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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스테디셀러를 꿈꾸는 베스트셀러 디자이너 김욱

2007-08-28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겸손하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자신의 이름 석자보다 작업의 결과물로 디자인계와 클라이언트에게 더 인정받고 있는 디자이너 김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베스트셀러 북 디자인과 대기업 홍보물, 그리고 공연 포스터 등 우리가 그간 읽고 보고 느끼던 그 수많은 것들이 사실 이 사람 손에서 탄생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98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디자인 잡지 <정글> 또한 김욱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물밑에서 묵묵히 굵직한 작업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의 유니크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취재| 서은주 기자 ( ejseo@jungle.co.kr)

소설 <태백산맥>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개미> ,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의 공통점은? 맞다.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들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한가지 더 있다. 이들 모두 디자이너 김욱의 손을 거쳐 탄생되었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서의 지은이와 펴낸이만 기억할 뿐 책을 맛깔스럽게 엮어내는 이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디자이너 김욱은 말한다.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코디네이터”라고.

경원대 시각디자인학과 재학 시절부터 굵직한 공모전의 상을 모조리 휩쓸며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보였던 디자이너 김욱. 그는 그렇게 서기흔 교수의 눈에 띄어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I&I에서 잔뼈가 굵도록 출판 디자이너로 일했다. 글과 사진, 그림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요, 타이포그래피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대기업 사보나 브로슈어, 매거진, 포스터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인쇄 출판물들을 맡아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그야말로 디자이너로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온 김욱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뉴로(NEWRO)’. 지난 2001년 첫 문을 연 이 회사는 LG아트센터, 소담출판사, 더북컴퍼니, 디자인하우스 등 쟁쟁한 클라이언트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지만 더이상 큰 규모의 디자인회사로 발전하기를 거부한다. 한때 김욱 실장 또한 여느 디자인회사와 같이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해 일을 따내고 영업활동을 하며 CEO로서 몸집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는 결국 돈보다 아트디렉터로서의 자부심을 택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점점 일거리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결과물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디자이너로서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결코 느낄 수 없었거든요. 곁에 두고 오래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디자인이 제겐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거죠. 누군가가 날짜 지난 달력이나 무심코 휙 던져버릴 수 있는 청첩장 같은 인쇄물들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면 디자이너에게는 아마 그것이 최고의 칭찬일 거예요.”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매 프로젝트의 콘셉트에 따라 수많은 고민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내니 클라이언트가 그를 먼저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클라이언트와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어요. 때문에 친밀하게 지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죠. 디자이너는 아티스트가 만든 다양한 재료를 모아 맛있게 요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단순히 멋있게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를 가지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한 미리 염두에 둬야 하지요. ”

‘영감, 조합, 유니크, 코디네이션, 유희’. 김욱 실장이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창조’라는 흔하디 흔한 단어대신 “많이 보고, 다른 것들의 장점을 응용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적절한 컬러와 타이포그래피를 운용하기 위해선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단다. 때문에 김욱 실장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10년 전 작업했던 시안물들을 다시 들춰보기도 한다. 비록 촌스러워 보일지언정 그 당시의 풋풋함은 새로운 모티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MF 전엔 멋과 낭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해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와 같은 실용서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르는 등 삶과 문화가 많이 퍽퍽해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이 작지만 유니크한 스튜디오에서 탄생되는 디자인이 있기에 사람들은 마음 속에 커다란 꿈을 간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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