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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오래된 기차역에서 떠나는 문화 여행

2012-04-09


6개월간의 개관 준비를 끝내고 지난 4월 2일 정식으로 문을 연 ‘문화역서울 284’가 개관과 함께 특별전 ‘오래된 미래’를 마련했다. ‘문화역서울 284’는 2004년 신서울역사의 준공으로 인해 방치되었던 구서울역사를 원형 가까이 복원, 시민들의 문화예술적 욕구를 채워주게 될 복합문화공간이다. 그 첫걸음으로 준비된 ‘오래된 미래’는 구서울역사라는 근대문화 유산이 단순한 과거의 기억이 아닌 현재와 호흡하고, 미래를 향한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또한 전시는 낡고 오래된 것에서 발견한 미래 동력과 지속가능 한 정신을 선보이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간과 문화의 여행지로 대중들을 초대한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사진제공 | 문화역서울 284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이자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성원의 기획으로 준비된 개관전, ‘오래된 미래’는 크게 기획전, 상설전, 특별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먼저 기획전에서는 주제인 ‘공간이 어떻게 문화를 태동시키는가’를 건축, 시각디자인, 공연예술로 선보인다. 이 자리에는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과 건축, 시각디자인, 공연 분야에서 현재 중추적인 자리에 있는 승효상, 안상수, 강준혁의 작품세계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건축가 김수근은 중앙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건축가 김영준, 염상훈, 오욱연의 기획으로 마련된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 김수근展’이다. 지난해 김영준의 기획으로 열렸던 베를린 에데스 갤러리의 ‘응집된 근대 : 김수근展’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는 이 전시는 김수근의 유작 20여점과 문화활동, 그리고 그가 만든 잡지 ‘공간’의 원본을 비롯 김수근 관련 출판물과 영상으로 구성된다. 전통한지와 문틀로 제작된 26개 판넬과 나무 모형들이 연결과 단절로 이어지며 마치 골목길과 같은 배치를 보여주는 전시공간 또한 흥미롭다.


승효상은 ‘문화풍경’이라는 대주제 아래 다시 ‘근작 10제’, ‘실현되지 못한 지문의 도시’, ‘거주풍경’ 등 세가지 소주제로 자신의 건축세계를 선보인다. 구축과 응집으로 성장한 우리네 도시문화에서 승효상은 ‘집을 짓기 보다는 삶을 짓는’ 것이 건축가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유연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화생성의 공간, 그것은 채우기가 아닌 비움으로써 제안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빈자(貧者)의 미학'으로 대변되는 승효상이 이야기하는 공간과 문화의 또 다른 창의적 공존이 담겨 있다.

건축분야 전시에서는 김수근, 승효상과 같은 대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정신도 엿볼 수 있다. 고기웅, 김지호, 김찬중, 문훈 등 차세대 건축가 17인이 메우고 있는 ‘건축한계선’이 그것. ‘87체제 속에서 20대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으로 엮이는 이 젊은 건축가들은 개발논리에서 벗어난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세대로 분류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직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도시는 자신들 작업의 경계를 실험하는 하나의 장이다. ‘건축한계선’은 이처럼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적 건축과 도시의 풍경으로 그려진다.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문화풍경’, ‘건축한계선’은 건축가 민현식의 기획으로 전시 기간 중 강연으로도 이어진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진행되는 강연은 참여건축가 및 기획자, 그리고 문화예술계 저명인사들의 좌담과 토론으로 구성된다.

국내 시각디자인을 대표하는 안상수는 건축가 정기용, 시인 이상, 송승환, 음악인 백현진 등 세대와 장르를 막론한 문화예술인 17인을 끌어들여 구서울역사에 대한 그들의 기억들을 풀어낸다. 끄집어진 기억들은 ‘미래로 보내는 기억들’이라는 주제로 안상수의 작업과 연결된다. ‘미래로 보내는 기억들’의 전시디스플레이는 노네임노샵과 함께 진행되었고, 4월 26일부터 매주 목요일에는 전시 참여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된다.


문화기획 1세대로 일컬어지는 강준혁은 전시기간 동안 주 4회 12시부터 15시까지 공연예술가와 차세대 기획자가 함께하는 공연/좌담 프로그램, ‘문화그릴 강준혁’을 전개한다. 강준혁은 70~80년대 ‘공간사랑’을 중심으로 공옥진, 김덕수 사물놀이, 김금화 굿 등 잠재된 예술혼을 찾아내고 전파한 인물로 그의 예술혼 발굴 정신은 ‘문화역서울 284’의 미래 지향적 설계와도 닮아 있다.


기획전 외에도 ‘문화역서울 284’에서는 구 서울역사 복원과정에서 나온 과거 유물과 복원 영상을 선보이는 상설전이 2층 복원전시실에서 열린다. 또한 서울역의 사라진 소리를 채집한 ‘서울역 소리 프로젝트’와 서울역, 기차, 철도를 주제로 한 영화, 그리고 서울을 주제로 펼쳐지는 인디밴드의 공연 등 다양한 특별프로그램이 ‘문화역서울 284’ 전 공간에서 진행된다. 특별프로그램과 앞서 이야기한 기획전 관련 강연프로그램의 상세한 내용 및 일정은 ‘문화역서울 284’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개관전 ‘오래된 미래’는 6월 15일까지 이어진다.

문화역서울 284 http://culturestationseoul284.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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