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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인간과 자연의 상호 길들이기, 영국의 정원

김지원 런던 통신원 | 2009-04-28




사계절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우는 나라 영국, 이 곳 사람들의 정원 가꾸기는 기원전 약 43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생활 양식이다. 이 오랜 문화는 시대 흐름에 따라 색을 바꾸면서 사고 방식은 물론 다양한 사물들 즉, 문화 예술 공연, 일러스트레이션, 패션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디자인 영역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취재ㅣ  지원 런던 통신원

영국의 가드너(Gardener)이자 디자이너인 로버트 웰스(Robert Wells)는 그의 디자인 에세이 더 드림 가든(The Dream Garden)에서 가든(Gardens)은 인간과 자연간의 상호 관계 형성의 시각화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관계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도시와 그 도시 안에 형성된 빌딩들과의 관계와도 같다고 하였다. 즉 정원 가꾸기는 단순한 아름다움의 추구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향해 어떻게 길들여지고, 또한 길들이는가를 배우는 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부산물이 바로 디자인이다.




에덴 동산을 꿈꾸는 사람들


디자인의 사회사적인 관점 안에서 현대 사회 이전까지의 정원 양식(The style of Gardening)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중세시대의 대부분의 정원은 수도원에 속하였고, 꽃들도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식물들은 주로 장식적인 목적보다는 약용과 식용으로 사용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드닝은 그러나 이전과 달리, 클래식한 로만 양식과 자연의 이상적이고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표현한 가장 화려했던 시기이다. 햄튼 코트 궁전(Hampton Court Palace)의 정원은 이 시기의 양식을 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찰스 2세의 집권시기까지 가드닝의 인기는 최고조를 이루었고, 프랑스식의 화려하고 정교한 가든 스타일을 많이 차용하였다. 챌시 피직스 가든(The Chelsea Physics Garden)이 이시기에 건설 되었다.



반면, 1750년부터 1780년까지 확산된 원예 운동(The English Landscape Movement)은 인공적이고 장식적인 정원 양식을 배척하고, 열린 공간에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가드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윌리엄 켄트(William Kent)가 설계한 큐가든(The Royal Botanic Gardens, Kew)이 대표적이다. 빅토리안 시대에 자연과의 조화 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욕망을 표현하는 외형적인 미의 추구로 다시 돌아갔지만, 현재까지도 영국에서 손꼽는 가장 전형적인 영국의 정원은 큐가든이다.





1800년대의 가드닝은 미술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 1860-1910)과 그 맥락을 함께 한다. 낮은 품질의 공장제 대량 생산을 지양하고, 공예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이 운동은 가드닝에 있어서도 로맨틱한 이야기와 환상을 불러 일으킬 만한 빌딩과 정원길 을 창조했다. 글로스터쉬어에 위치한 히드코트 가든(Hidcote Garden in Gloucestershire)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특히 형식적인 양식에서 탈피하고, 교외에서 느껴지는 다채롭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렇듯 각기 다른 시대에 다른 그림을 그렸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문화를 담은 디자인






모던 시대의 가드닝은 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가든을 비롯한 많은 문화 시설들이 파괴되었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식량난이었다. 1940 9월에 시작된 더 디그 포 빅토리 캠페인(The Dig for Victory)은 집안에서 개인 스스로 야채와 감자 기르기를 독려하며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캠페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캠페인에 참여했고, 가든 전문가들이 그들에게 가드닝을 가르쳤다. 심지어는 런던의 공원들이 경작지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공공을 위한 보다 값싼 도구와 간단한 정원 가꾸기 노하우가 개발되었고, 관련 상품들뿐만 아니라 가구 및 주방 제품까지 보다 넓은 영역의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가드닝은 온 가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야외 놀이가 되었고, 스스로 디자인 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DIY의 기본 정신이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랜 정원 문화와 함께 성장한 영국의 디자인에는 꽃과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특히 여성들을 위한 홈데코 상품과 정원문화를 연상케 하는 어린이 동화책 및 야외 게임 도구 등 수 많은 디자인 사물들을 접할 때면 한국의 놀이문화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새삼 느낀다.


길들여짐의 문화


 
정원 가꾸기 문화는 영국인들의 야외 생활과 함께 꾸준히 진화되어 왔다. 사계절뿐만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가든 빌딩 역시 단순히 식물을 잘 기르기 위한 온실을 떠나 사무실 겸 놀이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자신들의 터전을 잘 가꾸고, 유지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화를 지속시킴에 미디어의 영향력도 배제할 수 없다. 가드너스 월드(Gardener’s World)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시작된 오가닉 운동(The Orgarnic Movement)과 함께 성장한 BBC의 가장 오래된 가드닝 쇼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디그 인(Dig in)캠페인과 함께 꽃과 나무는 물론 채소류를 기르고, 요리할 수 있는 요리법이 소개되고 있으며, 다 사용한 용기 및 재료들을 가드닝에 재활용하는 방법들도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상호 길들이기를 통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그것을 바르게 쓰고 실천하는 것이 가든 문화에 담긴 기본 정신이 아닐까 한다. 개인의 욕망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디자인을 생산해 낸 역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사물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고 덜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 두 저자는 소비를 창출하지 않는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중요한 것은 장기간 꾸준한 소비를 이끌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보다 많은 그린의 생산과 보다 적은 오염물질 방출을 생각하며 움츠리기 보다는 환경에 대한 개개의 혁신적인 참여를 이끌고,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상호 길들여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소비 문화의 변화를 이끄는 길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디자인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환경을 지속하는 지혜를 배우는 것. 그것은 곧 내가 만들고, 그리고 사용한 디자인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는 것과도 같다. 어린 왕자에게 말한 여우의 말처럼 말이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참고자료


www.bbc.co.uk/gardening/


www.bbc.co.uk/gardenersworld/


Editors Chapman, J and Gant, N, 2007. Designers, Visionaries and Other Stories: A Collection of Sustainable Design Essays. London , Earthscan.


Robert Wells, The Virtual Embodied “The dream garden” edited by John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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