최대한 빈티지하게 표현하려 노력하는 거예요. 마치 오래된 벼룩시장에서 찾아낸 한 권의 동화책처럼요. 그리고 내지부분은 일러스트 다이어리지만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많은 여유공간을 두고 레이아웃을 짜는 편이예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싹뚝 잘라내고 대신 각자의 일상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자유롭게 노트구성을 하는 편이예요. 커버부분도 많이 신경을 쓰는편인데, 조금만 사용하면 구겨지는 딱딱한 종이는 피하고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고 폭신한 촉감의 패브릭으로 작업해요.

Jungle : 에이프릴 다이어리 속에는 스토리가 있어요. 혹시 일러스트 작업을 하시면서 짜놓은 가상의 스토리가 있으시다면 얘기해주세요. 제가 보기에는 핀란드의 화목한 가정처럼 보이기도 했답니다
우선 에이프릴은 프랑스에 살고 있는 동화작가예요. '아멜리'라는 뚱뚱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죠. 다정 다감한 성격에 이웃들과도 사이가 좋아요. 평소에는 혼자서 카페에 가거나, 아멜리를 산책시키면서 하루를 보내요.

Jungle : 앞으로 제작해보고 싶은 다이어리가 있다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요
에이프릴의 이야기를 하나씩 만들면서, 메시지를 담은 다이어리를 기획하고 싶어졌어요.

Jungle : 디자이너로서 2010년 해야 할 계획과 이루고 싶은 꿈을 알려주세요
질문에 어울리는 답일지는 모르겠는데요. 앞으로 에이프릴 다이어리로 얻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고 싶어요. 연말이라 더 그런가 봐요.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반대편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당장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주고 싶어요. 디자인은 생활의 작은 변화를 주고 즐거움을 줄뿐 아니라 사회의 따스한 빛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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