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6
감성적 표현, 효과만점의 사전 작업
하지만 캐릭터 비즈니스 자체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우선 일본의 성공사례 같은 케이스를 만들기에는 한국시장 자체가 너무 협소하다. 한국에 선례가 전무한 것도 시장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제작비도 만만찮다. 웬만한 덩치를 갖추지 않고선 다각화된 사업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자체 역량이 부족하면 투자유치를 고려해 볼만도 한데, 이 또한 가뭄에 콩나듯 한다. 정부가 최근 문화컨텐츠 유성을 위한 전문펀드를 조성하기도 했지만 언제 최전방에 혜택이 돌아올지는 아직 예측불허. 게다가 벤처 투자금의 대부분이 영화나 음악, 스포츠에 기형적으로 치우춰 있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 21세기를 선도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부임은 누구나 인정해도 그 현주소는 별달리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가능성을 보유함에도 말이다. 이말은 포켓몬스터, 마시마로, 졸라맨 등을 볼 때 결코 침소봉대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미지온은 위 두 가지 문제의 해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제작비와 관련해서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회사들과의 제휴협력을 통해 캐릭터의 상품화를 추진,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캐릭터의 생김새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범세계적 모티브를 기초로 했다. 이점에 대해 아장의 캐릭터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종균 아트디렉터의 얘기를 들어보자.
"소비자의 시각에 초점을 맞췄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디자인이 한국적이니 미국적이니 하는 말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다. 소비자는 단지 재밌다, 이쁘다, 귀엽다 등으로 표현한다. 즉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인 느낌이 어떻게 전해질 것인가가 중요하다."
캐릭터 디자이너, 광범위한 안목을 요하다
캐릭터는 무엇이 중요한지 나름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그 안의 캐릭터들이 소비자의 인기를 얻기 위해선 기획에서 완성까지 모든 관계자의 의견 조율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기획자, 디자이너, PD 등 각자의 역량은 기본이며, 그 역량을 공유하고 각자의 의도를 전체적인 컨셉에 조화시키는 것이다.
"총제적인 기획에 따라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애니메이션화에 어울리는 연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획의도에 못미치는 디자인과 연출이 나올 수 있다. 반면 그것을 보완하거나 능가하는 디자인이 탄생할 수도 있다. 당연히 후자가 올바르다면 서로간의 시원스런 소통이 절실하다."
'소통이 절실하다'니 다소 추상적이다. 좀더 구체적인 설명에 귀 기울여 보자.
"누구나 욕심과 취향, 스타일과 지향점이 있다. 맡은 포지션에서 그것을 실현해 보고픈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자신의 포지션에만 집착한다면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다. 기획자가 디자인과 연출을, 디자이너가 기획과 연출을, PD가 기획과 디자인 등을 전혀 모른다면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특히 애니메이션은 프로모션에 의해 완성되는 분야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예술적인 작품일 수도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 어떻게 프로모션 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그렇다면 분명 프로모션에 강점을 나타낼 수 있으며 머천다이징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탄생시켜야 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전방위적인 고민이 요구되고, 고민은 상대방과의 소통이 없이는 외고집으로 귀착될 뿐이다."
물론 그는 상대방의 작업에 직접적인 관여를 주문하진 않는다. 각자의 전문분야는 존중하고 총체적인 방향성을 유지·배가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핵심으로 간주한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애로사항과 해결방안을 대략은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상 캐릭터 디자이너의 현주소를 질문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상 캐릭터 디자이너는 하드웨어인 기획안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그럴싸한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부담 없고 재미나며 소프트한 캐릭터란 자기 컨셉만 강조하는 디자이너에게서는 창조될 수 없다. 비주얼만으로 승부할 수 없으며 문화와 시장에 대한 인식, 시각적인 트렌드에 관한 안목 등 전반적으로 디렉터가 가져야 할 능력을 소유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캐릭터 디자이너의 현주소는 아직 달동네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디자이너를 단순한 쟁이로만 보는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기획과 연출 등을 종합해서 보려는 그들 자체의 노력 또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미지온 엔터테인먼트를 여행했다. 아장을 시작으로 제작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애니메이션 제작의 숨겨진 애로점,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의 현황을 담아보았다. 아직 뚜껑도 열기 전인 미개봉작에게 진면목이니 뭐니 하는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허장성세는 아니다. 신장선 제작PD의 "미지온은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삐를 쥐고 흔들 애니메이션에 정확히 포커싱했으며, 제작과정상의 문제점을 명확히 꿰뚫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큰 자산이며, 문제점은 알고 있기에 개선을 위한 회사 내 의사결정이 무섭게 진일보하고 있다"는 표현대로 아장 자체가 그러한 의사결정으로 진행됐음을 증명한다.
이제 11월이면 아장은 TV에 첫선을 보인다.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반응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얼마만큼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느냐만이 미지온의 남겨진 과제이다.
최창덕 기자(tokuda20@yoondesig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