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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 인터뷰

아트디렉터 손재익의 엉뚱하고 유쾌한 지하작업실

2002-08-07


신사파출소 사이 골목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3번째 골목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우리아이컴’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 지하..
설명을 적은 쪽지따라 찾아간 곳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온통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벽, 천정, 계단 그리고, 음산한 녹색 곰인형 사진이었다.
집안은 괴물과 귀신으로 인해 온통 난리인데, 집밖은 너무도 일상적인 공포영화처럼..
내가 걸어온 길과 내가 보고 있는 곳은 그 차이가 공포영화수준이었다.
계단을 조금 내려가 아래를 보니,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 끝에 왠 초록괴물이 있는 것같았다.
가만히 보니, 작업실 문 전체를 인조잔디로 장식을 해놓은 것이었다.
빨강도 아닌 초록이 이렇게 공포스러울 수 있다니..
작업실 문앞에서 노크를 해야하는데.. 인조잔디는 아무리 두둘겨도 소리가 나질 않는다.
정말 괴기스럽지 않은가..
결국.. 소리쳤다.
“계세여?”
작업실 문을 열었을 때, 서양점보는 집에서 흔히 들리는 리듬의 음악이 큰소리를 내고 있었고, 역시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정말 제대로 찾아온 것인가.. 돌아갈까.. 머리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떠다녔다.
“어.. 왔어여?”하고.. 걸쭉한 목소리의 덩치 큰 사람이 나타났다.
손재익 실장이었다.
코오롱 맨스타, 자우림 트루 라이브 앨범, 김윤아 솔로 앨범과 화보집 등의 아트디렉터, 페어퍼의 ‘봉팔이 아저씨’인 손재익의 작업실은 그렇게 공포적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처음의 공포스러움은 사라지고, 놀이공원의 귀신집에 들어온 것처럼 기대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는 모든 잘 만들어진 것을 좋아하고, 또한 그런 것에 관심과 욕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손재익 실장은 그런 자신의 생각을 작업실 곳곳에..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크기에 비해 좀 많이 작아보이는 검은 뿔테안경,
그렇게 딱 맞을 수 없는 검은 손뜨게 모자,
반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프로젝트를 끝낸 후 자신을 비우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모으게 되었다는 작업실 속 잡동사니(?)들을 보면 그러하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을 꾸미는 ‘멋부림’ 또는 ‘설정’이라는 말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그는 멋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일부러 꾸민 설정도 아니다.
찍어내는 디자인이 아니라 문화적인 형태의 디자인을 해야한다는 그의 디자인철학에 따라 그 물질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그가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그의 작업실을 살펴보자!
이. 모. 저. 모.



╋ 이정현 기자/ tstbi@yoondesign.co.kr



01/ 02. 작업실 입구
여기가 작업실 입구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지하의 스산한 공기와 함께 낯설 수밖에 없는 자연적인 인간의 감성을 아주 잘 활용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저 푸른 빛의 곰인형 사진은 마치 보고 있는 자신을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애써 고개를 돌리고 나면, 언뜻 벽에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푸른 인조 잔디는 방금 전 보았던 곰인형의 푸른 빛과 잔상이 겹친다..
말그대로 ‘괴기스럽다’로 정리할 수 있는 첫인상이었다.



03. 긴 터널 같은 눈속임
작업실의 문을 열면 우측으로 보이는 통로이다.
바로 눈앞에서 떨어지는 벽은 곡선으로 휘어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길고 긴 터널의 한 쪽으로 보인다.
허나, 사실.. 그리 긴 복도는 아니다.
내 걸음으로 20걸음?
그리고, 지하 작업실의 가로등(?) 조명..작업실 사이사이에 종종 나타난다.



04. 진짜 작업실 입구
언뜻, 벽과 같은 나무 재질의 책장과 가구들이 보이고, 책이나 CD, 오디오, 소품 등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다. 또, 작업실에 없을 것 같은 대형 스크린이 보인다.
공포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나면, 언뜻 언뜻 신기한 물건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손재익 실장 작업실의 컨셉은 ‘나무와 녹색’이라고 한다.
입구에 있던 벽체부터 모든 가구가 나무이다.
나무라고 하여 잘 다듬어지기보다는 뚝딱뚝딱 만들어 놓은 다소 거친 맛이 있다.
맨 나무를 놓고 보니, 민속주점같기도 하고 사우나탕같기도 하더란다.
나무에 ‘지당’을 발라서 희끗희끗하게 만들고 나니.. 제법 분위기가 생겼다고..
그리고, 지하라는 장소의 한계로 인해 식물이 자라기 힘든데, 우연히 촬영후 남은 인조잔디를 작업실 곳곳에 두니, 제법 신선한 맛이 생겨, 바닥에 가구따라 쭈욱 놓아두었다.


01. 벽따라 둥글게 둥굴게
벽의 곡선처럼 모든 가구가 곡선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약간의 경사를 가지고 있다. 제작할 때 어려웠을 것 같다


02. 스크린
반대쪽 벽의 프로젝트에서 영상을 쏘게 되어있다.
얼마전 월드컵때 여기모여 축구를 같이 보았다고...
진작 알았으면, 나도 끼어서 보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DVD를 보는데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작업실 놀러올 때는 ‘DVD’를 사가지고 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는데..
작업실 구경갈 때, 꼭 DVD를 사가지고 가시기 바랍니다.



03. 책장과 자전거
벽을 따라 책장이 쭈욱 있다. 책장 가득 꽂힌 책들이 그의 책에 대한 관심도를 짐작케한다.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책에 욕심이 많아야 해.. 정보나 자료를 많이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고 있고.. 책도 디자인이거든.. 얼마나 기발한 디자인이 많은 지 몰라..”
- 손재익실장의 책에 대한 짧은 이야기-


자전거는 운동해볼까.. 하는 맘에 샀는데.. 거이 안타고 모셔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손재익실장과 자전거를 비교해 볼 때, 왠지 자전거가 부실해 보인다.



04. 여기 앉아서.. 작업하고.. 보고.. 생각하고..
작업실 한가운데 둥그런 나무책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많은 그의 용품들.
여기 앉아서 작업도 하고, 스크린으로 DVD 볼 때도 제일 좋은 자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생각하기에도 아주 좋은 자리..
그리고, 타원형의 가구형때문일까.. 360도 어느 위치든지, 의자에 앉은 자리에서 손이 닿을 만하다.
작업실 주인의 자리이다.


손재익 실장, 그의 말그대로 옮겨보면..

한가지에 필이 확 꽂히면.. 그거만 집중적으로 모아!!

그런 그의 필에 꽂힌 것들이 작업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 의자..
작업실 의자는 하나같이 다르다.
재질, 모양, 높이, 그리고 앉았을 때의 편안함까지..
촬영한 의자말고도.. 참 많았다.
많아서 촬영하기가 귀찮을 정도였다.


01. 리모콘? 리모콘!
리모콘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예측컨테, 오디오, 프로젝터, 에어컨..정도의 리모콘이 아닐까?
허나, 사실은 아니다.
확실한 추측은 밑에 있는 건 잘 안쓰는 제품의 리모콘일꺼라는 것이다.



02. 안경
리모콘이 가지런히 현재 주황렌즈의 검정뿔테를 끼고 있었다. 그 외에도 그에게는 안경이 참 많다. 나는 한 개 밖에 없는데...


03. 모자모자
친구가 떠주었다는 모자, 자로 잰 듯 꼭 맞는다.
뭐.. 이리 여러장 가지고 있냐고 물으니..
친구가 곧 다른 나라에 가기 때문에 더 떠달라고 부탁할꺼라구..
왜려 욕심을 부린다.

01. 생각이 반짝반짝 나라구!!
작업실 의자에 앉으면, 바로 정수리위로 달려있는 조명
드룩디자인의 그로만스 로디의 ‘85개의 전구’를 응용한 조명이다.
생각이 반짝반짝 나라구 머리위에 달아놓았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같다며.. 컬컬컬 웃는 손재익 실장이었다.



02. 바닥의 진주 같은..
작업실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명이다.
빛이 나니.. 왠지 진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3. 별조명
단순히 종이로 만든 제품인 장신구인줄 알았는데.. 이도 역시 조명이다.
조명은 불을 켜지 않았을 때, 다소 심심한 맛이 있는데, 별조명은 장식이 화려하여 불을 켜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장신구로써 돋보인다.



04. 작업실은 내가 밝힌다
작업실에 가장 많은 조명이다.
Propaganda 이빨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조명의 공식명은 Tooth Stool & Lamp


불을 켜놓은 상태에서 촬영하지 못했지만, 이는 분명 조명이다.
모기처럼 생긴 조명은 벽에 붙어있는데.. 불이 켜지면 피를 찾아 헤메는 모기같다.
병에 담긴 조명은 전구들끼리 빛을 반사하여 더욱 밝다.

01. 벽에 걸린 연필깍기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연필깍기, 연필깍기와 화장실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그 자체만으로도 그냥.. 귀엽다


02. 속았어.. 속았어…
페이퍼 바자회에서 친구인 이충걸(GQ편집장)이 내놓은 물건.. 옆에서 좋은 거라 사라고 해서, 그 때는 아주 큰 돈주고 샀는데.. 지나와보니 속은 느낌이라..


03. 한 때, 이 하늘색에 꽂혔어어..
장난감 전화기 같아서, 왠지 전화가 안걸릴 것 같은데..사용하는 전화기라한다. 한 때, 이 전화기와 같은 하늘색에 꽂혀서.. 이 색을 작업에 많이 사용했었다고..
지금도 이 하늘색이 좋은지.. 기자에게 “이쁘지? 이쁘지?”이렇게 강요했다.



04/06. 잘은 모르지만.. 보기 좋은 것들
손재익 실장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한 것들..


05. 공구들..
작업책상위에 웬 공구들이 세트로 있다. 뭐에 사용하냐고 묻자.. 보기 좋게 만들어져서 가지고 있다고.. 작업에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이런 공구들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고, 가지고 있다보면 언젠가 사용하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


07. 스쿠터키고리
스쿠터 키고리이다. 손재익실장꺼다.


01. 휴식..휴식
작업실 옆 복도 끝에 있는 손재익 실장의 방
작업하다 여기와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게임을 하고 놀기도 한다고..
여기에서도 그의 잘 정리된 모습을 볼 수 있다.



02. 작업노트들

03. 나이키 프레스토
손재익 실장이 좋아한다는 나이키 프레스토들이다.
하나의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좋아하는 그를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04. 크크크..
헛..
필립스탁이 디자인했다던 소변기!!
매일 아침.. 여기에 일을 본다는 말인가?
크크크크







이번 손재익 실장의 ‘작업실이모저모’는 기자에게 자유롭게 찍으라며 촬영시간을 내준 후..
기자 몰래몰래 작업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명도 키워주고,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해주며, 음악도 교체해 준 손재익 실장의 유쾌한 배려와 그 사실을 끝까지 모른 척하고 촬영만 한 기자의 뻣뻣한 배려가 뒤섞인 유쾌한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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