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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영화의 비주얼을 완성하다

2013-05-07


미국 헐리우드(Hollywood)는 일 년에도 수백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이다. 이 거대한 규모의 시장 안에는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인들도 많이 눈에 뜨인다. 그 중에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나 아이로봇(I, Robot)과 같이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한 영화에 참여한 컨셉 아티스트(Concept Artist), 앤디 정(Andy Chung)을 만나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컨셉 아티스트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박은선 LA 통신원( archsuki@yahoo.com))

박은선(이하, 박): 먼저 정글 독자들에게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앤디 정(Andy Chung)(이하, 앤디):한국에서 태어나 7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와 그림에 관심이 많아, 패서디나(Pasadena)에 있는 아트센터 디자인학교(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 진학해 자동차 산업과 디자인 (Automotive & Industrial Design)을 전공했어요. 1994년 졸업 전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이나 광고, 건축 관련 디자인, 그리고 각종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박: 어떤 계기로 컨셉 아티스트가 된 건가요?
앤디:1977년에 영화 ‘스타워즈’를 봤는데, 그때 느낀 충격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제 안에 내재되어있던 아이디어와 상상력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생각하는 것들을 종이 위에 옮기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어요. 그러나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사이에 그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고,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재현해내는 매력 때문에 컨셉 아티스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박:컨셉 아트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분야인데요. 영화에서 어떤 분야를 담당하는지, 본인의 작품이 어떻게 실제 영화에 반영되는 건가요?
앤디:스크립트를 바탕으로 감독과 프로듀서가 원하는 영화의 주된 배경 이미지나 매인 캐릭터, 관련 제품 등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스토리보드가 나오고, 실제 촬영 세트와 소품들이 탄생하게 되기 때문에 컨셉 아티스트는 영화의 시작을 주도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작업하는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먼저 스크립트를 읽어본 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스케치합니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그것을 보고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적합한지 확인한 후 세트 디자이너에게 넘기게 됩니다. 세트 디자이너는 그것을 기초로 해 도면을 그리거나, 다소 복잡한 디자인이라면 특수효과 팀(special effects CGI department)에게 의뢰하기도 해요.

박: 그동안 진행했던 작품 중 소개하고 싶은 대표작은 무엇인가요?
앤디: 이십 년 넘게 일하다 보니 참여한 작품들이 꽤 많습니다. 그중에서 한국에서도 친숙한 작품을 꼽자면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Ghost’, 영화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Terminator Salvation)’,’아이로봇( I-Robot)’, ‘언더월드 2(Under world 2), ‘트랜스포머3(Transformers 3)’입니다. 최근에는 ‘토탈리콜(Total Recall)’과 개봉 예정작인 ‘R.I.P.D’ 등을 작업했습니다. 이 밖에도 James bond 게임 등에 참여했습니다.

참고:http://www.imdb.com/name/nm0161181/#ArtDepartment

박: 가장 최근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앤디: 여러 가지의 작품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최근의 작업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R.I.P.D.(Rest in peace department)’라는 영화입니다.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와 ‘RED’라는 영화를 찍었고, 조디 포스터(Jodi Foster)와 ‘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이라는 영화를 만든 로베르토 슈벤트커(Robert Schwenke)가 제작을 맡고 있습니다. ‘R.I.P.D.’는 RIPD라는 죽지 않는 경찰들이 모인 부서에 한 경관이 합류하면서 자신을 살해한 사람을 찾으려고 한다는 내용으로,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와 재프 브리지스(Jeff Bridges)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시각적으로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코미디 영화로, 저는 혼란스런 도시의 모습들을 디자인했습니다. 이 영화는 올해 7월경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박: 이제까지의 작업 중에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앤디: 마이클 잭슨과의 작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설적인 스타와 함께 일한다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인데, 졸업 후 처음으로 하는 작업이라 무척 기대되면서도 동시에 두려웠죠. 작업하기 위해 그가 묵고 있던 뉴욕의 트럼프 타워 호텔에 가게 된 때 일입니다. 그는 제게 직접 리무진을 보내 집에서부터 공항까지 이동하게 했으며, 비행기 일등석을 이용해 플라자 호텔에도 묵게 해 주었죠. 물론 모든 경비는 그가 지불했습니다.

실제로 그를 만나게 되었을 때, 야구 모자를 쓰고 가짜 수염으로 변장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던 일화도 있었죠. 그러나 일을 할 때 마이클 잭슨은 누구보다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컨셉 작업을 할 때는 실제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노래의 어느 부분에 어떤 컨셉을 원하는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해줬습니다.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고, 그를 만난 건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박: 주로 SF 분야의 영화에 많이 참여해 미래 도시의 모습이나 무기 등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앤디: 모든 장르의 영화 작업을 하지만, 특별히 SF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개념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새로운 것을 상상할 기회를 주므로. 즐겁게 작업하는 것 같습니다.

박: 상당한 창의력을 요구되는 작업인데 특별히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요?
앤디: 다양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그것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혹은 참고할 만한 자료들을 찾으면서 찾아옵니다.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 디자인한 적 없었던 새로운 것을 떠올리려고 합니다.

박: 초창기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스케치 위주였는데, 점점 3D program을 이용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을 선호하시나요?
앤디: 손으로 스케치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 모두 사용합니다. 초기에는 펜이나 마커 또는 붓을 이용해 그리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 속에서 그에 맞는 적절한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손으로 그리는 것에 비해 포토샵 같은 디지털 도구들은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프린트할 수 있고 수정하고 지울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만약 한가지 툴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저는 손으로 그리는 방법을 택할 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손으로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디지털 방식은 포화상태에 다다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 마지막으로 컨셉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앤디: 먼저 그림을 꾸준히 그려야 합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게 되면, 마치 매일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처럼 여러분을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아이디어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뭔가를 창조해내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일 겁니다.

세상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개성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이 시대에, 더구나 빠르게 변화하는 엔터테이먼트의 세계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앤디 정(Andy Chung)은 미국 사회에서 소수 민족인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재능뿐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일에 대한 열정으로 경쟁이 심한 영화 산업 분야에서 컨셉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입지를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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