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2
지난주에는 전갑배 교수로부터 "문화를 창조하는 당신의 연령은 몇 살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떤 이매지너보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시대와 문화를 깊이 있게 보는 그가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당신의 상상전투력은 잘 무장되어 있는가? 무장되어 있다면 어떤 깊이로 나만의 상상력 무기로 새로움을 얻고 있는가? 전갑배 교수는 상상력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스스로가 가진 답이자 자체 에너지라 말한다.
글 | 김흙(북디자이너, paris7100@naver.com)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당신의 상상전투력 기지는 어떠한가? 풍부한 공상, 상상력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에 현실화를 시켜 강력한 상상전투력 기지로 발전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초라한 기지로 위태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가? 창조자에게 상상전투력은 원초적인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많은 문화의 가지가 탄생하며,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매지너에게 상상전투력의 약세는 곧 문화 공간에서 멀어지고 있음과, 창조자의 DNA가 죽어가고 있다는 적신호이다. 많은 문화 속에서 일하는 창조자에게 상상력을 빼고는 그 무엇도 초석을 닦을 수 없음이다.
“창조자들(학생, 작가 디자이너)과 호흡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부분이 상상력이에요. 실제 실력의 차이를 가늠하는 경우는 스스로가 얼마만큼의 상상력을 가지고 실전경험을 했느냐가 그 사람의 현 위치와 앞으로의 위치를 나타낸다고 봐도 무방해요. 회사의 디자이너든 작가이든, 포토그래퍼든, 패션창조자이던 상상력의 원초적 에너지를 가지고 일하는 게 중요하죠. 이 모든 업무가 상상력을 빼고 어떻게 스토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상상력이란 표준화 된 것이 아니잖아요? 모두가 다른 상상력의 힘을 가지고 있고, 개인마다 이 차별화된 상상력의 무기로 문화공간에서 있어요. 그리고 그 깊이에 따라 퀄리티가 틀려지고 말이에요.
어떻게 그릴까?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창조할까? 어떻게 부를까? 어떻게 디자인할까? 이 모든 질문이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이매지너 사고가 많은 창조자만이 더 많은 시야와, 깊이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어요. 창조의 끝은 있을 수 없죠. 다만 어떤 깊이로 많은 시야를 볼 수 있느냐가 다른 창조자들과 나를 구분 짓게 하죠. 깊이와 다른 시야의 공간을 알다보면 타인과 다른 창조결과물이 나오고 결국 나만의 스타일이 탄생 되어지는 거죠. 이 과정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어떤 직업이던 작업이던 틀린 자세일 수밖에 없겠죠.”
전갑배 교수가 말한 나만의 스타일이란 결국 오랜 묵힘과 티인 보다 많은 상상력의 시간들에서 보낸 과정의 시간들이다. 적은 시간을 들이고 스스로의 스타일을 만들 수는 없다. 그건 깊이가 얕고, 무너지기 쉬운 전투기지일 것이다. 전갑배 교수와 만나면서 느낀 건 그의 전투력 기지는 굉장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그의 창조전투력은 그만의 색과 깊이를 현실화 시켰다. 그의 작품과 그의 창조성과 시간의 흐름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제 작품이 거의 컴퓨터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면 믿지는 않아요. 이미지 데이터로 보낸 후에는 꼭 원본을 달라고 해요. 처음부터 컴퓨터 작업으로 한 작업인데, 종이원본이 어떻게 있겠어요? 생각해보면 제 그림과 작업물이 종이에서 표현된 이미지일 것이다, 라고 단정했기에 생긴 일이라 생각해요. 전 제 작업의 결과물이 종이에서처럼 이 아니라 종이보다 더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는 겁니다.
처음엔 그 종이 느낌이 컴퓨터 도큐멘트에서 나올 수 있게 하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어요. 쉽게 종이 스캔 받아서 하면 되면 아닌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제가 컴퓨터를 이용하려는 목적과 맞지를 않죠. 종이처럼 느낌 나도록 했다면 굳이 컴퓨터란 기법을 이용하겠습니까? 그 이상의 창조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컴퓨터로 작업 하는 거죠. 종이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기법이상을 얻기 위해 컴퓨터에서 작업한다는 말이 정답이겠네요. 그저 그런 흉내 내는 발상으로는 다른 이매지너들과 어떤 깊이로 차이를 둘 수 있겠습니까?
나만의 상상력, 나만의 방법, 나만의 스타일이 결국 제 경쟁력이자 전투력이잖아요? 상상력은 현실화 시키려는 의지를 부여해요. 결국 저도 상상력을 바탕으로 종이에서 표현 못하는 이상의 작업을 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작업을 하죠. 그만큼 상상력은 다양한 숙제를 줍니다. 그래서 전 학생들에게도 상상력의 끈은 놓지 말라고 합니다. 다른 건 용서해도 상상력의 부제는 용서하지 못해요.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과제의 작업물은 현저히 차이가 나죠. 상상력이 부족하면 다양한 시각으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은 사회에 나가 그대로 답습하죠.”
전갑배 교수의 말에서 “그대로 나가 답습하죠.”에 대해 필자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정적 답습의 말은 창조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의미 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 상상력의 시간투자가 아까워 상상력의 부재인 채로 사회에 나간 창조자는, 회사든 어떤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조직에서도 똑같은 상상력 부재로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이란 그저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공상덩어리는 아니다.
공상을 구체화시켜 상상을 하고, 상상을 구체화 시켜, 현실화 시키는 긴 과정의 창조시간이다. 이런 과정의 경험을 겪지 못한 창조자라면 진정한 상상력의 경험을 하지 못한 창조자일것이다. 오늘 만난 전갑배 교수는 여기에 많은 질문과 답을 던져주었던 이매지너였다. 교수실에서 폼만 잡고 계시는 연구자가 아닌, 혹독한 시간의 상상전투력을 바탕으로 견고한 기지를 세운 이매지너이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호흡하려는 그의 의지와 노력은 흉내만 내는 젊은 창조자들에게 스스로가 반성하게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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