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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더너와 같은 이국적 쇼퍼홀릭이 되어보자

황현빈 통신원 | 2006-05-09



바야흐로 봄처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런던의 봄은 어느덧 지나가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런던의 여름이 빼꼼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즈음 꼭 패션 피플이 아니어도 런더너들은 너저분한 옷장을 정리하고 5월 뱅크홀리데이 세일 기간을 이용하거나 신상품에 대한 욕심으로 새로운 쇼핑 목록을 작성하게 된다.

또한 뱅크 홀리데이 세일이 끝나면, 여름 햇살과 기후에 열광하는 런더너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여름 상품들이 거의 모든 매장에 진열된다. 이번 내용은 계절 변화에 따른 소비 심리에 부흥하는 런던의 리테일 디자인, 특히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주고객층에 따른 각 쇼핑 지구별 특징에 중심을 두어 소개하고자 한다. 그럼 잠시나마 이국적인 런던의 쇼핑중독자가 되어 보심이 어떠실런지... ... 


취재ㅣ 황현빈 런던통신원 (bni1218@hotmail.com)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백화점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빼놓고서는 리테일 디자인을 언급하는 자체가 런던에서 빅벤을 보지 못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백화점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리테일 디자인의 꽃으로 비유될 정도로 그 파급 효과나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백화점이라는 대형 상점의 특성상  다양한 고객층을 타겟으로 삼기 때문에 그것의 리테일 디자이너는 다른 일반 브랜드 숍의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염두해야 한다.



런던에서 가장 혼잡한 Selfridge 백화점은 그 윈도우 디스플레이만 보아도 이 백화점이 얼마나 고급스러움과 트렌디함을 잘 조화시키는 지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면의 리테일 디자인과 디테일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메이저 백화점으로써 이 백화점 관계자들이 판매 실적과 디자인 역할의 중요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가끔은 유명한 아티스트들에게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맡기는데 그들의 대담한 작업들과 그것을 수용하는 경영진과 고객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느낀다.

Harrods는 왕실과 관계된 백화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것이 고풍스럽고 전통적이다. 그렇다고 그것의 리테일 디자인까지 꼭 보수적이라고도 볼 수 없다. 가끔 그들이 시도하는 신선한 변화는 보수와 진보의 공존으로 일컬어지는 런던 상류층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인 느낌은 마치 posh English로 수다를 나누는 영국 중년층 느낌같은 우아한 아기자기함이나 고급스러운 다양함이 이 백화점 윈도우 디스플레이의 특징인 듯하다. 내가 Harrods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말로만 들어오던 영국 백작의 성에 초대받은 전날 느꼈던 중압감과 주눅듬은 사라지고 우아하고 따스한 바른 예의와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람이었다.

Harrods와 같은 지구에 자리한 Harvey Nichols는 슬론레인저라고 불리는 런던 상류층 아가씨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고 가이드북에 나왔을 정도로 젊고 밝은 신선한 느낌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인 시즌 테마에서도 그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늘 백화점 3면을 서로 다른 테마로 채우는 것도 Harvey Nichols식의 퓨전으로 볼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 한 쪽 건물이 보수 공사중인 Liberty의 이번 디스플레이는 규모는 작지만 Topical Summer Atmosphere를 주제로 하고 있다. 튜더 양식의 Liberty의 건물때문인지, 이곳의 디스플레이 공간은 작지만 윈도우 디스플레이 자체는 오래된 액자 같은 프레임 속에 담겨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느낌과 그 속에 초현실적인 디스플레이 내용의 조화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잘 짜여진 쉐도우 박스나 선물 세트에 담겨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한 거리에 이렇게 많은 깃발들이 걸려있다니... ...'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의 flagship store들이 모인 Bond street에 우연히 첫발을 들였을 때 필자가 내지른 함성이었다. Bond Street과 Sloane Street은 서로 같이 이어져 있는 거리는 아니지만 런던과 세계의 최고급 브랜드 숍들이 자리하고 있는 명품 쇼핑지구 중 투 톱으로 일컬어질 수 있다.



이 두 거리에서는 한국의 청담동에서 느낄 수 있는 위압적인 고급스러움보다는 조금은 아기자기하고 열린 듯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각 브랜드 만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소개가 아닌 명품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기득권을 차지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 있는 개성적인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Bond street의 Diesel 매장은 간판이 없었다면 색다른 고급 앤틱숍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D&G의 디스플레이는 특유의 감각적인 젊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그래픽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편안한 신발로 알려진 Camper의 이곳 매장도 작은 규모이지만 그것을 꽉 채운 대담한 그래픽의 사용이 돋보인다.



Gucci의 백으로 둘러 만든 기하학적인 무늬와 Hermes의 대표적인 제품 스카프를 객관적인 기준에서 아름답다고 볼 수 없는 애견에 묶어 봄나들이 분위기를 표현한 것은 이미 기득권을 차지한 브랜드만이 선보일 수 있는 self-parody가 아닐런지... ...






런던에서 가장 런던다운 동네를 꼽으라면 첼시 구역을 들 수 있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유럽의 메트로폴리탄 런던 중심부에서 가장 영국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급 주택가 지역에 인접한 특성상 이곳의 상점들은 화려하기보다는 일상소품이나 인테리어 소품을 위주로 한 곳이 많다.



의류 관련 매장들도 늘어가는 추세에 있는데, 시내로 일컬어지는 oxford Street과 근처 Knight Bridged의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는 수수하고 소박한 가운데 단정한 우아함이 느껴지는 매장들이 많다. 종종 영국식 유머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숍들도 찾을 수 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과 분위기를 가진 숍들이 일렬로 늘어선 이곳의 분위기에서 상상으로나마 5월의 봄햇살 아래 영국식 피크닉 복장을 입은 아낙들이 도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런던의 현재 트렌드를 확인하거나 점쳐보고 싶다면 다른 곳 보다 이곳을 먼저 들러야 할 것이다. 개성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답게 그들의 기호에 맞는 새롭고 특징있는 다양한 숍들이 많기 때문이다. 빠르고 충동적인 젊은이들의 성향에 맞게 숍의 디스플레이나 아이템들도 매우 자주 바뀌는 편이다.



대중적인 브랜드들도 소호에 위치한 숍과 다른 쇼핑지역에 위치한 숍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물론 아이템까지 차이를 보이곤 한다. 신발 편집매장인 office의 경우 월드컵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윈도우로 바꾸어놓았다. 젊고 신선하며 기발한 시도로 굳이 쇼핑에 집착하지 않아도, 윈도우 쇼핑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즐겁게 젊어지는 지역이 이곳 soho 구역이다.



서울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시내'라는 단어의 개념이 적용되는 런던의 지역은 Oxford Street과 이어진 Regent Street이다. 런던에서 가장 큰 규모의 쇼핑거리이며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예쁜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선 보이는 곳은 Topshop이다. 젊은 이들을 위한 멀티숍 개념의 의류와 부속 엑세서리같은 것을 파는 이곳은 런던에서 벌어지는 디자인 이벤트에 맞춘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Topshop과 이웃한 Miss Selfridge는 규모가 작은 비슷한 성격의 상점이지만 그것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관가할 수 없다. 옆 상점 만큼 대담하게 쓸 수 있는 큰 공간은 없지만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런던에서 가장 혼잡한 거리로 만드는 일등공신들은 의류와 관련된 브랜드 숍들이 아닐까? 우울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런더너들도 변덕이 심한 건지, 아님 그런 날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해소하는 지, 쇼핑에 중독된 런더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품목을 소량으로 가져다 놓는 숍매니저들과 교환, 환불이 수월한 시스템 덕분인지, 런더너들은 맘에 드는 품목이 눈에 띈다면 우선 입어보고 구입한 다음 며칠이 지난 후 충동구매로 '저지른' 그것들을 다시 반환 하곤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대중적인 브랜드의 이번 시즌 디스플레이들을 살펴보자면 월드컵을 겨냥한 응원복장의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중저가 브랜드인 H&M, 젊고 깜찍한 느낌의 Bershka, 화이트로 대변되는 이번 트렌드를 100% 활용한 Mango, 요트를 연상시키는 뱃줄로 윈도우를 채운 Zara, 엑세서리 전문 숍 accessories의 발랄한 디스플레이, 하나쯤은 소장하게 싶게 만드는 신발들이 걸린 Shelly's, 마치 잡지 화보를 옮겨다 설치해 둔 것 같은 New Look 등이 눈에 띈다.



대중적인 쇼핑거리인 만큼 각기 다른 고객층을 겨냥한 다양한 상점들이 많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선보이는 디즈니 숍의 윈도우, 뱅크홀리데이 특별 사은행사를 홍보하는 음반,dvd 전문 상점 HMV, 통신서비스 전문업체 Carphoneware house의 새로운 서비스를 홍보하는 윈도우 디스플레이 등 하나로 묶기 힘든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점과 그것의 디스플레이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필자의 눈을 끄는 것은 애플 센터의 디스플레이다. 작은 아이팟의 엄청난 음향효과나 사회적 파장을 눈으로 보여주는 것과 새로운 인텔칩이 탑재된 제품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베일을 이용한 훔쳐보기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는 굳이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잘 만들어진 디스플레이로 인식되고 있다.



Regent street에는 옥스포드 거리보다는 조금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많다. 또한 관광의 중심지 중 하나인 특성을 살려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 매장들이 위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자기류의 Wedgewood, 트렌치코트의 대명사 Burberry와 Aquascutumn, 장난감 백화점 Hamleys, 인테리어용품 전문매장 Habitat 등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숍들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도 깔끔하고 격식있는 영국풍을 따르는 곳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연 효과적인 디스플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이번 취재를 진행하였다. 미적으로 뛰어난 디스플레이, 시선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시도의 그것, 단순하지만 상품 그 자체를 솔직담백하게 보여주기, slapstick같이 물건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디스플레이 등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종류의 상품만큼이나 그것을 소개하는 윈도우 디스플레이도 다양했다.



하지만 진정한 그것의 목적과 바람직한 효과는 무엇일까?
대중의 시선을 끌어 매장으로 그들의 발길을 이끈 다음,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리테일 디자인의 일차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2차적인 목표는 윈도우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되어 전반적인 매장의 디자인과 디테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감성마케팅을 접목시켜 소비자들의 다음 방문과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어우러진 매장들이 그것이 속한 쇼핑지구 자체의 감각적 질과 양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견해를 내놓으면서 이번 디자인 유학 충격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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