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9
잦은 야근과 과다한 업무가 폭풍처럼 지나간 자리엔 허무함만이 남기 마련이다. 이 허기진 마음을 빵빵하게 채워줄 아날로그 라디오 그리고 프로그램들을 모아봤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누구나 한번쯤 머리맡에 라디오를 켜 놓고 잠을 청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초 저녁부터 새벽까지 라디오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듣다가 혼자 키득대다가, 좋아하는 음악에 저절로 눈이 떠지기도 했던 그때. 순수했던 시절의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지금은 일정 금액만 결제하면 무제한으로 스트리밍이 가능한 사이트가 여럿 있고, 컴퓨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마치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쉽고 편하게 음악을 구입하게 되었으나, 아날로그 감성의 빈자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이 빈자리를 메워주는 아날로그 라디오들을 소개한다. 따뜻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라디오로 방송을 듣다 보면 어느새 감성은 100% 충전 완료.
로버츠 라디오 R250은 기계식 다이얼을 돌려가며 라디오 주파수를 찾는 아날로그 방식에 디자인까지 앤틱한 제품이다. 로버츠 라디오의 설립자였던 해리 로버츠의 아들인 리차드 로버츠가 경영권을 이어받으면서 아버지와 즐거웠던 옛 시절을 추억하며 그 시절의 로버츠 라디오를 그대로 복각할 결심하며 만든 제품이다. 이 라디오는 모양만 옛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모델을 선정하고, 부품들은 원래의 것을 살리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선택되었으며, 고밀도의 목재 캐비닛과 고급 가죽 천으로 마감하여 옛날 방식으로 정성껏 만든 것. 옛 모습 그대로, 그리고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진 아날로그 튜너다. 6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이 작은 라디오를 통하여 리차드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그리고 당신은 과거의
<별이 빛나는 밤에>
를 떠올리며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
를 들어보길 권한다. 편안한 목소리와 맛깔스러운 진행은 아침이나 밤이나 다를 바 없다. 좋은 음악과 이야기를 전하며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게 하는 방송을 추구하는 DJ의 소신은 여전하니까.
오늘>
별이>
112.3g의 가벼운 무게와 100x65x25㎜의 작은 사이즈로 휴대성이 좋은 라디오다. 깔끔한 화이트 색상에 살짝 곡선의 외형이 깜찍하다. 외형만 보고 반했다면 아직 섣부른 판단! 작은 사이즈 임에도 사운드만큼은 거대한 몸집의 라디오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비밀은 앞 편과 뒤편에 큼직하게 하나씩 자리잡고 있는 스피커에 있다. 뛰어난 내구성과 고감도 IC회로를 채용하여 높은 수신율로 등산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에게 최적의 라디오다. 이 휴대성이 좋은 라디오로 2시간 동안 걱정거리를 모두 잊고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걸죽한 입담으로 부동의 라디오 청취율 1위,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
다. 이런 인기 절정의 프로그램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15년간 콤비로 활약한 개그맨 정찬우, 김태균의 빈틈없는 호흡으로 방청객과의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야 하는 라디오로 소니 ICF-40이 제격이다.
두시탈출>
1927년 린드버그의 대륙횡단을 기념하는 계기판 디자인으로 옛날의 무늬를 낸 철판과 나무의 재질감을 느낄 수 있는 앤틱 라디오다. FM•AM 라디오에 어댑터를 사용하거나 AA 배터리 3개로 작동된다. 안테나는 뚜껑부분 옆면에 숨겨져 있어 고리를 잡아당기면 빼낼 수 있다. 뚜껑부분은 스피커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어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도 커버 표면에 뚫려 있는 홈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543-722로 들을만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가 적격이다. 1990년 3월 첫 방송 이후 20년째 이어오는 우리나라의 대표 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7000회를 넘긴 지금도 최신 팝 음악 소개와 빌보드 차트 분석, 추억의 명반 소개 등 아날로그의 따듯한 숨결을 그대로 전한다.
배철수의>
디자이너 싱기 카르토노(Singgih Kartono)가 소나무와 마호가니를 이용하여 인도네시아 농장마을에서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다. AM/FM 수신 가능한 현대적인 디자인의 레트로 룩 라디오로 MP3 호환이 가능하며 외부 안테나와 미니잭 커넥터가 포함되어 있다. AA건전지 4개 또는 AC 어댑터가 필요하다.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기며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을 일깨우는데 단연 선두적인 역할을 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적지 않은 가격에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이 클래식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라디오에서 남자 여럿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면, 백이면 백 스윗소로우다. 작년까지만 해도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깨방정을 떨고 다니더니 이젠 아예 시간을 잡아놓고 떠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4인 체제 DJ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
은 매일 한 명의 청취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카펠라 버전의 신청곡을 불러주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라디오에서 울려퍼지는 달달한 오프닝이라면 심신이 지친 당신에게 분명 달콤한 위로가 될 것이다.
스윗소로우의>
그 이름만큼이나 롱(?)한 시계겸용 라디오다. 군더더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똑부러지는 디자인이다. LCD창의 light를 누르면 반짝반짝 파란빛을 내면서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이 시크한 라디오에 걸맞는 DJ라면
<심야식당>
의 윤성현PD다. 야심한 시각 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하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경험을 할 테지만, 곧 중독될 것이 분명하다. 게스트들에게 냉랭한 멘트로 쏘아붙이고 청취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따지고 보면 몹시도 불친절한 주인장은
<심야식당>
만의 매력이다. 조금 까칠하긴 하지만 그 너머에는 위트와 인간적인 따뜻함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도 잘 챙겨드세요.’ 라는 클로징멘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클래식한 디자인의 LCD Long Clock Radio와 꼭 어울리는 한 쌍이다.
심야식당>
심야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