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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스카프의 또 다른 이름, 마후라 펄럭이며

2014-09-26


점점 높아지는 하늘과 아침저녁으로 조금은 싸늘해진 바람은 성큼 다가온 이 계절을 몸소 느끼게 해주고 있다. 요즘 같은 환절기 가장 손쉽게 애용되는 패션 아이템은 아무래도 머플러 혹은 스카프일 것이다. 지금쯤 우리의 목이나 어깨에 둘러지기 시작하여 다음해 봄까지 사랑 받을 머플러, 또는 스카프에 대해 알아보자.

글 ㅣ 윤예진 패션디자이너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마후라’. 흔히 여성들이 머리와 목을 감싸도록 묶어 쓴, 꽃무늬가 휘황찬란하거나 알록달록 촌스러운 색상들이 어우러진 천을 떠올릴수 있는 어감의 단어이다. 이 마후라(マフラー)라는 단어는 머플러(muffler)라는 외래어가 일본식 발음으로 남아 구전된 경우이다. 머플러의 본 뜻은 추위를 막거나 멋을 내기 위하여 목에 두르는 천으로 다른 단어로는 우리말 목도리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목도리라고 생각하면 방한용으로 만들어진 도톰한 니트나 울(wool), 길고 커다란 것을 떠올린다. 반면 스카프(Scarf)라고 하면 쉽게 실크나 나풀거리는 얇은 시폰(chiffon, 얇게 비치는 가벼운 직물) 등을 떠올린다. 이런 기능과 형태는 동서양이 차이를 보이는데, 보통 서양에서는 두툼하고 넓고 기다란 목도리 같은 천이나 여성들이 장식용으로 착용하는 얇은 사각형의 천이나 모두 '스카프'로 불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 형태나 재질로 명칭을 구분하는 부분이 뚜렷하지 않다. 때문에 보통은 스카프라고 부르면 틀릴 일이 없고, 머플러의 경우는 특히 좀 두꺼운 방한용 천을 머플러라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카프의 어원은 프랑스어 에스카르프(escarpe)에서 발전한 에샤르프(écharpe)이고, 기원은 북방민족이 방한용으로 사용한 베로 만든 목도리라고 전해지며, 시대와 더불어 의미의 범위도 차차 변용되었다. 서양에서 널리 보급된 것은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때 햇빛 방지와 장식을 위해서 술 장식이 달린 어깨덮개가 사용된 것이 처음이다.

스카프는 넓은 의미로 스톨(stole)이나 네커치프(neckerchief), 슬렌당(slendang), 숄(shawl) 등도 포함시킬 수 있다.
스톨의 어원은 라틴어의 스톨라(stola)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여성의 어깨에 걸치는 긴 숄을 말하는 것으로 길고 폭이 비교적 좁은 것을 말한다. 스톨이 어깨에서 늘어뜨려지는 끝부분에는 여러 가지 장식이 더해지곤 하는데, 술을 달거나 자수를 넣기도 하고, 모피의 경우에는 안쪽에 포켓을 붙여 달기도 한다.

네커치프는 목에 감거나 머리에 쓰거나 하는 작은 정사각형의 천으로 목의 뜻인 넥(neck)과 머리를 덮는다는 어원을 가진 커치프(kerchief)의 합성어이다. 중세 이래 서구의 여성들이 머리에 쓰던 것으로, 14세기경부터 여성과 아이들의 목에 천을 감은 데서 이름이 비롯되었다. 19세기에는 남성의 크라바트(cravate, 현재 남성 넥타이의 유래)로도 사용되었다. 추위나 바람을 막는 이유보다는 남녀 구별 없이 액세서리로 많이 사용되었다.
또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지에서 여성이 사용하는 슬렌당은 원래 길이가 긴 어깨덮개였으나 이용범위가 넓어서 양끝을 묶어 일종의 보따리를 만들 때 이용하거나 아이를 엎는 포대기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여성용 숄의 그 어원은 페르시아어의 샬(shal), 프랑스어의 샬르(chale)이다. 초기의 숄은 세계 각지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그리스의 히마티온(himation), 인도의 사리(sari, saree) 등도 그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원래 어깨덮개로서의 숄은 주로 동양의 민속복에서 계승 및 발전되어 18세기 후반 서양 여성용의 장식적 어깨덮개로 도입되었고, 19세기에는 마차로 외출할 때 남성의 여행용 오염방지 덮개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초반엔 고급의 수제품으로 고가였으므로 상류 계층에서만 사용되다가 19세기 중반 기계로 생산되면서 대중화 되었다.

스카프는 옷의 패션과 상관없이 항상 개별적으로 발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 중 실크 스카프는 스카프 중에 가장 아름답고 우아하며 패셔너블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실크 스카프의 그 원조는 로마에서 만들어진 땀옷(sweat cloths)에 있는데, 당시 스카프는 열기가 많은 야외에서 일하는 남녀 모두 목에 천를 감아 땀을 흡수하게 하여 청결함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간절기 상품으로 빠지지 않고 출고하고 있는 것 역시 스카프이다. 특히 헤르메스(Hermes)나 버버리(Burberry) 같은 브랜드의 패션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실크 스카프들은 그 디자인과 프린트 문양 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며 판매실적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또한 스카프는 단순한 스카프의 형태와 기능 외에 샌들, 핸드백, 블라우스와 핫팬츠, 두건과 원피스까지 패션의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스카프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각자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가장 패셔너블한 액세서리 중 하나일 것이다. 옷장 안을 뒤져보라. 특히 여성이라면 잠자고 있는 대여섯장의 스카프를 찾아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 일 것이다. 높아진 파란 하늘, 짧아진 일조량과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 마음에 드는 스카프 한 장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을 연출해볼 시기, 딱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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