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스페이스 | 인터뷰

평생지기, 디자이너 부부의 작업공간

2014-11-25



우리는 흔히 부부가 같은 일을 하고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유명한 부부 디자이너를 떠올리자면, 다름의 크기만큼 이를 보듬고 완성하는 좋은 파트너도 평생 만나기 힘들 듯하다. 항상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이를 같은 공간에 공유하는 디자인 그룹 WV의 채원식, 김보령 디자이너를 그들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사진 ㅣ정창기(JAC Studio) 





Jungle : WV 디자인 스튜디오 소개를 부탁 드린다.


지난해 3월에 스튜디오를 오픈 했다. 각각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공동 스튜디오를 갖는 것에 대해 같은 목표가 있었다. 각자 가구 디자인과 전자제품 관련 현직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기 시작했고, 각기 다른 시기지만, 소속 디자이너에서 독립 디자이너로 서게 됐다. 디자인을 배우던 학생 시기에는 디자인에 대한 의지는 컸지만, 실질적으로 디자인 제품에 대한 생산과정이나 실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이 같은 과정들에 대한 인식이 필요했고, 일련의 과정들을 경험할 수 있는 회사라는 영역 안에서 배우고자 했던 생각이 컸다. 일정한 시기가 지나 원하는 목표 지점에 대한 바람이 분명해지는 시기가 찾아왔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Jungle : 스튜디오의 이름과 로고 디자인에 특별한 의미가 따로 있나?


우리 각자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붙였다. 초반에 스튜디오를 함께 열기로 했을 때, 스튜디오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이름을 정면에 내세우기로 결론을 내렸다. 로고 디자인은 면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로 또 같은 전혀 다른 것이 하나로 합쳐지는 조형적인 느낌을 살려 디자인했다.

Jungle : 크지 않은 스튜디오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실무 디자이너 때와는 비교했을 때 많은 것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된다. 실무에서 활동할 때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혹은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라든지, 디자인 요소의 우선순위라든지, 그 무엇이든 디자인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지는 않았나?


채원식_ 가구 디자인 회사를 다니면서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많이 변화됐다. 학창시절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았지만 실무 디자이너로 일을 하면서, 디자인 아이디어가 제품화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로 과정에 대한 공을 들이는 편이다. 회사에서는 물론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대한 업무만 하다가 현재는 운영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고스란히 디자인 실물로 나오기에 책임감이 더 배가된다. 지금은 대부분의 의뢰처들이 스타트업 기업들이기에 디자인을 의롸하는 입장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이전보다 물론 책임감과 기대감은 더 크다. 할 수 있는 한 스타트업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보령_책임감의 무게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디자인에 대한 입장의 변을 할 수 있을 때와 달리 결과적으로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담보가 필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그동안 ‘기획’부분에 대한 기회가 많이 없었지만, 현재는 다른 분야를 고려해야 할 만큼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기에 시선이 확장된다.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 하다 보니, 의뢰한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 그래서 가급적 한 프로젝트만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편이다. 몰입해서 되도록 이 프로젝트의 주인이 되어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필수다.


Jungle : WV스튜디오의 시작, 첫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품이 알려졌는데, 이 제품이 그 시작이었나?


맞다. 첫 프로젝트는 ‘홀더(Hoder)’ 시리즈였다. 스튜디오 오픈 시점, 공간을 채우는 모든 요소를 우리의 디자인 제품으로 하고 싶었다. 필요에 의한 디자인은 우리 스튜디오의 모토 이기도 하다. 일을 하다 보니 사무용품을 수납이 필요했는데, 기존 기성제품은 사용하기에 적합하고 좋은 디자인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직접 제작하게 됐다.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주변에서 실제로 판매하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양산하기에 효과적인 제품이라 보기 어렵지만, 이 같은 디자인이 나오게 된 과정을 공개하고 일반인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제작 1년 후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작업을 공유했다. 스튜디오를 알리기도 한 목적도 있었고, 제품에 대한 실제 많은 이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 보다 호응이 좋아서 성과가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에 한계는 있지만, 자신의 작업방식을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알릴 수 있는 긍정적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Jungle : WV 스튜디오의 작업실에 대해 소개하자면.


현재 스튜디오 공간 이전의 용도는 음식점이었다. 구조적으로 복층구조였는데, 때문에 천장고가 높다는 이점이 있었다. 공간을 처음 봤을 때 아무것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비워야 한다는 생각에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먼저 공간 자체가 천장고가 높아 기존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목재로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출했고, 공간을 분리시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파티션 개념의 가벽을 설치했다. 공간에 놓인 가구는 모두 직접 제작했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주방도 함께 시공했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들과 그동안 맺은 인연들을 초대해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다.


Jungle :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홀더 시리즈 이후 진행했던 오아시스는 첫 클라이언트 에덴이라는 사회적 기업과 첫 손을 잡은 사례였다. 오아시스가 실제 양산이 되고 판매를 일으킨 것도 기업체와 함께한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소재로 식물의 구조적인 연구를 통해 조경과 관련된 디자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는 이들과 함께 다른 프로젝트 공공재 녹화(afforestation)장치와 관련된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


Jungle : 제품 디자인 회사로서 그리고 디자인 기업 컨설팅 스튜디오로 꼭 하고 싶은 것?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공간을 온전히 우리가 디자인한 공간으로 완성하는 목표점을 가지고 있다. 찰스 임스 부부를 롤 모델로 평생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작업영역을 다양하게 열어두는 편이다. 그 이유는 하나의 공간 안에 전체를 우리의 디자인으로 완성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할 때 둘 다 스터디를 중시하는 편으로, 디자인이라는 능력을 문제를 해결능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보다 미려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노력들을 하는 중이다.



Jungle : WV의 디자인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 디자인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처음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하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무엇보다 제대로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다. ‘우리의 마음에 드는 디자인, 그리고 우리 자신을 위한 디자인을 해보자’ 라는 생각아래 출발했다. 모두를 만족하는 디자인보다 우리와 비슷한 성향의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디자인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 프로젝트가 홀더 시리즈였는데, 우리의 방향성이 우리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사용자의 공감을 얻었을 때 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우리와 같은 성향을 공유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면 우리의 디자인이 모든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가구 프로젝트 진행하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업무에 대한 스터디 중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공간, 주거공간 구분 없이 프로젝트들은 현재 진행 중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