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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세상 위에 우뚝 선 디자인, 디자인 교육의 선구자. I&I 서기흔 대표

2005-03-02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서기흔 대표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글귀이다.
실제로 서기흔 대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자, I&I를 운영하는 대표이사로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상을 넘나들고 있었다.
책 내음이 가득한 사무실은 여러 가지 작업물들로 흐트러져 있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들만 해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책 디자인의 대가이자, 살아있는 교육자. 서기흔 대표를 만나보았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디자인만큼이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서기흔 대표는 실무 디자이너에서 교육자로 다시금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 않았기에 치열한 전장을 뒤로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생각일까를 늘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사는 자신의 모습이 곧 교육이고, 이러한 실무 경험들이 학생들에게 현장감 있는 프로그램을 가르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수의 신분으로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던 일이었지만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총장과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회사를 세우고, 학생을 가르친 지 어느덧 17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그는 ‘미쳤다’라는 표현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왔다고 말한다. 그 덕택에 I&I는 한국 시각디자인계를 선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기업의 애뉴얼 리포트, 브로슈어, 사외보, 북 디자인 등을 주로 작업해 오면서 업계에 굵은 획을 그어 올 수 있었다.


1988년 학교를 부임하면서 시작한 회사 A&C (art & communication)는, 디자인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아트와도 접목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 후 본격적인 클라이언트 작업이 많아지면서 A&C는 새로운 도약기를 맞게 되었고, 새로운 이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회사의 이름은 지금까지 오너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삶의 반영이라고 생각했기에 며칠밤을 고민했는지 모른다고 그는 회고한다.
서기흔 대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디자인을 하지만, 자기가 과연 그 안에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나, 영어로 ‘I’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I&I'이다.
뒤에 있는 ‘I’는 또 다른 나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상대방일 수도 있다.
요구하는 대로 해주는 택시 기사형 디자이너보다, 제안하고 선도하고 꿈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회사의 새로운 이름은 탄생되었다.

대표라는 칭호보다 교수님이라는 말을 듣는 것에 더 익숙해진 서기흔 디자이너.
그는 디자인 교육자로서 학생들 앞에 자신 자신을 말함에 거짓이 없고, 항상 열정적이다.
수업을 통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로 더 유명한 그는, 현재도 어마어마한 수업일정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수업시간을 통해 흙작업도 하고, 문화 상품도 만들며, 책을 만들고 심지어 전시까지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고작 1년에 걸친 짧은 수업 과정의 일부분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페인팅, 드로잉, 심볼, 캐릭터, 영상, 출판, 모바일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듣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작업들이 그의 수업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야겠다는 신념 하에 '디자인문화운동작업'의 이름으로 시작한 이 수업을 벌써 횟수로 4년이 넘게 계속해 오고 있다.
매년 한가지 주제로 한 권의 책이 출판이 되는데, 이 책 안에는 1년 동안 학생들이 만든 작품과 그 과정들이 소중하게 적혀 있다.


이 작업들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이 들었던 강의 내용을 기록, 분석하고, 요약하는 새로운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그들만의 기억이나 추억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 교육인들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디자인문화운동작업’ 은 참다운 교육의 발가벗은 모습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는 2004년 ‘개’라는 주제로 작업해온 드로잉 및 페인팅 된 개조각상, 그리고 촬영 사진들을 가지고 전시회가 있을 예정이다.

듣는 것 만으로도 벅찬 이 프로세스를 보고 '왜 이렇게 힘들게 교육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한국 디자인 교육의 문제점을 말하는 것이 누워서 침뱉기 일 수 있는 민감한 사한이기 때문이다.
서기흔 교수는 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현시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결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육은 디자인 전공 영역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융합, 통합, 변화되고 있고 있는 디자인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컴퓨터 속에서만 헤매고 있는 디자이너는 생명력이 짧을 수 밖에 없다. 그는 졸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선두 디자이너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지금의 교육은 인문학적 상상력, 예술적 상상력과 같은 디자인 교양훈련이 선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생각들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작품을 상품화 하고,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이 하루 8시간씩 강의를 계속하고, 밤을 새워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이따금 눈물도 나지만, 이런 회의 속에서도 굳건하게 신념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그의 노력들이 언젠가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중한 기대 때문이다.

디자인 교육을 떠나서는 서기흔을 논할 수 없었다. 회사도 일도 결국은 디자인 교육에서 시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막 낳은 달걀처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수업을 통해 알게 된 제자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I&I의 직원이라기 보다는 제자로써, 이들에게 사회의 지침이 되고자 늘 노력한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자 참된 경영인의 모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교육을 하는 것은 교단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직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 또한 교육의 연장으로, 이들이 사회의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해 주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식지 않는 열정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 나라의 디자인 교육의 밝은 미래를 살펴 볼 수 있었다.
그는 오늘도 이 시대를 여는 진정한 챔피언으로, 보다 밝은 디자인 한국을 꿈꾸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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