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월드리포트

업종을 디자인하라! 제 6회 아오야마 거리 미술제

문주영 통신원 | 2006-11-06



도쿄의 가을은 각종 예술제와 전시회로 바쁜 계절이다. 일 년 내내 예술행사가 끊이지 않는 도쿄이지만 날씨 좋은 가을은 특히 그러한 문화행사가 많아진다. 이번에는 그 중 하나인 아오야마(青山) 예술제를 소개하려고 한다.

취재ㅣ 문주영 도쿄 통신원


아오야마(青山) 예술제

10월 16일부터 30일까지 약 보름간에 걸쳐 열리는 아오야마 예술제는 이름 그대로 아오야마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예술제인데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그 일대는 고급스러운 부틱과 독특한 샵들이 많은 도쿄패션의 중심지이며 갤러리와 아트샵 등이 많아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에게도 매우 사랑 받는 곳이다.

아오야마에서 살거나 일하거나 노는 사람 모두가 동시에 발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로 시작되어 현재는 디자인어워드를 비롯하여 스트리트 갤러리, 푸드아트페스티벌, 네일아트어워드 등의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는 대규모의 행사로 발전하였다.

이번에 살펴볼 디자인어워드 부분은 그 중에서도 가장 메인 행사로, 주어진 테마에 맞는 플래그 디자인을 모집하여 1차로 선정된 작품들을 약 보름간에 걸쳐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에서 스트리트 전시회를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업종을 디자인 한다’라는 테마로 총 900여점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그 중에 1차로 선발된 133점의 작품이 모두 걸리게 되었다. 작품의 수도 많고 그 면적도 매우 넓어, 그야말로 아오야마와 오모테산도 일대는 펄럭이는 깃발들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들은 깃발이면서 포스터였고, 동시에 업종을 알리는 사인이기도 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떤 작품들이 나왔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도록 하자.



작품들은 모두 도로변에 위치한 전신주나 가로등에 걸려있었는데, 한쪽에는 작품의 이미지가 붙고, 나머지 한쪽에는 그에 대한 제목과 설명이 붙었다. 그것이 왜 그곳에 걸려있는지, 작품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누구라도 의문을 가지지 않도록 말이다.



패션관련 업종

많은 작품들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업종들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패션과 관련된 포스터들이 비교적 많았다. 아마도 패션의 거리 아오야마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러한 듯 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던 구두가게의 포스터들은 같은 업종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어 매우 흥미로웠다.

맞춤구두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발바닥을 찍거나 발과 신발이 일체가 된 이미지로 착용하지 않은 듯한 편안함을 나타낸 작품도 있는가 하면 예술적이며 기술적인 신발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또한 사고 싶은 구두가 너무 많아서 발이 많으면 좋겠다는 작품과 구두의 다양성을 바람개비처럼 표현한 작품도 비교할 만 했다.




이번에는 모자 가게를 한번 살펴보자. 모자는 사물이 가지는 뚜렷한 형태 때문에 다른 설명적인 요소들이 불필요 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모두 비슷비슷한 느낌이지만 길을 따라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씩 그 차이가 느껴진다.



다음은 일본에서 거의 두 집 건너 하나씩 있을 만큼 미용실에 대한 작품들이다. 머리모양이 익살스럽게 변한 모나리자작품은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시선을 끌었는가 하면, 단순하게 미용가위로 표현된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강아지를 그려 넣어 동물 헤어샵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미용실의 트레이드마크인 3색 선을 활용하고 있었다. 업종을 알리는 확실한 상징이라는 점에서는 그럴 듯 하나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해소해 줄만한 작품도 있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꽃잎으로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붉은 염색을 한 머리카락이다. 마치 롱헤어의 다섯 여인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있는 듯한 느낌의 이 작품은 다른 작품에 비해 업종에 대한 어필이 빨리 오지는 않으나 그 표현이 독창적이어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계속해서 패션업 중에 빼놓을 수 없는 안경점과 속옷점이다. 안경 역시 모자처럼 형태가 가진 메시지가 명확하여 그것 자체로 충분히 업종의 어필이 되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의 일종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꽃과 함께 표현되었는데 가로수와도 매우 잘 어울려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자칫 잘못 표현되면 민망하게 보이기 쉬운 속옷을 오히려 일러스트가 아닌 실사로 과감히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비록 실사이기는 하나 사랑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귀여운 상품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반면 간단하고 명확한 일러스트로 시선을 끄는 작품들도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연출한 피어싱 전문샵이나 단순하면서 주목성 높은 컬러로 표현한 네일 관리 전문샵 등이 돋보였다.

요식업

패션과 관련된 업종들만큼 많은 것이 있다면 바로 요식업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를 소재로 한 작업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같은 사물을 가지고 다르게 표현한 작품이 재미있다.

왼쪽은 패스트푸드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 햄버거를 그려놓은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던 작품이고 오른쪽은 햄버거 단면을 일러스트로 처리한 것으로 눈길을 끄는 비주얼이었으나 업종에 대한 어필이 부족하여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다.



이번에는 스파게티와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인 라멘을 가지고 표현한 작품이다. 라멘이라는 음식에 대한 빠른 어필을 위해 가운데에 어묵을 넣어주어 표현하는가 하면 스파게티를 먹을 때의 즐거움을 상상하며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일러스트와 실사의 효과를 비교해 볼 만한 작품이다.



패스트푸드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의 가정식인 화식전문점은 젓가락만으로 밥을 먹는 일본의 식습관을 간략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젓가락문화를 활용한 작품은 음식점만이 아니었다. 다음의 작품들은 젓가락을 가지고 쌀(米)이라는 한자를 표현하여 쌀가게라는 이미지를 나타내었다. 그 중에서도 쌀알과 젓가락을 싸고 있던 포장지를 함께 사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다음은 누가 봐도 쉽게 업종이 연상되는 비주얼이다. 왼쪽은 나비가 날아들 만큼 감미로운 맛과 컬러를 지닌 칵테일바를 표현한 것이고 오른쪽은 칵테일잔을 이용하여 바의 의자가 연상되도록 표현한 것으로 같은 소재를 조금 다르게 사용하고 있어서 비교가 된다.



계속해서 이번에는 차를 파는 상점들을 살펴보자. 매혹적인 커피의 세계로 빠지라는 작품과 흐르는 물을 차에 비유한 일본의 전통찻집을 나타낸 작품이 있었는데 주목성 높은 컬러로 간결하면서도 업종에 대한 강한 어필을 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우메보시와 아이스크림 판매하는 샵으로 우메보시의 경우 일본의 전통음식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업종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가정식의 대표적인 반찬인데 매실을 삭힌 것으로 빨간색을 띄고 있으며 매우 신맛을 가지고 있어서 일본인들도 먹으며 인상을 찌푸리곤 한다. 그러한 형상을 비주얼로 잘 나타낸 것이 왼쪽의 사진인데 마치 멀리서 보면 일장기처럼 보여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음식 전문점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에 아이스크림샵을 설명하기 위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딸기를 마치 물결 속에 떠오르는 해와 같이 표현하여 시선을 끌었던 작품도 있었다.



그 밖의 업종들

패션관련 업종들과 요식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했지만 그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업종들이 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의 작품은 이제 도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차장을 표현한 것으로 말을 나무에 묶어두듯이 타이어를 묶어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수직으로 내려다 본 일러스트로 주차장을 설명한 작품도 있었다.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종 중의 하나인 우체국도 보였다. 아래의 작품들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어느 곳에나 반드시 있는 우체국을 그 고유의 색과 형태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업종이지만 우표를 형상화하여 우체국을 표현한 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그 작품과 비교해 볼만한 것으로 티켓샵이 있는데, 노렌(일본의 상점 앞에 걸려진 천으로 된 발)의 갈라진 부분을 마치 우표처럼 찢어지도록 형상화 하여 티켓샵임을 상징한 점이 재치가 있다.



다음은 리사이클샵이다. 첫번째 사진은 이어달리기의 바톤터치 장면에서 리사이클을 연상하여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이고 두번째 사진은 전통문양에서 리사이클마크의 형상을 찾아낸 작품으로 설명이 없다면 다소 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전거를 이용하여 ECO라는 글자를 표현한 작품도 있었는데 단순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운송업을 나타낸 것으로 사람들끼리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을 원근감 있게 표현하여 업종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었고 그 옆의 작품은 동물샵을 설명한 것인데 위쪽에는 작은 동물을, 아래쪽에는 큰 동물을 넣어 원근감을 극대화 시켰다. 더욱이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투시가 들어 가다 보니 평면에서 보는 원근감보다 그 정도가 더 하여 효과가 컸다.



동물샵에 관한 것으로 이번에는 아예 구멍을 내어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단순한 원숭이 형태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 부분이 뚫려 있다 보니 전혀 단조롭지 않고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식품점에 대한 작품들로 먼저 살펴볼 것은 정육점이다. 닭, 돼지, 소를 부위별로 나누어 표현하여 자칫 단조로울 수 있었던 작품을 생기 있게 표현하였다. 물고기라는 글자를 사용하여 생선가게를 표현한 작품도 간결하면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글자를 활용한 조금 다른 사례로 뼈라는 한자를 척추처럼 표현하여 제자리에 넣어 준다는 카이로프락터를 표현한 작품은 한눈에도 그 뜻이 잘 전달되었다. 비슷한 업종으로 요가스튜디오를 표현한 작품은 붉은 바탕에 화려한 인도문양을 사용하여 매우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업종이 가지는 느낌을 가지고 표현한 사례들이 있었는데 재즈가 가지는 자유롭고 발랄한 느낌을 물방울로 표현한 재즈바가 있는가 하면 비슷한 느낌으로 프랑스 요리점을 나타낸 것도 있었다. 주로 다양한 소스를 뿌려서 데코레이션을 하는 프랑스 요리의 특징을 살려 소스의 느낌으로 맛있는 표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밖에도 사진관이나 갤러리 등 아오야마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몇몇 작품들을 살펴보았는데 아직 싣지 못한 작품들이 80여점 정도 있다. 비록 작품의 위치를 안내하는 지도가 있기는 했지만 작품들을 모두 찾아 나서기에는 너무 넓은 면적이었다. 또한 가급적이면 다양한 업종을 소개할 목적으로 여러 작품을 선별하다 보니 그 중에는 뛰어난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섞이게 되었다.


함께 할 수 있는 문화행사

약 보름간의 행사가 끝나면 마지막날 입상자들과 심사위원이 모두 모여 파티를 가지고 그 중에서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게 된다. 작품들을 찾아 다니며 느낀 점이라면 서두에서 밝혔듯이 ‘아오야마 예술제’라는 것이 아오야마라는 지리적 공간에서 살고, 일하고, 노는 사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에게는 다른 문제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크리에이티브한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을 구별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늘 다니던 길에 뭔가 재미있는 것이 붙었다는 것, 그래서 같은 길을 걷지만 평소보다 조금 덜 심심하고 조금 더 유쾌했다는 것, 그것이 작품을 낸 사람이나 작품을 보는 사람 모두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가끔 붙여진 타이틀과 달리 우리들만의 잔치에 그쳐 조금은 씁쓸한 행사들이 있다. 이번 ‘아오야마 예술제’ 를 통하여 전달하고 싶은 것은 어떠한 작품이 최종적으로 수상을 하게 되느냐가 아니라 그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그리고 자유롭게 그것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할지도 모를 그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두었던 점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출품한 사람들은 내 작품이 갤러리가 아닌 그곳에 걸려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얻을 것이고 행인들은 일부러 갤러리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그러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 업종에 있는 상점주인들이 행여 자신들의 업종과 맞는 아이디어가 있어서 채택하고 싶어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한국도 지방 자치제 이후 여러 지방의 예술제나 축제문화가 활성화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들만의 행사로 끝나는 것들이 많다. 특히 그 중에서도 디자인과 관련된 행사는 수적으로도 많지 않고 말이다.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힘, 지역의 문화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힘은 당장의 손익을 계산하기에 앞서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웹사이트를 통해 참가신청이 가능하다. 국적,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니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참조사이트
http://c113tied.securesites.net/d.a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