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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접근(Accessing) Part 1, 맨홀

2013-07-04


‘맨홀은 왜 동그랗게 생겼을까?’
상식을 실험하는 문제에서 가끔 등장하는 질문이다. 여기에 답은 ‘각도에 상관없이 뚜껑이 홀 안으로 빠지지 않도록’ 혹은 ‘사람이 내부로 진입 시 편리하도록’등이 있겠다. 그러나 거리의 땅 위를 관심 있게 바라본다면, 맨홀이 꼭 원형이 아닌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질문을 다음과 같이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맨홀은 왜 길 위에 존재할까?’

글 | 안지용 Manifesto Design Lab 공동대표

사람이 만든 물건은 언젠가는 반드시 고장이 난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자동차, 에어콘도 그렇다. 심지어 무쇠로 깔아놓은 철로도 보수가 필요하다.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보다 거대한 건물, 교량은 물론이고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거대한 도시를 덮고 있는 아스팔트 하부에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전화 등 도시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프라스트럭쳐 또한 고장이 난다. 한 집에 물이 나오지 않거나, 전화가 불통이면 집안에서 전기나 집으로 들어오는 라인을 확인하겠지만, 갑자기 한 지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안에서 배관의 문제가 그러하듯, 일반적인 고장은 굵기나 방향이 바뀌는 연결부위나 교차점, 접합점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맨홀(manhole)은 바로 이러한 곳에 사람이 직접 접근하여 점검, 청소, 관리 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점검구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철로 된 동그란 뚜껑’ 이라고 단순히 인식되는 이러한 맨홀에도 필요한 정보와 역사가 담겨 있고, 때로는 그 모양이 한 도시의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 본래 기능에 따라 길 위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위치적 요인, 그래서 자연스레 거리를 구성하는 인공물 요소가 되는 맨홀. 한 지역의 역사와 정보를 표현하는 상징물로써의 역할을 이 맨홀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치는 도시 구석 구석에는 형태와 기능에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디자인들이 있다. 눈에 잘 보이기 위해 드러나는 디자인도 있지만, 때론 거리에서 무심결에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 오히려 디자이너의 많은 생각과 노력이 담겨 있는 곳들이 많다. 화려하지 않지만 불특정 다수의 안전을 위해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실현되는 디자인은 비단 보여지기 위한 것만이 아닌,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것임을 깨닫는다.


Manifesto Research Members
Alexander Krug, Duk Won Kim, Henna Lew, Jeannie Kang, Jeeyong An, Jinwon Son, Jihyun Park, John Dwyer, Kate Ann, Sang Hwa Lee, Seungju Woo, Yeoj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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