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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거리가구로 본 바르셀로나 도시환경 디자인

김수진통신원 | 2008-04-01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일찍이 도시환경 디자인이 발달한 도시이다. 19세기부터 도시를 한 지점에서 출발하여 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순환 기능만이 아닌, 움직임과 휴식 두 가지의 기능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도시계획을 모색해 왔다.


여기에 온화한 기후와 늦은 저녁식사 시간 등의 문화적인 이유로 인해 유럽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밤늦게까지 도시 전체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런 조건 역시 도시를 삶의 공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데 한몫 하는 요소이다. 바르셀로나는 공공장소 디자인의 ‘실험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새로운 도시공간 창조를 위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고, 주변국들의 도시계획자, 랜드스케이프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대도시 건설의 모델로 칭송을 받고 있다.



 


취재 ㅣ 김수진 프랑스 통신원


쉬어가세요




확실히 바르셀로나는 도시 곳곳에 앉아쉴 수 있는 장소가 많다. 가로등 밑동도, 화단의 가장자리도 사람들이 앉아쉴 수 있게끔 디자인되어 있다. 벤치를 여러 개 놓을 경우엔 일자로 죽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거나, 빈 벤치만 봐도 마치 거실에 여럿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이 절로 그려지게 배치했다. 바르셀로나 도시환경의 특징은 개인주의로 흘러가기 쉬운 도시생활을, 자연스러운 공동활동의 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시도는 거리가구 디자인 그 자체와, 배치, 공공놀이 활동 마련 등으로 방법으로 실현되었다.





엑스라지(XL) 거리가구



바르셀로나 거리가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크기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벤치가 여럿이 함께 앉거나,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길다. 앉는 행위만이 아닌 그 외에 여러 즉흥적인 기능을 포용할 수 있는 거리가구의 넉넉함이 우리네 시골집 마당의 평상을 생각나게 한다.


스페인 거리가구의 특징은 바로 이웃나라인 프랑스와 비교했을 때 더 확연히 드러난다. 프랑스에서 흔히 보는 벤치는 최대 3명이 앉을 수 있는 것인데 그나마 팔걸이를 설치해 개인과 개인의 섞임은 있을 수 없다. 팔걸이라는 허위 좋은 구실은 사실 노숙자들이 누울 수 없게 장애물을 설치한 것. 한 사람당 한 자리씩 앉게끔 만들어놓은 것을 보니 벤치 하나로도 한 나라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가의 거리가구



1992
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은 이 항구도시가 대대적으로 도시 환경디자인을 시도하게 하는 구실점이 되었다. 그 프로젝트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항구지역은 프랑스의 마르세이와 이탈리아의 나폴리 등의 유럽 여러 나라의 바닷가 도시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해안선을 따라 낸 산책로는 유모차를 끌고가는 가족뿐 아니라 자전거,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길의 폭이 넓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간간히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물들이 보인다. 어린이들이 올라가 놀 수 있는 정글짐이나 가족과 친구들끼리 즐길 수 있는 탁구대도 보인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엔 선베드 내지는 롱체어를 연상시키는 거리가구를 여럿 설치해놓았다. 이 의자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놓여 있는데 그곳에 앉아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 자체가 하나의 멋진 풍경처럼 눈에 들어온다. 서로 직접적인 연관은 없어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좋은 환경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가우디와 피카소, 미로 박물관을 포기하고 45일 내내 도시 곳곳을 걷게 만든 이 도시에 와보면 도시를 그리는 데 쓰이는 것은 자와 연필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안에서 살아가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읽으려 한 노력이 바르셀로나를 공공장소 디자인의 성공작으로 불리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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