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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거리디자인의 최첨병, 뉴욕의 사인디자인

박선민 통신원 | 2006-06-20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대표적인 디자인중의 하나가 바로 사인디자인이 아닌가 한다. 모르는 거리를 걷다가 어떤 곳을 찾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구입하고자 하는 순간 나에게 절대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절실하게 필요로 한 것이 바로 사인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뉴욕에 와서 가장 놀란 점 중의 하나가 어떤 곳을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한국 번화가의 건물을 거의 가려 버릴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화려한 색의 글자가 커다란 친절한(?) 사인시스템들에 익숙하던 나는 너무나 깨끗한, 약간은 텅 빈 듯한 작은 사인 시스템들이 매우 놀라웠고, 사람들이 과연 원하는 것들을 제대로 찾고, 상점들은 제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광고하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마저 일었다.

그것은 길거리에 있는 상점의 사인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뉴요커들은 지하철의 사인들도 이전역과 이후역을 보여주지 않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불편함과 함께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는 이러한 뉴욕의 사인 시스템의 구조가 너무나 불편하였지만, 또 사람은 환경에 아주 쉽게 익숙해지는 존재라 이제는 그것이 그냥 이 도시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인디자인들을 그 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대변하는 ‘거리의 대변인’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빠른 것’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의 특성은 한꺼번에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크고, 화려한 사인 시스템을 발전시켰고, ‘느린 것’을 나쁘거나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뉴요커들은 작고, 심지어는 사인이 없는 것에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취재 : 박선민 뉴욕통신원 (okokook@gmail.com)


이번 글은 뉴욕거리를 걷다가 평소에 독특하거나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간판들을 이미지와의 조합, 폰트끼리의 조합, 혹은 다양한 재질과의 조합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사인디자인을 통해 잠시나마 뉴욕의 거리를 직접 걷고 있는 기분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약 10컷 정도는 뉴욕 이외의 지역에 있는 간판을 촬영한 것이다)




거리를 걷다가 독특한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는 사인 디자인 만나는 것은 디자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진짜 아이처럼 서있는 마네킹 인형에 속아서 아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실수는 어떤 사람에게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가게 주인의 위트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관심을 끌 수 있고, 그곳을 기억하게 만드는 사인들이라면 이미 절반은 그들의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글이 배우고 익히기 쉬운 언어라는 것은 세계언어학자들도 인정한다는 것을 어떤 글에서 읽은 바가 있다. 한글은 우리가 정말로 자랑스러워 해도 될만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또한 세계의 문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이 디자인화 시키기에 가장 좋은 형태의 글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영화포스터나 제품명에서 붓글씨 등으로 멋스럽게 쓰여진 한글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영어가 스펠링 하나씩으로 구성되어 글자 나름대로의 멋을 부릴 수 있는 것을 보면서, 그 언어 나름의 형태가 가진 독특성이 그 나라의 폰트 디자인에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폰트 디자인이 강조된 형태의 사인들을 ‘폰트 디자인이 강조된 형태의 사인들1에서 4’라고 이미지들을 정리하여 보았다. 멋스럽게 쓰여지고 구성된 길거리 알파벳 아트를 즐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절한 이미지와 글의 조합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서는 조합은 더욱 그러하다. 아이스크림 가게와 아주 요염하게 보이는 소녀 모습의 조합, 얼굴은 아주 순진하게 보이지만 몸은 운동으로 다져져 완벽한 몸짱의 스타일을 보이는 Empire사의 홍보 아저씨, 이제는 세계 어디서나 한 눈에 알 수 있는 스타벅스 간판, 하지만 특히나 뉴욕에는 약간 과장해서 거의 매 블록마다 하나씩 있다고 까지 생각될 정도로 뉴요커의 일상이 되어버린 이미지, 스타벅스의 인어아가씨까지. 타입페이스의 조합만으로는 전달하기 힘든 정보를 한번에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이미지와의 조합은, 보는 사람에게 쉽게 기억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저녁에 네온이 없다면 얼마나 도시가 적막할까? 네온사인들은 도시의 어둠을 깨우는 하나의 첨병 같은 역할을 한다. 불을 켤 때와 끌 때에 따라 변함없이 변화하는 얼굴 네온사인들. 현대의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저녁 거리의 안내판들이다.






거리를 걷다가 리본처럼 생긴 철판으로 생긴 간판은 의외로 타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고, 그리고 물고기와 그물로 장식된 곳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직접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곳이든 아니든 간에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은 그 가게를 한번 더 바라보게 하는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디자인의 도시’라는 이름은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작은 간판 하나의 공간 속에 압축되어 있는 요소 하나 하나에서부터 도시의 명성과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디자인의 최첨병, 사인디자인들.


제품들을 팔기만 하는 사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곳, 멋진 사인을 통해 그 가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발생시키는 곳을 만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평소 재미있는 간판 속에서 도시의 느낌을 읽기 위해서 셔터 누르기를 계속했던 바람대로 재미있고, 활기차고, 또 재미있는 뉴욕의 모습이 사인 디자인을 통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었기를 바란다.  또한 외국인들이 우리 한국의 사인디자인을 보고서도 도시의 특색을  읽을 수 있는 그런 우리만의 특색있는 사인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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