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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애니메이션 대중화의 시작, 픽사 20 여 년의 회고전

박선민 뉴욕 통신원 | 2006-01-16



사람들은 누구나 성공을 좋아한다. 하지만 성공의 뒷면에 가려진 '성공의 진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편이다. 이번 모마에서 개최한 픽사전은 바로 이 픽사 성공의 진실에 대해서 보여주는 뜻 깊은 전시회이다.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상상 속의 주인공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사실성은 이미 사람의 눈으로 실사와 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였다. 10년 전에 사람들은 장편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였지만, 이제는 한 해에도 여러 편의3D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이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대중화의 시작은 바로 픽사였다.


픽사는 여느 회사와는 달리 컴퓨터 애니메이션만을 전문으로 만드는 '장인회사'이다. 그리고 그들이 20여 년에 걸쳐 만들어낸 6편의 장편 애니메이션들은  매번 전작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현재까지100% 성공의 장타를 날리고 있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몬스터 주식회사’의 300만개의 털복숭이 괴물 설리를 만든 것도, 물로 가득 찬 바다 속 장면이 주를 이루는 '니모를 찾아서'도 다른 여느 회사는 이전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픽사의 기록은 픽사만이 깰 수 있다는 말로 픽사 애니메이션에 대한 칭송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픽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 선각자적인 존재로서 인정되는 것은 다른 회사들처럼 고전동화의 각색이나, 패러디적인 요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완전히 새로운 줄거리와 기술력을 선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완결된다. 이번 전시회는 픽사 최초의 외부 전시회로서 픽사 애니메이션의 수많은 과정 중 일부만을 볼 수 있었지만, 픽사 팬으로서 실제 제작중의 스케치들과 모델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500여 개 이상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오리지널 작품들, 페이팅, 컨셉아트, 조각, 그리고 디지털 설치물 들을 보여주고 있다.


모마는 이 전시회에 대해 ‘ 이번 전시회는 픽사 20 여 년의 회고전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디지탈 애니메이션 개척자로서의 픽사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픽사 20여 년은 이제 한 회사의 기록만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창조자들의 역사라고 하겠다.
 
취재 ㅣ 뉴욕 통신원 박선민(okokook@gmail.com)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한 장면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미술전공자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일 것이다. 특히나, 카메라 한대 없이 컴퓨터 캐릭터들의 도움에만 의존해야만 하는3D 애니메이션의 경우 컴퓨터 기술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컴퓨터 기술의 완벽함에 눈을 빼앗겨 그 이면에 있는 과정에 대해서는 무시하기가 쉽다. 이번 전시회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면 버튼으로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에 뒤집어 버리고, 애니메이션의 과정도 예술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픽사에서는 처음 캐릭터 작업을 시작할 때 여러 명의 일러스트레이터 들에게 자유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많은 가능성을 실험해 본 뒤,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여러 캐릭터들의 조합도 미리 생각해 보고, 시각화 시켜서 미리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렇게 여러 방향과 다양한 조합을 이루어서 작품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이제 ‘픽사’라는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이 충분히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완벽하게 캐릭터들의 스케치를 마친 후, 일러스트의 주인공들은 바로 입체 조각의 주인공으로 변한다. 단순히 단순히 종이에서 컴퓨터로 옮기는 것은 입체적인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 입체 주인공들은 더욱 완벽한 3D 애니메이션의 완벽한 구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몇 개의 물고기들을 위해, 픽사는 완벽한 샘플들을 몇 십배 만들어서 그 완벽함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어떤 누구도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가능성 속에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컴퓨터 에니메이션의 성공의 정점은 바로 완벽한 기술력이다. 처음에 프로그램 회사로서 시작한 픽사는 자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사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른 회사의 컴퓨터 그래픽에도 영향을 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하였다.


픽사의 성공 스토리는 단순히 여느 회사의 성공이야기가 아니라 그 성공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사건이다. 아무도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이루는 힘. 자신들의 성공 매너리즘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힘, 항상 기본을 우선시하는 정신, 이제 곧 개봉하는 '자동차들'에서 픽사가 어떻게 픽사를 극복하는가를 기대해보며, 마지막으로 픽사 전 관람 중 가장 감명 깊었다고 생각하는 경구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 There are never any lucky accidents in the computer, only hard won victories”
[컴퓨터 (아트에) 있어서는 절대 우연이란 없다, 오직 노력만이 승리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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